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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왕따’, 직장 내 괴롭힘「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도입 100일 후, 이를 살펴보다
▲출처: 전남일보

“엄마, 사람들이 자꾸 놀리고 괴롭혀” 아들이 울면서 어머니에게 말한다. 화가 난 어머니는 아들의 회사에 찾아가 따진다. 이 두 문장이 낯설게 느껴지는가? 만약 화가 난 어머니가 학교에 찾아갔다면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아들은 직장인이다. 이 상황은 현재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여전히 대한민국 사회에는 ‘갑질 문화’가 만연하게 존재한다. 이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7월 16일(화)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됐다. 그렇다면, 과연 직장 내 괴롭힘이 무엇이기에 직장인들을 고통 받게 만들고 있을까?

 

대한민국은 여전히 ‘갑질 사회’
직장 내 괴롭힘이란, 직장에서 근로자가 다른 근로자에게 지위 또는 관계 등을 이용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말한다. 직장 내 괴롭힘의 사례로는 △업무에 필요한 비품 미제공 △근로계약상 업무와 무관한 일 반복 지시 △집단 따돌림 및 의도적 무시 △부탁의 수준을 넘는 사적 용무 지시 △SNS 등 온라인상에서의 협박 △개인사에 대한 뒷담화나 회식 강요 등이 일반적으로 거론된다. 그렇다면 현재 대한민국의 직장 내 괴롭힘은 얼마나 심각한 것일까? 
지난 7월 8일(월)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는 직장인 천 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갑질 실태와 직장 갑질 감수성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자료에 의하면, 직장인들의 갑질 감수성 지수는 100점 만점에 평균 68.4점으로 전체 5등급 중 4등급에 해당하는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이런 조사 결과에 대해 일각에서는 사람 자체보다는 일과 집단을 중요하게 여기는 한국 사회 문화가 갑질 감수성 지수를 낮췄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한 해당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7명은 직장 내 괴롭힘 문화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결과 직장생활 경험이 있는 만 20세~64세 성인 1,500명 중 73.7%가 직장 내 괴롭힘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하는 등 여러 기관에서 진행한 설문들이 현재 대한민국의 ‘직장 내 괴롭힘’이 심각함을 보여주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사례들로 본 직장인들의 외침
직장 내 괴롭힘은 피해자가 자살을 생각하거나 실제로 자살을 하는 등 심각한 사회적 파급력을 지니고 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로는 작년 4월 8일(일), 한 대형 신용카드 회사에서 18년간 근무한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다. A씨는 직속 상사에게 "난 너랑 안 맞다"는 말을 들었고, 그 후 회사 내 동료들과의 대화를 거부당했다. 또한 업무평가에서 최하점을 받는 등 이유 없는 괴롭힘을 받기도 했다. 그는 결국 “죽는다. 그게 방법이다”라는 유서를 남긴 채 자살했다. 또한 작년 10월 17일(수), 청주 「LG하우시스」 노동자 6명이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왔다고 폭로한 사례도 꼽을 수 있다. 피해자들은 “수년 동안 팀장·실장 등이 우리를 투명인간 취급했다”며 불필요한 연장 근로와 회식 배제 등의 괴롭힘이 있었다고 밝혔다. 피해자 중 한 명인 강석우 씨는 자살 시도도 생각했다고 발언해 기자회견에 자리한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기자회견 직후 「LG하우시스」 관계자는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노동조합과 협의를 했다”며 피해자들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LG하우시스」의 직장 내 업무 괴롭힘을 인정했으며 조직문화 개선을 권고했다. 그러나 당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어 처벌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직장 내 괴롭힘 사례 중 가장 논란이 되는 사례는 단연 간호사들의 ‘태움’ 문화다. 여기서 ‘태움’은 사람의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으로,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업무를 시간 안에 마치라고 독촉하거나, 실수나 잘못에 대해 과하게 다그치며 정신적으로 몰아세우는 것을 말한다. 현재 이런 문화를 버텨낸 간호사를 ‘물에 젖은 장작’이라고 부르는 은어가 생겨나는 등 간호사 내 괴롭힘이 심각한 상황이다. 작년 2월 발생한 태움 문화로 인한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자살 사건이나 2019년 1월에 일어난 서울의료원 간호사 자살 사건 등의 사례는 그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태움 문화의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간호사의 인계 시스템 문제를 꼽을 수 있다. 대부분의 병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간호사의 3교대 근무 시스템 특성상, 이전 근무자가 실수를 하거나 일을 끝내지 못한 채 교대를 하면 뒷수습은 온전히 다음 근무자의 몫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의 조사에 따르면, 신규 간호사의 61.4%는 교육 기간이 3개월 미만인 채로 현장에 투입된다고 한다. 이처럼 충분한 교육 없이 투입된 신규 간호사의 실수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3교대 근무 시스템 속에서 신규 간호사의 실수가 선배 간호사의 업무를 가중할 수밖에 없고, 이에서 비롯된 개인의 감정이 곧 ‘태움 문화’로 이어진 것이다. 실제로 간호학과 재학 시절 대학병원과 전문병원 실습 경험이 있다고 밝힌 B씨는 “실습생들을 동료가 아닌 아랫사람으로 인지하고 하대했다”며 “사소한 일에 트집을 잡고 과도한 업무를 지시하며 폭언까지도 이어졌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또한 B씨는 동료가 교육을 받던 중, 어깨를 주먹으로 맞았던 경험도 있었다고 한다. 또한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작은 실수도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병원’이라는 공간의 특수성도 태움 문화 형성에 한 몫 한다. 작은 실수로 인해 환자의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는 만큼 엄격한 분위기가 형성돼 ‘태움 문화’가 합리화되는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100일 후, 그 효과는?
이러한 직장 내 괴롭힘을 방지하기 위해 고용노동부는 지난 1월 15일(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명시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공표했다. 그리고 마침내 7월 16일(화)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었다. 해당 법안은 작년 12월 27일(목)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에 명시된 내용으로, 사용자나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를 이용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함을 내용으로 한다. 해당 법조문에 따르면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예방조치와 발생 시 조치사항을 정해 취업규칙에 반드시 기재해야 하고,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에 변경한 취업규칙을 신고해야 한다. 만약 이를 위반할 시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렇다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도입된 지 약 4개월이 지난 지금, 기업 내 문화에는 어떠한 변화가 나타났을까? 지난 7월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기업 300곳의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대한 기업 인식과 대응’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한 국내기업 중 34.6%는 규정 적용 및 예방 교육 등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에 대한 관련 조치를 이미 완료했고 50.5%는 곧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혀졌다. 즉, 기업 10곳 중 8곳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에 따른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이 결과를 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도입이 여러 기업 내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풀어야 할 숙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괴롭힘 금지법 매뉴얼을 보면 괴롭힘의 일부 규정과 정의가 모호하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고용에 대한 결정권을 쥐고 있는 대표이사가 가해자인 경우, 피해자들이 일터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괴롭힘을 참고 버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에서는 “7월 이후 여러 건의 괴롭힘 신고가 접수됐지만, 회장이 신고자를 찾아내려고 하면서 직원들을 압박하고 있는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한계점이 존재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완벽한 제도로 만들기 위해서는 시행령 개정을 통한 적용 범위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도입으로 기업문화에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는 있지만, 괴롭힘 없는 문화가 완전히 자리 잡기까지는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우선 고용노동부는 법을 기계적으로 적용하기보단 괴롭힘 행위에 초점을 맞춰 적절한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 제도적 개선뿐만 아니라 괴롭힘 없는 사회 분위기 형성을 위한 우리의 노력도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갑질 문화’가 사회에 깊숙하게 뿌리내리고 있다. 위아래를 철저하게 나누는 인식과 나보다 조금이라도 아래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윗사람의 비위를 맞춰야 한다는 기대감이 그 중심에 있다. 이러한 ‘갑질 문화’를 없애기 위해선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할 때다. ‘갑질 공화국’ 대한민국에 이제는 즐겁고 배려 넘치는 직장 문화가 자리 잡기를 바란다. 
 

백상민 기자  catmin97@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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