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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탕! 사람들의 입맛을 저격하다
▲‘마세권’인 본교 인근에는 다수의 마라탕 음식점이 존재한다.

쫄깃한 중국 당면 두 가닥, 콩나물 한 움큼, 알배추 다섯 잎, 그리고 야심찬 소고기 추가. 커다란 그릇에 담긴 각양각색의 재료들은 주방에서 조리돼 혀끝을 알알하게 만드는 ‘마라탕’이 되어 돌아온다. 과거에는 소수의 사람들만이 마라탕을 즐겨 먹었지만, 요즘은 길거리를 걷다 보면 마라탕 판매점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마라탕은 특유의 맛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음과 동시에 SNS 상에서 ‘마세권(마라탕 판매점 인근 지역을 역세권에 비유한 말)’, ‘마라 위크(마라 요리를 먹는 주간)’, ‘마덕(마라 덕후)’, ‘혈중 마라 농도’ 등의 신조어들을 낳기도 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세히 알지 못한 낯선 존재였지만, 오직 ‘맛’ 하나만으로 우리들의 입가를 빨갛게 물들인 마라탕. 이 ‘마라탕’의 맛의 기원을 파헤쳐 보도록 하자.

 

내 혈관에는 마라탕이 흘러. 강을 타고 우리에게 흘러온 마라탕

▲마라탕이 탄생한 곳으로 알려진 중국의 장강(양쯔강) 유역이다.


소비자의 기호에 따라 고기, 채소, 당면 등 각종 재료들을 육수에 넣고 끓인 탕을 뜻하는 마라탕(麻辣?)의 ‘마라’는 ‘저리다, 마비시키다’라는 뜻의 ‘마(麻)’와 ‘맵다, 얼얼하다’라는 뜻의 ‘랄(辣)’이 합쳐진 말이다. 즉, ‘마라’는 혀가 마비될 정도의 맵고 얼얼한 중국 사천 지방의 향신료를 의미한다. 이러한 ‘마라’를 이용해 만들어진 마라탕은 원하는 재료가 한곳에 담겨 탕으로 한 번에 조리되기도 하고, 꼬치를 육수에 담아 샤부샤부처럼 소비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마라탕의 역사는 언제, 어디에서부터 시작됐을까? 향신료 ‘마라’는 중국 최후의 통일 왕조였던 청나라 시대에도 존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라탕이 만들어진 시기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장강(양쯔강) 유역인 중국의 쓰촨 러산에서 발달하기 시작했다는 속설이 있다. 그중에서도 추운 겨울 장강의 뱃사공들과 인부들이 배를 타다 허기를 달래기 위해 잠시 강가에서 정박하여 먹었던 음식이라는 이야기가 가장 유력한 마라탕의 시초로 전해진다. 이 마라탕의 시초는 항아리에 강물을 담고 주위에서 구할 수 있는 채소와 향신료를 넣어 끓여 만든 음식이다. 주변의 재료로 손쉽게 만들 수 있었고 추운 겨울에는 체온 유지에 도움을 주어 뱃사공들이 즐겨먹었다고 전해진다. 이에 강변을 따라 육지까지 음식에 대한 소문이 퍼졌고 상업화가 이뤄지면서 오늘날 우리가 흔히 접하는 마라탕의 모습이 되었다는 것이다.

 

빠져들 수밖에 없는 마라탕의 매력과 그 이면


강변을 따라 우리에게 전해진 오늘날의 마라탕은 다양한 음식들 사이에서도 자신만의 매력을 통해 소비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과거 뱃사공들이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채소들을 재료로 삼았던 것과 비슷하게 마라탕의 매력 중 하나는 소비자가 자신의 기호에 맞게 재료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기호와 선택을 존중하기 위해 마라탕 판매점에는 채소, 어묵, 두부, 당면, 떡, 여러 종류의 꼬치 등 다양한 재료들이 진열돼 있다. 또한, 시중에 판매되는 마라탕은 안에 들어가는 재료뿐만 아니라 맵기도 단계별로 선택할 수 있어 소비자들은 자신만의 마라탕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마라탕 특유의 향신료도 우리의 입맛을 사로잡는 데 큰 비중을 차지한다. 우리가 느끼는 마라탕의 매운맛은 흔히 아는 매운맛과는 달리 독특한데, 이는 마라탕 국물에 들어가는 정향과 산초 등의 향신료 덕분이다. 우리는 강한 향과 매운맛을 내는 향신료로 인해 입안이 얼얼해지면서 감각이 없어지는 느낌을 받고 동시에 풍부한 맛을 느낀다. 이렇듯 독특한 마라탕의 맛에 대해 중국의 문학가 샤오춘 레이(蕭春雷, 1964~)는 그의 저서 『욕망과 지혜의 문화사전, 몸』에서 “이 맛은 미각이라기보다는 촉각에 가깝다”라며 “마치 영혼이 불길에 휩싸여 통쾌하고 호방한 경계로 들어서는 듯하다”라고 그 맛을 묘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자극적인 맛으로 인해 마라탕에는 건강적 측면에서 다양한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물론 소비자가 선택하는 재료, 양, 맵기 단계 등에 따라 염분이나 칼로리 또한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는 피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시중에서 판매되는 마라탕 소스만 봐도 엄청난 나트륨 함량을 보여준다. 해당 제품군 중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한 마라탕 스프 소스에는 한 봉지(160g) 당 18,880mg의 나트륨이 들어 있는데, 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제공하는 나트륨의 1일 영양성분 기준치인 2,000mg의 약 9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인기쟁이 마라탕, 너도나도 마(라)케팅!

▲마라탕을 모방한 제품들/출처: 삼양식품


건강에 대한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마라탕의 인기는 좀처럼 식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위메프」의 식품 판매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마라’향신료와 각종 마라탕 재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6배 이상(9502%) 크게 증가했다. 이처럼 마라탕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마라’를 이용한 식품들 또한 많이 생겨났다. 편의점 「CU」의 경우 ‘CU 마라탕 면’, ‘눙물을 #참지 마라 삼각김밥’ 등을 출시했으며, 「GS25」는 ‘마라 볶음 쌀국수’와 ‘마라 우육면’ 등, 또 「세븐일레븐」은 ‘마라 떡볶이’, ‘도리토스 마라 맛’ 등 다양한 마라 제품들을 선보였다. 특히 「BHC」의 ‘마라칸 치킨’은 지난 5월 출시 후 한 달 만에 판매량 15만 개를 기록하는 등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렇게 다양한 ‘마라’ 제품의 증가는 마치 품귀현상(물품이나 상품 따위를 구하는 것이 어려워지는 현상)을 일으켰던 2014년도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 열풍을 떠오르게 한다. 당시 이러한 현상을 이용해 허니버터칩과 유사한 ‘허니 통통’, ‘수미칩 허니머스타드’, ‘꼬깔콘 허니버터 맛’ 등 제품을 만들어 인기를 끌려 하는 업체들이 있었는데 이러한 업체들의 흐름은 곧 마케팅 전략이 되었다. 이러한 마케팅 경향은 1위 브랜드, 인기 브랜드 혹은 경쟁 관계의 브랜드를 모방해 해당 브랜드의 인기에 편승하는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를 유인하고자 한다. 이는 기업 간의 견제를 통해 독점 형성을 막고, 시장 규모를 확대시킨다는 점에서 하나의 영업 전략으로 인정받고 있다. 실제로 허니버터칩 품절 대란 당시 「농심」이 이를 모방한 제품인 ‘수미칩 허니머스타드’ 등을 내놓으면서 전체 감자칩 시장이 1,700억 원에서 2,000억 원 규모로 확대됐다. 그러나 이러한 마케팅 전략은 신제품 연구 개발비를 거의 사용하지 않은 채로 손쉽게 제품을 만들어 선발 업체의 인기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무임승차’, ‘비도덕적인 상술’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심지어 모방 제품이 넘쳐나 유사한 종류의 제품이 계속 공급되면 업체 간의 수익성이 약화되고, 선발 업체가 열심히 개발한 상품이 정작 이를 모방한 타 업체 상품에 밀려나면서 공정한 시장이 붕괴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니버터칩, 흑당 버블티, 지금의 마라탕 등 인기 제품을 따라 하는 모방 마케팅은 쉴 새 없이 쏟아지고 있다.

현재 마라탕은 그 특유의 향과 맛을 좋아하는 마니아층을 두텁게 형성해 앞으로도 마라탕의 인기는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이 ‘마라’에 열광하는 요즘, 모방 마케팅을 통해 무분별하게 만들어진 수많은 마라 제품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과제는 우리의 몫으로 남아있다. 입을 열 때마다 하얀 입김을 마주하는 요즘, 마라탕에 얽힌 이야기들을 곱씹어 보며 따뜻하고 얼얼한 마라탕 국물을 한 입 마셔보는 것은 어떨까? 뜨겁고 얼얼한 기운이 우리의 혈관을 채우고 흐르면서 온몸에 온기가 돌게 될 것이다.

[참고문헌]
우샤오리, 『중국음식-잘 먹고 잘 사는 법 시리즈 039』, 김영사, 2004.
Bruce Kraig&Colleen Taylor Sen, Street Food Around the World: An Encyclopedia of Food and Culture, ABC-CLIO, 2013.
 

윤성진 기자  castlejin1105@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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