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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矛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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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기자는 기자 본인의 이야기를 하기보단 타인의 상황과 입장을 이해하고 전하는 일에 익숙해진 터라 ‘S동 211호’와 ‘기자프리즘’과 같이 기자의 생각을 써내야 하는 기사가 어려워졌다. 매해 마지막 ‘S동 211호’는 다음 해 편집국장이 되는 부편집국장이 쓰는 것이 관례가 돼 현재 기자는 그 어려움에 맞닥뜨리게 됐다.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고민하던 중 마지막 ‘S동 211호’를 쓰라는 것은 지금까지의 신문사 생활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포부를 다지라는 의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지금까지의 2년을 회고해 보고 이를 통해 배운 바를 몇 자 적어보고자 한다.

기자의 신문사 생활은 모순으로 가득 찼다. 매주 ‘신문사 생활을 그만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올해 부편집국장의 일을 마치고 내년 편집국장의 업무까지 수행하게 됐으니 말이다. 학과 생활과 기자 생활, 여가 생활 모두 놓치고 싶지 않았던 기자에게 매주 보도 거리를 찾고 이에 대해 취재한 뒤 시간에 쫓기듯 기사를 작성하는 시간이 버거웠다. 소위 ‘불금’이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과 동기들은 매주 금요일, 토요일마다 마감으로 대학 생활을 즐기지 못하는 기자를 보며 “그렇게 힘든데 대체 왜 하는 거야?”라고 물었다. 기자도 모르겠다. 기자에게 고통 속에서 쾌락을 느끼는 변태 기질이 있는 것일까. 다만 금요일에 밤새도록 기사를 마감한 후 새벽 5시 첫차에 몸을 맡길 때, 술 냄새 진동하며 본인 몸조차 못 가누는 사람들을 보며 ‘그래도 저 사람의 하루보다 나의 하루가 값졌길’이라는 바람과 자기 위안으로 2년째 모순적인 신문사 생활을 이어나갈 뿐이다. 

하지만 기자는 기자 본인의 모순보다 타인의 모순을 더 많이 접했다. 열심히 하겠다고 말하던 이들의 무책임함과 앞뒤 다른 언행으로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이를 보며 사람에 대한 회의감과 무력감이 들었다. 이중 기자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타인의 약점으로 자신의 이득을 취하려는 자의 행태이다. ‘구밀복검(口蜜腹劍)’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입에는 꿀을 바르고 뱃속에는 칼을 품고 있다는 뜻으로 겉으로는 절친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타인을 음해하려는 생각을 가리키는 사자성어이다. 기자는 과거 선배에게 기자의 고민을 털어놓으며 도움을 구한 적이 있다. 같은 처지에 놓여있고 기자의 깊은 속내를 털어놓아도 다른 이에게 말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에 선배에게 기자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선배는 기자의 고민을 약점으로 잡아 다른 이들에게 기자를 모함하기 시작했다. 이를 몰랐던 기자는 기자를 위로해주는 달콤한 꿀 같은 그의 조언이 고마웠고 계속해 푸념만 늘어놓는 사람이 되었다. 또 다른 이에게 도움을 구했지만 정작 그들이 도움을 주려고 하면 이를 간섭이라 여기며 불쾌해하는 선배의 모습, 타인의 행동을 비난하지만 그와 똑같은 행위를 하는 자신은 애써 정당화하는 모순적인 행태. 이런 일들이 하나씩 쌓이다 보니 사람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웃기게도 신문사에서 여러 일을 겪으며 사람이 미워졌지만, 이를 통해 사람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보도 취재에 어려움을 겪는 기자 곁에서 여기저기 연락하며 도와주는 팀장 기자님들이 고마웠고, 암담한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우울해하는 기자와 술잔을 기울이는 신문사 동기들이 고마웠다. 기자가 신문사에 들어와서 가장 많이 배운 것은 모순적이게도 기사가 아니라 사람이었고 이들을 보며 다짐한 것은 해야 할 것이 아니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기자는 기사를 마감하러 S동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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