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12.6 금 11:10
상단여백
HOME 인터뷰 12면 인터뷰
공익변호사 염형국가장 낮은 곳으로 달려들다

 

“보장된 탄탄대로 대신 우리 사회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달려가는 변호사가 있다…「공감」은 이주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난민 등 법의 보호망 밖으로 밀려난 이들의 든든한 변호사가 되어 법률 서비스의 문턱을 낮추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본지 1169호 12면 인터뷰 中

해당 인터뷰 기사가 발행된 지 5년이 지났다. 그동안 공익인권법 재단  「공감」 변호사들은 사회적 소수자들을 위한 변론 활동 외에 세월호 참사, 가습기 살균제 참사 등 사회적 재난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이들은 변함없이 이법위인(以法爲人· 법으로 사람을 위한다) 정신을 사회 이곳저곳에서 실천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공익변호사 모임인 「공감」이 설립된 지 15주년을 맞는 올해.   「공감」 설립 때부터 소외된 이웃들, 특히 장애인 인권 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염형국 공익변호사를 만나보자.

Q. 무기력했던 어린 시절을 고백한 글을 읽어보니, 공익변호사가 되기까지 무력감에 휩싸였던 시절이 길었던 것 같다. ‘공익변호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듣고 싶다. 

A. 대학 진학 때부터 진로에 대해 주체적으로 계획해본 적이 없다. 스스로의 선택이 아닌 부모님의 권유에 따라 법학과에 진학했고, 진학 후 마주친 학과 풍경은 사법시험을 집중적으로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습 뿐이었다. 분위기에 휩쓸려 사법시험을 준비했지만 제대로 준비한 것이 아니었기에 결과적으로 잘되지 못했다. 그렇게 대학 생활을 방황과 무력감 속에 보내다가 졸업을 맞았고 군에 입대했다. 삶의 방향이 결정적으로 전환된 계기는 군대에서 만난 것 같다. 군대에서 여러 훈련 과정을 거치며 무력감을 지우고 자존감을 키우게 되었다. 자존감이 가득해진 상태에서 제대를 하게 되었고, 대학생 때 공부했던 사법시험을 진지하게 준비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3년간 치열하게 공부하여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사법연수원에 들어갔다. 하지만 2년 동안의 연수원 생활은 판·검사가 내 성격에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했다. 그때 경험한 판결문 작성, 공소장 작성 등 판·검사 생활은 형식적이고 지루하다는 느낌만 들도록 했다. 이렇다 보니 남은 선택지는 변호사뿐이었다. 하지만 많은 수임료를 받고 포악한 범죄자를 위해 일하는 것보다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 변호사가 되고 싶었다. 그때 사법연수원생 1년 차 시절 공익변호사 관련 특강을 열어 감명을 주었던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현 서울시장)가 생각나 조언을 구했고, 그가 공익변호사로 일해볼 것을 제안해 그때부터 공익변호사로서 활동하게 되었다.

▲공익인권법 재단 「공감」의 구성원들/염형국 변호사 제공

Q. 15년간 공익변호사로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적 소수자를 위해 다방면으로 활동해왔는데, 그 안에서 느낀 보람이 궁금하다. 

A. 공익변호사로서 변론 활동 및 입법 지원 등 제도 개선을 통해 권리 구제를 받는 소수자 한분 한분을 볼 때마다 우리 사회가 한층 발전하는 데 밑거름이 된 것 같아 영광스럽다. 이와 관련해 2016년 헌법재판소에 ‘정신보건법상 강제입원제도’에 대해 헌법 소원을 제기해 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아낸 것이 기억난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정신질환자는 사회적 소수자 중에서도 가장 낮은 곳에 있다. 그들은 장애인 사이에서도 차별 정도가 심하고, 이들에 대한 장애인 복지 체계도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정신보건법」 제24조의 ‘보호 의무자 2인의 동의와 정신과 전문의 1인의 동의 소견이 있으면 환자를 강제 입원시킬 수 있다’라는 내용은 정신질환자의 입원 의향과 상관없이 병원 감금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정신질환자에 대한 비인권적 실태를 여실히 보여준다. 비인권적인 법률에 대해 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아낸 것이 사회적 소수자 인권 증진에 큰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 덧붙여 「공감」에서 활동하며 ‘인권법 캠프’ 등 교육 활동을 시민들과 함께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활동도 한국 사회에 공익적 가치를 증대하는 것에 이바지하는 것 같아 기쁘다. 

 

Q. 공익인권법 재단 「공감」은 2017년까지 사회적 소수자를 위한 공익 소송을 576건 진행했다. 최근에는 변론 활동 외에 사회 제도 개선까지 지평을 넓히는 중인데, 그 원동력과 향후 계획을 듣고 싶다.

A. 우선 「공감」이 성취하고자 하는 세 가지 목표를 소개한다. △권리 구제 △법적 보호망 확대 △공익적 가치 사회 확산이다. 특정인을 위한 변론 활동도 의미 있지만, 이러한 활동은 권리 구제의 효과가 개인에 한정된다는 한계를 지닌다. 결국 많은 이들의 권리가 함께 구제될 뿐만 아니라 그들을 보호하는 법적 체계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사회 제도 개선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보았다. 이를 이루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력해 국회 내 입법 활동 지원과 같은 제도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또한 「공감」 설립 때부터 지켜온 초심인 ‘사회적 소수자들의 작은 목소리를 크게 울려 사회 전반에 퍼지게끔 하자’는 마음도 활동 폭을 넓히는 데에 작용했다고 본다.

특히 올해는 <공감>이 설립된 지 15주년을 맞는 해이다. 이에 ‘국제인권센터’를 열어 국제인권조약에 따라 사회 구성원들의 인권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자 한다. 또한 국제인권센터에서는 외국 노동 현장에서 국내 기업에 의한 외국인 노동자 인권 침해 실상에 대한 감시·감독을 등을 수행하며 이전보다 더 많은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 신장을 위해 활동할 예정이다.

▲염형국 변호사 제공

Q. 「공감」 설립 이후 공익변호사와 공익변호 단체의 수는 늘었지만, 이들의 재정난과 인력 부족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더불어 사회적 소수자를 향한 우리 사회의 편견도 공익변호 활동으로 극복해야 하는 대상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해결책이 있을까?

A. 먼저 재정난과 인력 부족 문제는 누군가의 도움을 바라기보다 스스로 풀어내야 한다고 본다.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받거나 지원을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각지의 ‘프로보노 지원센터(공익변호사 지원 및 양성을 목적으로 수립된 공공 단체)’에서는 공익적 활동을 촉진하려는 목적으로 여러 지원책을 두고 있고, 「공감」에서도 재정 지원 등을 통해 여러 공익변호사가 재정난과 인력 부족 문제에서 벗어나게끔 지원하고 있다. 

또한 공익변호사로서 재판정에 들어서면 여전히 소수자를 향한 따가운 시선에 직면하기도 한다. 이들이 공정하게 판결을 받기 위해서는 소수자를 향한 편견도 타개해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 구성원 모두가 동등한 시민으로 대우받을 수 있는 제도 변화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일례로 2007년 제정된 「장애인차별금지법」(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차별할 수 없음을 공식적으로 명시한 법)은 제도 변화를 통해 사람들이 장애인을 똑같은 시민으로서 인식하는 사회 분위기를 확고히 하는 데 이바지했다고 생각한다. 같은 목적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제도 변화 외에 사회적 소수자 관련 포럼 개최, 인권 교육 등 다방면의 접근이 추가로 필요해 보인다.

 

Q. 최근 비인권적인 대학교 내 청소 노동자 휴게실 문제가 화두로 떠오른 바 있다. 청소 노동자 등 대학 사회에서 약자의 위치에 있는 구성원들, 나아가 한국사회 속 소수자의 인권 신장을 위해 사회 구성원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한다고 보는가?

A. 사회 구성원 전체의 인식 개선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는 청소 노동자, 배달원, 의사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여서 구성된다. 그러기에 모든 사회 구성원에 대해 적절한 대우를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는 이상과 동떨어진 광경과 대면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대우받고, 또 다른 이들은 인간 이하로도 대우받지 못하는 상황은 옳지 못하다. 심지어 일부 구성원들은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하는 직업을 가진 이들을 도구적 존재로 인식한다. 하지만 이들이 없다면 사회를 구성하는 한 축이 빠진 것이기에 사회 자체가 운영될 수 없다. 그러므로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는 인식이 모두에게 필요하다.

특히 대학 사회 속 구성원들은 청소 노동자 등 대학가에서 볼 수 있는 약자의 위치에 있는 분들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만일 대학교 내 청소 노동자가 존중받지 못하고 비인권적인 상황에 지속해서 방치된다면 누구도 그 업무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학 구성원들은 청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학업 등 자신들의 일상을 힘겹게 이어가야 한다. 그만큼 대학 사회도 상부상조(相扶相助)의 정신이 필요한 사회이기에 대학 구성원들의 ‘상생’하는 태도가 요구된다.

▲출처: 공익인권법 재단 「공감」

Q. 공익변호사를 꿈꾸는 본교 학우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린다.

A. 먼저 학우들이 법조계가 아닌 다른 분야로 진출할 의향이 있어도 공익과 인권의 가치를 생각하는 직업인이 되었으면 한다. 법조 윤리 속에는 “좋은 변호사가 되려면 좋은 이웃이 되어야 한다”라는 구절이 있다. 좋은 이웃이 되려면 모든 사회 구성원을 똑같은 ‘사람’으로 대우하며 모든 이들과 공존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공익변호사를 꿈꾸는 학우들에게는 변호사라는 이름에 취해 돈, 권력, 명예를 좇기보다 공익(公益)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조언을 전한다. 꿋꿋이 사람을 사람답게 생각하여 휴머니즘(Humanism)이 묻어나는 공익변호사가 되길 바란다.

박주형 기자  timpark0912@mail.hongik.ac.kr

<저작권자 © 홍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