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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작가상 2019>展미술이라는 언어로 시대를 풀어내다

해방 직후 시작된 한국 현대미술의 역사는 지난 7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산업화와 민주화, 군부정권 등 혼란의 격변기를 보낸 후 사회가 안정되면서 예술가들은 독창적이고 다양한 방법으로 창작 활동을 전개했다. 이렇게 발전해온 한국 현대미술의 역량을 보여주기 위해 1995년 국립현대미술관은 매년 <올해의 작가>展을 열었고 이는 2012년에 명칭이 바뀌어 <올해의 작가상>展으로 이어졌다. 
이번 <올해의 작가상 2019>展에서는 홍영인, 박혜수, 이주요, 김아영 작가가 현대사회를 자신만의 시각으로 풀어낸 작품을 선보인다. 작품들은 단지 사회문제에 대해 비판점을 던지는 것이 아닌 유동적이고 급격히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현대미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홍영인 작가의 <하얀 가면>/사진: 이현지 기자


전시장에 들어서면 먼저 홍영인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홍영인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사람들 간 불평등의 해결 방식을 동물, 특히 새의 소통 방식에서 찾았다. 작가는 설치 작품 <새의 초상을 그리려면>을 통해 전시 공간을 새장의 안과 밖으로 나눈다. 여기서 관객은 새장으로 들어가 작품을 관람하게 되고, 반대로 새장 밖에는 사람이 아닌 새가 존재해 기존의 질서를 흐트러뜨린다. 또 음악가들이 ‘동물 되기’라는 주제로 즉흥연주를 하며 촬영한 영상 <하얀 가면>을 통해서는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허물고자 했고, 공연 <비-분열증>을 통해 저임금 노동에 종사하던 여성의 삶을 새의 불규칙한 움직임을 모방한 춤으로 표현했다. 작가는 이 세 작품을 “역사의 흐름 속 잊힌 불평등과 차별을 각각 다른 형식으로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다음 전시장의 박혜수 작가는 데이터와 토론을 통해 집단을 둘러싼 갈등과 사회현상을 다뤘다. 작가는 설문 조사를 통해 사람들이 ‘우리’에 대해 어떻게 규정했는지 알아보고, 개개인의 ‘우리’에 대한 규정을 전문가와 작가 자신의 해석을 통해 <당신의 우리는 누구인가>로 구현해냈다. 또 전시장 한쪽에서는 개인이 경험하는 ‘우리’에 대해 토론하고 체험하는 프로그램 <토론 극장: 우리_들>을 전시기간 내 20일마다 주기적으로 진행해 관람객들이 ‘우리’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 외에도 박혜수 작가는 여러 작품을 통해 고독사, 가족 붕괴 등 집단의 갈등과 붕괴 현상을 다루면서 사회의 부조리를 직시한다.
세 번째 전시장에서는 작품 전시장으로 보기 어색한 창고를 마주하게 된다. 이주요 작가는 창작품의 소멸을 유예하며 다른 작가들과의 예술 의식 공유가 이루어질 수 있는 시스템을 창고 의 형태를 한 <Love your depot>을 통해 제안했다. 이 창고에는 이주요 작가의 작품을 비롯해 여러 작가의 작품들이 보관되어있다. 이 작품들은 모두 창작자의 열정과 창의성에 의해 제작되었으나, 대중의 선택을 받지 못해 소멸할 위기에 빠졌다. 작가는 전시장에 이러한 작품들을 보관하고 다른 작가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게 함으로써 기존 미술의 시스템을 비판하고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고자 했다.
마지막 전시장에서 김아영 작가는 영상 <다공성 계곡 2: 트릭스터 플롯>을 선보인다. 이는 ‘다공성 계곡’에서 온 가상의 광물 ‘페트라 제네트릭스’의 ‘이주’ 이야기가 중심 내용이다. 페트라 제네트릭스는 어느 섬으로 이주하면서 자신의 이름과 정체성을 빼앗긴 채 ‘G-1-6-2564’라는 일련번호로 불리며 감옥을 연상케 하는 보호소에서 섬 지배층의 처분을 기다린다. 작가는 위 작품을 통해 난민을 비롯한 이주자들에 대한 문제를 다룬다. 광물이라는 요소를 활용함으로써 지각판과 같은 자연물은 어떠한 경계도 없이 자유롭게 움직이지만, 사람들은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경계들로 인해 이동이 제한되는 현실의 비극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이번 전시는 4명의 작가가 제시한 현대미술의 새로운 담론과 비전을 다양한 작품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차별과 자본주의 등의 사회적 논제를 다루며 현대미술이 대중들과 가까워지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번 전시는 현대미술 해석에 있어 어려움을 겪는 일반인들과 자본에 의해 방향이 결정되는 현대 미술계 모두를 향해 양쪽 모두 서로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평소 접하기 힘들었던 한국의 현대미술에 입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전시기간: 2019년 10월 12일(토)~2020년 3월 1일(일)
전시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관람시간: 월요일~목요일·일요일/10:00~18:00 금·토 10:00~21:00 (1월 1일, 설날, 추석 휴무)
관람요금: 4,000원(대학생 신분증 지참시 무료)

김영진 기자  kyj2901@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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