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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미술과 사회 1900-1950> 展시대와 호흡한 예술, 시대의 증인이 되다

20세기, 한반도는 격랑의 한복판에 있었다. 국운은 빠르게 쇠해 외세의 침투를 허용했고, 일제는 끝내 이 땅의 주권을 탈취했다. 이때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쳤다. 반면 일제와 길을 같이하며 자신만의 영달을 위해 살아가던 사람들도 존재했다. 애국과 이기가 공존하는 모순적인 시대가 민중의 고통 속에 36년 동안 이어졌다. 


그러다 1945년, 한반도의 주민들은 ‘잃어버린 빛을 되찾았다’라는 의미의 광복을 맞았다. 하지만 빛과 함께 어둠이 순식간에 국토를 뒤덮었다. 조선 민족이 주체가 되어 찾은 독립이 아니었기에 한반도는 남북으로 갈렸고, 국민들은 이념 갈등에 휩싸였다. 광복 직후의 사회는 어제까지 정을 나누던 이웃이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적이 되는 비정상적 구조로 정립되었다. 
이번 전시는 이토록 혼란스러웠던 20세기 초중반 예술을 다룬다. 일제강점기와 이념 대립의 혼돈 속 예술인들이 시대를 어떻게 응시했는지 고찰하며 관람객들은 현대 사회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해 모종의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제1전시실에서는 구한말 사대부 출신 독립운동가들의 예술작품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사군자’와 관련된 작품들이다. 사군자는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로 구성되며 절개와 의로움을 상징한다. 이들은 사군자를 통해 외세와 타협하지 않고 꿋꿋이 조국을 수호하는 데에 앞장설 것을 암시했다. 


제2전시실에선 1920년부터 1930년대 전반 활발했던 인쇄와 출판 사업에 기인하여 유행한 문인들의 작품이 다수 전시되어 있다. 이 시기 인쇄·출판 산업이 활발했던 배경에는 1919년 3·1운동의 여파가 있었다. 당시 우리 민족의 비폭력 저항 운동에 당황한 일제는 ‘문화 정책’의 일환으로 조선인 주도의 언론, 출판, 교육의 장을 미미하게나마 열었다. 비록 철저한 검열과 감시로 구성된 양면적인 구조 속에 만들어진 시스템이었지만, 그 비좁은 틈을 뚫고 한글 잡지와 소설집 등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특히 한국 문학은 이 시기 비상하는 전기를 맞게 된다. 이전의 문학은 조선 민중의 계몽을 위한 도구의 역할에 한정되었다. 그러나 잡지 『창조』와 『폐허』는 ‘반(反) 계몽’을 목적으로 각각의 인생을 표현하는 형식으로 변모해 현대 문학의 기초를 마련하기도 한다. 또한 박태원, 이상 등 모더니즘 작가는 자본주의적 일상을 암암리에 비판하는 경향을 나타내며 이 시기 문학을 한층 더 발전시키는 데 기여했다. 덧붙여 나혜석, 길진섭 화가 등 서양 화풍의 영향을 받은 예술인이 늘어나는 등 한국 미술도 진일보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한 층 올라가 제3전시실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제3전시실 초입에는 혁명기 러시아풍의 음악이 들리며 사회주의가 한국 예술계까지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1917년 러시아 혁명이 성공하자, 일부 조선 민중들은 혁명의 정신적 바탕이 된 사회주의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노동자를 대상으로 그린 예술품이나 투쟁의식을 표출하는 문학이 대거 등장한다. 일례로 이상춘 작가의 <질소비료공장> 삽화는 노동자들이 또렷한 눈빛으로 공장에서 치열하게 일하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더불어 이 시기부터 신분제는 그 영향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되고, ‘대중’이라는 개념이 사람들 사이에 자리 잡게 된다. 이로 인해 대중예술이 문화계를 지배하기 시작한다. ‘신극(新劇)’이라고 불린 새로운 종류의 공연예술이 유행했고 매체의 발달로 영화라는 장르가 자리 잡았다.


마지막으로 제4전시실에선 1940년대 일제의 마지막까지 이어진 폭압과 해방 직후 시작된 이념 대립 속에서도 조선 고유의 미학(美學)을 발전시키고자 했던 이중섭, 이쾌대, 이인성 등 작가가 그린 작품을 볼 수 있다. 이들은 조선의 전통 미학과 서양의 화풍이 함께 호흡할 방법을 찾고자 노력했다. 이쾌대 작가는 1940년대 후반 작품인 <푸른 두루마기를 입은 자화상>을 통해 한국의 전형적인 자연 풍경과 평화로운 농촌 마을을 배경으로 작가가 붓과 팔레트를 들고 정면을 보는 모습을 묘사했다. 그는 이 작품에서 서양 화풍으로 한국적인 정서를 제대로 녹여내 보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이후 이쾌대 작가는 <해방고지> 등을 통해 이념으로 대립하는 민중들과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여성의 모습을 병치해 그리며 해방 직후 한국 사회를 서구 양식을 빌려 인상적으로 표현했다.


일제강점기와 이념 대립으로 얼룩졌던 사회를 또렷이 바라보고 예술로 승화시켰던 그들.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년이 지난 지금은 그때보다 나아졌는가? 지금의 한국 사회도 양극화 문제 등으로 사회 구성원 간 갈등이 야기되고 있다. 다시, 시대의 증인인 예술로 시선을 돌려보는 것은 어떠한가. 어쩌면 문제 해결의 열쇠는 예술가의 손에서 발견될지도 모른다. 

전시기간: 2019년 10월 17일(목) ~ 2019년 2월 9일(일)
전시장소: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관람시간: 화요일·목요일·금요일·일요일 10:00~19:00, 수요일·토요일 10:00~21:00, 월요일 휴관
관람요금: 미술관 입장료 2000원 (덕수궁 입장료 1000원 별도)

 

박주형 기자  timpark0912@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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