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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 안의 황소개구리
북아메리카 외래종인 황소개구리는 식용을 목적으로 대한민국에 들어왔지만 현재는 빠른 성장과 번식능력, 새로운 환경에 대한 탁월한 적응력으로 생물 다양성을 위협하는 외래종의 대표로 여겨진다. 황소개구리는 여러 종류의 동물을 잡아먹을 뿐만 아니라 보호받아야 하는 토착종까지 잡아먹어 1998년 생태계 교란 야생생물로 지정되기도 했다. 황소개구리가 다른 외래종보다도 더 위험한 이유는 기존 먹이사슬에서 벗어나 천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먹이사슬을 독식해 생태계에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한편 황소개구리는 다양한 분야에서 하나의 대명사가 되어 등장하기도 한다. 일례로 대중문화계에는 ‘유튜브’라는 황소개구리가 나타나 기존 미디어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유튜브가 국내에 들어오기 전 한국 미디어 시장은 소수의 거대 제작 회사가 다수를 위한 콘텐츠의 제작과 유통을 독점하는 산업구조였다. 그러나 미국 태생인 유튜브가 한국 미디어 시장에 등장하면서 국내 미디어 생태계는 큰 변화를 겪게 됐다. 가장 큰 변화는 소수의 거대한 자본에 의해 제작되던 콘텐츠가 다수의 일반인에 의해 제작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본인이 자신 있는 분야를 콘텐츠로 제작해 ‘1인 미디어’라는 단어가 생겨났으며, 대중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제작자 역할을 하는 ‘인플루언서’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유튜브라는 새로운 무대와 인플루언서라는 공급원의 등장으로 미디어 시장은 기존 주류와 신진세력의 경계가 모호해지게 됐다. 그 시작은 인기 유튜버 ‘대도서관’의 지상파 출연이라 볼 수 있다. 유튜브계의 유재석이라 불리며 대형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던 그가 지상파에까지 진출하게 된 것이다. 초기 인플루언서들의 지상파 출연은 유튜브라는 새로운 매체의 등장으로 생겨난 현상을 소개하기 위함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의 출연만으로도 프로그램 시청률이 높아지고 큰 화제를 모으자 지상파 방송국이 이들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나아가 이들의 영향력을 실감한 지상파 방송국은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 뒤늦게 유튜브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EBS 캐릭터 ‘펭수’가 그 예이다. 펭수는 EBS 정규방송인 <자이언트 펭TV>뿐만 아니라 유튜브 채널에도 출연하며 TV 시청을 잘 하지 않는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또 MBC <놀면 뭐하니>의 경우 기존 프로그램 공개방식과 달리 첫 방송이 유튜브를 통해 공개됐고 이후 MBC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되었다. 즉, 유튜브는 더 이상 일반인의 ‘1인 미디어’ 매체에 그치지 않고 지상파 방송국의 또 다른 방송 매체 및 파일럿 프로그램 공개 플랫폼이 될 정도로 성장한 것이다.
그러나 유튜브와 지상파 방송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지상파 방송이 더 큰 화제를 만들어내기 위해 자극적이고 수위 높은 일명 ‘유튜브 화법’을 지상파 방송에 적용하면서 방송 윤리가 훼손되는 상황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26일(화), 지상파 방송의 국가대표 평가전 해설을 맡은 감스트가 콜롬비아 대표팀의 언어를 성대모사 하면서 희화화한 일이 그 예이다. 이에 시청자들이 감스트의 언행에 불만을 표출했고, 결국 방송이 끝난 후 그는 시청자들에게 사과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 대중문화평론가 김선영은 “처음에는 수위 높은 발언으로 화제성을 얻을 수 있겠지만, 수위로는 결코 유튜브와 경쟁할 수 없다”라며 “제작진이 단발적인 화제를 위해 수위 높은 발언과 같은 주목 경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중문화평론가 위근우 역시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 전통 대중매체) 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 다시 한번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현재 유튜브라는 외래종으로 국내 미디어 산업은 큰 변화를 겪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과도기 속에서 황소개구리로 인한 국내 생태계 파괴의 해결책이 토종 동물을 보호하지 않고 힘센 황소개구리만을 남기는 것이 목적이 아닌 것처럼 유튜브의 파급력과 영향력, 필요성을 인정하고 활용하되 지상파는 지상파의 방송 윤리와 품위를 지켜야 한다.

이소현 기자  sohyun0911@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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