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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으로부터 벗어나기 힘든 이들의 이야기여성과 임신, 그로 인한 고충을 들여다보다

최근 많은 화제가 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선 홀로 어린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 ‘동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유쾌한 줄거리와는 반대로 드라마 속에는 시청자들의 눈살을 절로 찌푸리게 한 장면이 나온다. 바로 미혼모 ‘동백’에 대한 사회의 편견 어린 모습들이다. 세상이 개방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이야기와 달리 여전히 우리 사회는 미혼모에게 매우 각박하다. 2017년을 기준으로 국내 미혼모는 2만 2000여 명으로 집계됐지만, 과연 이들을 위한 사회적 제도가 그 양적 수치에 맞게 이뤄지고 있느냐 물으면 선뜻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기 어렵다. 특히나 이러한 차별적 언행은 어린 미성년자 미혼모에게는 더욱 혹독하게 드러난다. 또한 이 같은 편견들이 오롯이 미혼모에게만 한정된 것은 아니라는 게 한층 심각한 문제다. 어찌 보면 떼려야 뗄 수 없는 여성과 임신이란 두 단어로 인한 여러 편견과 선입견들이 현 사회에는 난무한다. 결혼율 및 출산율은 꾸준히 감소하는 상황에서 ‘경단녀’라는 단어가 생겨났고, 여성의 출산이 끝내 ‘짐’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지금부터 소개할 두 작품을 또한 임신과 출산이란 테두리에 갇혀 편견에 얽매인 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출처:비룡소


황선미 작가의 장편 소설 『엑시트』(2018)는 18살 ‘장미’를 중심으로 미혼모에 대한 사회의 부당한 대우와 아픈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장미는 사춘기 시절 자신이 좋아하던 ‘J’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된다. 급기야 학교에 소문까지 퍼져 그녀는 신고도 제대로 못한 채 홀로 아기 ‘하티’를 낳게 된다. 미성년자면서 고아였던 장미는 하티의 출생신고마저 할 수 없었고 결국 보호소에서 머물게 된다. 하지만 그곳마저도 장미에게 하티의 입양을 강요하며 이들을 보호해주지 않았고, 아이를 포기할 수 없었던 장미는 끝내 시설을 뛰쳐나온다. 장미의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녀는 사진 보조사로 일하며 근근이 생활비를 벌었지만, 그곳에서 J를 재회하며 그녀의 악몽은 또다시 반복되었다. 더 이상 내몰릴 곳도 없이 지친 장미에게 한 줄기 희망은 바로 소설 속 인물 ‘선영’이다. 그녀는 사진관 근처에서 일하던 청소부로, 자신과 아무런 관련도 없던 장미를 돕는 유일한 어른이었다. 처음엔 단순히 작은 손길만을 건넨 것이지만, 모두가 장미에게 등을 돌렸을 때도 선영은 홀로 장미를 지켜낸다. 
소설 끝자락엔 사실 선영도 어릴 적 미혼모였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독자들은 소설 곳곳 배어있는 뼈아픈 현실에 암울한 기분을 느끼면서도, 선영과 같은 어른이 실제로도 있지 않을까하는 일말의 희망을 맛봤을 것이다. 그러나 결말에 이르러 작가는 선영의 이 같은 행동이 모두 같은 아픔을 지닌 인물이기에 가능했던 공감이지 않을까란 의문을 던진다. 그들의 이야기를 다 안다며 우쭐대지 말고, 섣불리 공감한다며 자신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듯 말이다. 더욱이 소설 중간중간 드러나는 가출 청소년 문제와 입양 관련 범죄들은 미성년자 미혼모를 보호하지 못하는 사회의 부조리함을 똑똑히 목격하게 한다. 결국 작가는 책 제목인 ‘엑시트(EXIT)’를 통해 장미와 같은 어린 소녀들이 나아갈 출구는 어디인가를 독자에게 되묻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출처:니들북


두 번째로 살펴볼 작품 『딸로 입사, 엄마로 퇴사』(2018)는 20~30대 여성이 임신으로 인해 사회 속에서 겪는 불평등을 다루고 있다. 앞 작품에선 보호가 필요한 미성년자가 원치 않던 임신으로 사회에서 고립되고, 차가운 편견에 맞서 홀로 남겨진 모습들을 보여줬다면 이 작품에선 임신 및 출산과 관련된 성인 여성의 다양한 고충을 담아냈다. 저자인 이주희 작가는 실제로 임신 당시 자신이 겪어온 직장에서의 선입견과 출산 후 재취업에 있어 매우 곤란했던 상황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고 전했다. 책 속에서 작가는 임신 당시 삼성 전기에 재직하며 온몸이 붓고 큰 통증을 겪음에도 장거리 출퇴근에 야근까지 참아낸다. 출산 후에도 사람들은 작가에게 육아 전문가라는 역할까지 기대했고, 그녀의 부재로 인해 빈자리를 메꿔야 했던 회사 동료들에게 미안해 작가는 언제나 죄책감을 안고 출근해야 했다. 그녀는 그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전쟁과도 같던 회사 생활에서 패배자는 오직 자신뿐이라는 사실에 회의감이 들어 결국엔 퇴사를 결심했다고 한다. 작가는 사회는 종종 육아를 개인의 영역으로 치부한다고 말한다. 어찌 보면 개인주의, 이기주의가 만연한 현시대에서 당연한 소리일지도 모르겠지만 왠지 모를 씁쓸함이 밀려온다. 그녀는 퇴사하기 전 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크게 후회한 일화를 소개했다. 야근에 회식까지 이어지던 회사 생활에서 작가에겐 짧은 출산 휴가가 주어졌지만, 그마저도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남은 동료들을 위해 회사로 돌아갔다고 한다. 악착같이 버텨낸 덕분인지 작가는 승진에 성공해 부장 자리를 꿰찼지만, 작가가 견뎌냈던 그 모든 시간들은 마치 성공의 조건인 마냥 여겨졌다. 작가는 어쩌면 자신과 같은 처지에서 힘들어할 후배들이 앞으로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마저 포기한 채 승진에 목매달까 걱정했다. 한편, 퇴직 후 시간이 흘러 새로운 직장을 찾을 때쯤엔 상황이 변해 있었다. 주위에선 이미 작가를 향해 ‘경단녀’라는 프레임을 씌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경단녀란 결혼과 육아로 퇴사해 직장 경력이 단절된 여성을 이르는 말로, 작가의 상황을 가리킨다. 실제로 경단녀들을 향한 선입견이 매우 심각하며 이를 인지한 각종 지방자치단체는 이들을 위한 지원 제도와 프로그램 등을 마련해왔지만, 여전히 실효성이 부족한 상태다. 작가는 책 말미에 회사를 그만둔 것이 경력 단절과 이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라며, 오히려 다른 직업을 가질 공식적인 기회를 가질 수 있으니 새로운 관점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피력한다.
이렇듯 두 작품은 각각 미성년자 미혼모와 성인 직장인을 주인공으로 한다는 점에서 서로 다른 각도를 취하는 듯 보이지만, 이들에 대한 불평등한 사회의 모습을 공통되게 보여주고 있다. 다시 드라마 속 ‘동백이’를 떠올려보자. 결국 드라마는 행복한 결말로 끝을 내며 당당하고 힘차게 나아가는 동백의 모습을 그려나갈 것이다. 그러나 현실 속 수많은 동백이들은 여전히 각박한 세상을 홀로 힘겹게 살아내야만 한다. 또한 이 외에도 임신 이후 직장에서 권고사직을 강요받거나, 출산이란 이유로 경력이 단절돼 결국엔 꿈까지 잃는 여성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항상 이러한 문제점들을 논하며 차별적 시선을 없애고, 제도적 보호에 힘써야 한다고 외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너무나도 멀다. 만약 당신도 위 작품 속 인물들에 공감한다면, 현실 속 진짜 주인공들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여보는 건 어떨까?

이남주 기자  skawn1791@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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