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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학>

박물관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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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박물관에 가다’에서 만나게 될 작품은 김환기의 <달과 학>이다. 김환기가 파리에 체류하던 시기인 1957년에 그려진 이 작품은 푸른색을 주 색감으로 사용한 같은 시기의 작품들과 유사한 점이 많다. 이처럼 그의 작품들은 시기별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을 갖기 때문에 작품의 세부적인 부분을 살펴보기에 앞서 먼저 작가인 김환기의 작업이 시기별로 어떻게 나타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13년 신안에서 태어난 김환기는 어린 나이부터 그림에 뜻을 두고 일본에서 유학 생활을 시작하였다. 이후 동경의 일본대학 예술학원에 진학한 그는 그곳에서 입체파와 미래파 같은 서양의 화풍을 접하게 되면서 추상미술을 배우게 되었다. 이러한 영향으로, 김환기의 1930년대의 그림들을 살펴보면 여러 가지 추상미술 기법들이 실험적으로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김환기의 그림이 다시 한번 크게 변하게 된 시기는 파리로 건너간 1956년 이후이다. 1960년 이전까지 그의 파리 시기 그림들이 보여주는 특징은 다음과 같다. 먼저 그림들은 대부분 푸른 계통의 색으로 그려져 있다. 이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으로는 김환기가 서양의 Blue와 차별화된 의미로서 생성과 생명력이라는 의미를 지닌 푸른색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달, 도자기, 매화, 학 등 동양적인 상징으로 읽히는 이미지들을 계속해서 자신의 그림 속에 등장시킨다. 이처럼 동양이라는 정체성에 대한 문제로 김환기의 그림에 접근하는 것이 파리 시기 작품들에 대한 기본적인 해석 방법이다. 

<달과 학> 또한 의미상으로는 김환기 작품의 파리 시기 맥락 속에서 자연스럽게 읽힐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표현 및 구성을 살펴보면 당시에 그려진 다른 그림들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먼저 <달과 학>은 캔버스에 유화로 그려진 작품이 아닌 석판화이다. 판화라는 장르에서는 어떤 재료를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무엇보다도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 석판화는 물과 기름의 반발 작용을 이용하기 때문에 기름이 주원료로 사용되는데, 같은 기름일지라도 결과적으로 판화로 찍어내기 때문에 파리 시기에 유화로 그려진 다른 작품들과 다르게 붓 터치라던지 두껍게 발린 물감의 재질감 같은 것들이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연한 푸른색의 바탕과 구분되는 푸른 달, 각기 다른 색으로 표현된 세 마리의 학과 붉은색으로 칠해진 학의 머리 및 배경의 작은 면의 배치는 색감과 구성면에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균형감을 자아내고 있다. 이처럼 그림의 세세한 볼거리는 작가의 작업을 더욱더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 ‘박물관에 가다’에 소개된 소장품의 이미지는 홍대신문 홈페이지 <문화> 섹션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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