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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아무도 모르지만 모두가 아는 이야기유명무실한 가정폭력처벌법, 그 허점과 현실을 살펴보다
▲출처: 네이버 뉴스

지난 2019년 5월 개봉한 영화 <어린 의뢰인>(2019)에서는 10살짜리 어린 소녀 ‘다빈’과 다빈이를 가혹하게 폭행하며 아이에게 동생을 죽였다는 거짓 자백까지 하게 만드는 엄마 ‘지숙’의 모습을 통해 대한민국 가정폭력의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이 영화의 모티브인 ‘칠곡 계모 사건’과 연일 뉴스에 등장하는 크고 작은 가정폭력 사건들은, 가정폭력이 생각보다 우리의 삶에 밀접하게 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우리 삶에 깊게 스며들어 있는 가정폭력. 현재 가정폭력에 사정없이 흔들리는 대한민국 사회의 현실과 가정폭력을 처벌하는 현행법의 한계, 그 해결방안까지 살펴보자.

 

계속되는 폭력에 흔들리는 ‘Home sweet home’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가정폭력은 단순히 신체적·언어적 폭력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현시대는 가정 내 정서적 폭력과 가부장적인 부부 관계 등 가정폭력의 범위를 보다 넓게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가정폭력은 한 가정을 파괴하는 행위임은 물론, 이를 직·간접적으로 겪은 아이들에게 그 폭력성을 대물림할 수 있는 등 그 위험성이 심각하다. 이에 정부에서는 학교폭력, 성폭력, 불량식품과 함께 가정폭력을 대한민국에서 사라져야 할 ‘4대 악’ 중 하나로 선정해 이를 척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대한민국 내 가정폭력은 어떠한 상황에 놓여있는 것일까?
현재 대한민국 내에서 가정폭력은 매우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통계청의 ‘가정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정폭력을 경험한 인구는 29.7%로, 이는 인구의 4분의 1 이상이 가정폭력을 경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요즘 보이는 ‘우리 집은 안 그래’라며 가정폭력을 숨기려던 사회적 분위기에서 개개인의 ‘인권’과 ‘권리’를 중요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로의 변화는 숨겨져 있던 가정폭력 사건들을 점점 수면 위로 떠오르게 만들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경찰에 접수된 ‘가정폭력 112신고’ 건수는 2013년 16만272건에서 2018년 24만8660건으로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공권력의 도움을 요청하는 피해자 대부분은 가해자에 대한 처벌 및 이혼을 원한다. 하지만 가정폭력의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의 협의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협의 이혼이 아닌 이혼 소송까지 진행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혼 소송까지 진행될 경우, 이혼을 통한 피해자와 가해자의 완전한 분리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데, 이는 재범의 위험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이에 따른 피해자의 정신적 불안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불러일으킨다. 따라서 가정폭력 가해자의 재범을 방지하고 피해자가 안심할 수 있는 완벽한 보호 등의 사후 조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가정폭력을 처벌하는 현행법의 역할이 중요한 상황이다.

 

허점으로 가득한 가정폭력처벌법,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다


그렇다면 과연 가정폭력을 처벌하는 현행법은 흠결 없는 완벽한 법이라고 할 수 있을까? 가정폭력 피해자와 가족 구성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1997년 제정된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가정폭력처벌법)은 여러 차례의 개정을 거쳐 지금의 형태를 갖추었다. 가정폭력처벌법 제1조에 따르면 입법목적은 ‘가정의 평화와 안정’으로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입법목적 때문에 가해자를 적극적으로 처벌하지 않고, 조문에도 가해자를 ‘가정폭력행위자’로 순화해서 언급하는 등 똑같은 폭행 및 상해 사건이지만 일반 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폭행 및 상해에 관한 법률과 비교하면 가벼운 처벌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가정폭력이 발생한 직후부터 사후 조치까지 현재 시행되고 있는 가정폭력처벌법의 허점을 단계적으로 짚어보자.
첫 번째로 가정폭력 발생 직후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의 체포 권한에 대한 문제가 있다. 현재 시행되는 가정폭력처벌법에는 경찰관의 가해자에 대한 체포규정이 명시되어 있지 않아 경찰은 적극적인 대응을 할 수 없다. 실제로 가정폭력 신고 사례를 보면 피해자가 생명의 위협을 느껴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가정의 문제이니 개입하기 어렵다’라는 소극적인 대처를 한 경우가 빈번하다. 이에 지난 7월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에서는 가정폭력 사건에 대한 경찰의 미온한 대처에 대해 가정폭력 사건 처리 과정에서의 경찰의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두 번째로는 사건 발생 직후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분리 및 보호조치에 대해 문제가 제기된다. 추가적인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폭력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해야 하지만, 현행법상 임시조치 결정이 내려지기 위해서는 경찰과 검찰, 법원까지 3단계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 이러한 단계적 판단은 약 열흘이 넘게 소요되는 상황이므로 해당 기간 피해자의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현재 이를 보완하기 위한 대책으로 경찰이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긴급임시조치’가 시행되고 있지만,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가해자의 반발 및 소송 등 법적인 시비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 분리가 이루어지는 경우는 매우 적다. 또한 실제로 임시조치가 실행되었지만, 가해자가 임시조치를 위반해도 5백만 원 이하의 과태료만 내면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가정폭력처벌법의 입법목적(제1조)에 따라 가정폭력에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 제도가 적용되는 점 또한 문제다.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처벌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경제적·지위적 우위에 있는 가해자가 피해자에 협박이나 회유 등으로 자신에 대한 처벌을 막는 경우가 빈번할 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생계유지 및 가정을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처벌을 거절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실제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가정폭력 피해자를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자 중 85%가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가해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해당 제도에 대한 개선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시점이다. 그러나 현재는 만약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한다고 하더라도 가해자가 가정폭력상담소에서 상담을 받겠다고 하면 별다른 처벌 없이 사건은 ‘상담조건부 기소유예’로 종결된다. 이러한 현행법상 가벼운 처벌과 ‘반의사불벌죄’의 적용이 사실상 가정폭력 재범률을 높이는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가정폭력 없는 대한민국,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지난 2015년 UN(United Nations)은 대한민국 가정폭력 사건 현장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해 피해자 보호를 하는 것이 중요하고, 폭력에 대한 확실한 처벌을 위해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제도를 폐지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이러한 국제기구의 권고는 현재 대한민국 가정폭력처벌법에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재 정부에서는 가정폭력 피해자 자립 프로그램 등 가정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다양한 제도 및 정책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가장 시급한 것은 허점이 많고 재범률이 높은 가정폭력처벌법의 개정이다. 외국 가정폭력처벌법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은 ‘체포우선주의’를 적용해 가정폭력 현장에서 경찰이 가해자를 즉시 체포할 수 있으며, 호주·스위스·영국은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취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단계적 판단을 거치지 않아 보호조치가 빠르게 진행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비교된다. 이러한 이유로 실제 국회의 법제사법위원회에는 현재 가정폭력처벌법에 대한 여러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개정안 중 대부분은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삭제하고, 현장 출동 경찰이 현행범을 체포할 수 있도록 하며 법 취지를 기존 ‘가정의 평화와 안정’에서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 원칙’을 강조하도록 개정하는 내용이다. 이러한 내용의 법 개정이 이루어진다면, 가해자에 대한 확실한 처벌과 피해자에 대한 발 빠른 보호가 가능할 것이라는 점에서 개정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가정폭력은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피해자뿐만 아니라 옆에서 폭력을 지켜보는 등 간접적으로 이를 겪은 가족 구성원에게도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따라서 가정폭력이 발생하면 확실한 처벌과 보호로 추가적인 피해를 방지하는 사후 조치도 중요하지만, 가정폭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가정은 그 구성원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며, 사회화를 담당하는 매우 중요한 사회집단이다. 이렇듯 모든 가정은 대한민국 사회를 이루는 중요한 구성원이기에 더욱 발전하는 대한민국 사회를 위해서는 가정의 건강이 우선시 된다. 발전하는 대한민국, 건강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구성원들끼리 서로 배려하며 다툼 없는 화목한 가정을 꾸려나가기를 꿈꾼다.
 

천지예 기자  jiye1108@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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