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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만들어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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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하게 벌어지던 일교차도 이젠 차츰 줄어들었다. 덕분에 따듯한 공기는 낮에도 더 이상 느끼기 어려우며 찬바람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매년 찾아오는 가을이지만, 뜨겁던 여름을 보내고 맞이하는 찬바람은 매번 감회가 새롭다. 스스로가 시간의 흐름 속에 가만히 걸터앉아 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 아닌, 매 시간을 직접 만들어간다는 일종의 관념과 강박 때문에 계절의 변화는 더욱 강렬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혼자만의 감상이지만, 적어도 신문사 활동을 할 때만은 이를 또렷이 느낀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 시간이 흘러가지 않을 것만 같고, 시간이 흐른 후에야 스스로가 무언가를 이뤄냈다는 성취감이 드는 것이다.

학내 흐름에 맞춰 매주 1면에 새롭고도 중요한 소식을 싣기 위한 일종의 강박은 신문에 있어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러한 강박에 맞춰 어김없이 학생회 총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선거기간이 되면 본지의 1면 기사 소재는 이미 따 놓은 당상이다. 별개의 화제성 높은 사건이나 주요한 기획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선거 관련 기사를 1면에서 배제하긴 어렵다. 지난 1285호에서도 달콤쌉싸름을 통해 2020 총선거에 대해 언급했기에 또다시 관련 이야기를 제시하는 것이 지겹게 다가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난 호 선거와 선거본부(이하 선본) 공약의 중요성을 강조했듯이, 이는 지속적으로 논의될 부분임이 확실하다. 한편 이번호 4면과 5면에 걸쳐 제시된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공약에서는 지난 호 달콤쌉싸름에서 주요 조건으로 짚은 부분들이 무색해지는 모양새가 보였다.

선본들이 공약을 구성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거쳤으리란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특히 선거에 있어 투표율과 득표율은 분명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학우들은 어떠한 공약에 높은 점수를 주며, 호감을 보이고, 관심을 가질 것인가’라는 등의 고민도 이에 포함되었을 것이다.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양 선본의 공약에서는 복지 및 시설과 관련한 공약이 주를 이루고 있다. 공간과 편의, 복지에 대한 사안은 학우들이 학내 실생활에서 느낀 바에서 공감을 이끌어내 학우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적합하다. 또한 관련 요구나 불안들이 학우들 사이에서 적잖게 제기되는 만큼 해당 공약의 제시는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종합감사나 대학 회계 및 거버넌스 분야에 관한 공약은 양 선본 모두 현저히 적거나 상당히 추상적으로만 제시되고 있었다. 이와 관련한 공약은 2018학년도 활동한 52대 총학생회를 지나 53대, 54대로 내려오며 점차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학우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지 않아 많은 관심이나 참여도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안건일 수 있다. 그러나 총학생회 차원에서도 거버넌스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일반 학우들은 관심은커녕 인지조차 하지 못한 채로 대학 생활을 지속해나갈 가능성이 높다. 이 분야의 공약이 그 범위와 구체성을 잃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점이다.

또한 ‘스토리(Story)’ 선본은 전임교원 확보에 대해 이전 총학생회들과 유사한 입장의 공약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는 현재 개정 고등교육법(이하 강사법)과 관련한 대학가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실효성 있는 대응책으로 보이진 않는다. 교육부는 시간강사 처우개선을 위해 강사법을 도입했지만, 이에 대해 본교를 포함한 대학가는 시간강사를 축소하고 비전임교원에 대한 대체 채용에 주력하고 있다. 더불어 본교는 지난 학교·학생협의회를 통해 여러 차례 학생회 측에 겸임교원 및 초빙교수 확보 등의 계획을 밝히고 논의한 바 있다. 본교 양 캠퍼스 시간강사는 지난 7년간 큰 감소 폭을 보였으나, 이번 학기부터 ‘시간강사’의 직위를 ‘강사’로 변경해 교원 지위를 부여하고자 했다. 그러나 ‘시간강사 확충’이라는 선본의 공약은 앞서 살핀 논의 현황과 비교해 합치되지 않으며 그 방향성이나 세부적인 계획 또한 예상하기 어렵다.

공약은 선본 후보자들 고민의 시작점으로 작용하기보다는 지금까지 이어져 온 그들의 고민을 정리하는 결과물로서 완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본교 총학생회가 대학 사회의 흐름 속 중심에 서서, 저절로 다가올 계절을 기다리는 것이 아닌 시간을 만들어나가는 학생회가 될 수 있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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