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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야 마땅하지만 지키기 어려운 그것, 직업 윤리위기에 몰린 상황에서도 직업정신을 잃지 않은 이들의 이야기

언론계에 ‘보도 윤리’가 있고 법조계에 ‘법조 윤리’가 존재하듯, 어떤 직종에서건 직업 윤리는 빠질 수 없는 요소다. 우리는 늘 직업 윤리의 중요성에 대해 배우고 강조 받으며 살아왔지만, 현실적인 벽이나 어둠의 유혹 등에 부딪혀 실천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모두들 그런 현실을 알기 때문일까? 직업 윤리의 실천으로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낸 이들은 많은 대중들에게 칭송받는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이에 자만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들이 칭송받는 것을 과분하다고 생각하거나, 자신들이 하는 일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임을 역설한다. 아래에서 소개할 세 영화에서의 등장인물들 또한 그렇다. 그들은 “다른 이들 덕에 이렇게 될 수 있었다”며 자신을 낮추거나, 역경이 닥치더라도 “이건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다”라며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지금부터 만날 세 편의 영화를 통해 그들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여다보자.

 


처음으로 소개할 영화는 <스포트라이트(Spotlight)>(2016)로 2002년 미국 「보스턴글로브(Boston Globe)」 사의 ‘가톨릭 아동 성범죄 논란’ 보도 과정을 상세하게 그리고 있다. 가톨릭 신부가 아동을 대상으로 성추행을 일삼고 있지만, 추기경은 이를 눈감아주고 있었고 가톨릭 신자 비율이 높은 보스턴 시의 특성상 언론들도 보도를 꺼린다. 그러던 중 「보스턴글로브」 사에 새로 부임한 편집장 ‘마티’는 이것이야말로 독자들이 읽어야 하는 기사라며 탐사보도를 전담하는 스포트라이트 팀에게 이 문제를 다뤄 달라고 요청한다. 취재 과정에서 그들은 “가톨릭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을 거다”, “괜히 나서지 말라” 등 사건 관련 인물들로부터 은근한 압박을 받는 등 여러 고난을 맞닥뜨리게 된다. 하지만 피해자들을 직접 인터뷰하는 등 갖은 노력을 통해 스포트라이트 팀은 이 사건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다. 영화는 취재 과정 중 일어나는 악전고투를 통해 직업 윤리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스포트라이트 팀이 법원에 사건 관련 문서의 열람을 요청하자 담당 판사는 “이런 걸 보도하는 게 언론인의 역할이냐”며 쏘아붙인다. 그러자 스포트라이트 팀은 이렇게 답한다. “이런 걸 보도 안 하면 그게 언론인입니까?” 이는 언론인의 역할과 사명감이 잘 드러나는 대사다. 또한 이 영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 특이한 점은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보스턴글로브」 사가 이전에는 사건을 은폐하는 데 도움을 주는 존재이기도 했다는 점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직업 윤리는 ‘지금 이 순간’ 지켜야 하기도 하지만, 과거의 실수를 만회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스포트라이트>가 언론인의 직업 윤리를 다뤘다면, <스파이 브릿지(Bridge of Spies)>(2015)는 법조인의 직업 윤리를 다루는 영화다. 이 영화는 미국의 보험 전문 변호사가 소련의 스파이를 변호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영화의 배경인 1957년은 미국과 소련의 냉전으로 핵무기 전쟁의 공포가 최고조에 오른 시기로 미국 내 반공(反共) 운동이 극에 달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적국인 소련의 스파이를 변호한다는 것은 자살행위에 가까웠지만, 주인공인 ‘제임스 도노반’은 “변론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져야 한다”며 자신의 신념과 원칙에 따라 스파이의 변호에 최선을 다한다. 그는 이후 소련군에 붙잡힌 인질의 국내 송환 계획에 참여하여 성공적인 결과를 끌어내고 국민들의 환대를 받는다. 극 중 도노반은 CIA(미국 중앙정보국) 요원의 “스파이가 말하는 정보를 넘겨달라”는 요구에 변호사의 비밀유지특권을 들어 거절하면서 “여러 혈통인 우리가 모두 미국인인 이유는 헌법을 준수하기 때문”이라며 일갈한다. 이 대사에서 도노반의 정치적 이념이나 혈통 등에 방해받지 않겠다는 직업 의식이 명확하게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그는 적국의 스파이를 몰아붙이지 않고 한 인간으로서 대우하며, 변호 과정에서도 스파이를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상대방의 인격과 직업에 대한 존중은 이후 스파이의 마음을 열어 인질 교환이라는 성공적인 결과를 만드는 데 일조하게 된다.


앞서 소개한 두 영화가 사건을 파헤치는 모습을 통해 직업 윤리를 보여준다면, <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SULLY)>(2016)은 대형 재난 속에서의 대응과 그 과정을 고찰하는 모습에서 드러난 직업 윤리를 소개한다. 이 영화는 ‘허드슨의 기적’이라 불리는 2009년 US 에어웨이즈 1549편 불시착 사고를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다. 당시 기장이었던 ‘설리’는 비행 전 자신이 몰던 비행기가 추락하는 악몽을 꾸게 되고, 실제로 불시착 상황이 발생하자 침착하게 비행기를 강 위에 착륙시켜 ‘155명의 승객을 구한 영웅’이라는 찬사를 받는다. 그러나 강 위에 불시착한 것이 오히려 승객들을 위험에 빠뜨린 것이라는 사고 조사 결과가 나오자 설리는 충격에 빠져 자신이 한 행동이 과연 옳았던 것인지 고뇌에 빠진다. 하지만 설리는 절망에 빠지지 않고 부기장 ‘제프’와 함께 사고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이내 자신들의 선택이 옳았음을 인정받게 된다. 그럼에도 설리는 “자신만이 아닌 모두가 이뤄낸 기적이다”이라며 공을 다른 이들에게 돌린다. 설리뿐만 아니라 영화 속 다른 등장인물들을 통해서도 직업 윤리를 엿볼 수 있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설리의 말버릇처럼 ‘자신이 할 일’을 다하는 인물들이다. 설리와 갈등을 겪는 사고 조사단들도 트집을 잡는 것이 아니라, 사고에서 혹시라도 잘못된 대응으로 인한 실책은 없었는지 철저히 하기 위한 ‘자신이 할 일’을 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결국 ‘모두는 자신의 일에 충실하고 있고, 때로는 그런 것들이 모여 기적을 이루기도 한다’라는 메시지를 통해 평범한 개인의 사소한 일들로부터 만들어지는 영웅에 대해 재조명한다.


우리가 각종 사건사고에서 보아왔던 ‘작은 영웅’들도 돌이켜보면, 그들은 모두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이었다며 말을 꺼내곤 했다. 지하철에서 불이 나자 객실의 출입문을 열어 사람들을 대피시킨 역무원, 사고가 난 버스에서 기사를 구하기 위해 견인차를 끌고 버스를 끌어낸 견인차 기사, 길거리에서 쓰러진 사람을 보고 쏜살같이 달려와 심폐소생술을 한 간호사까지. 이들은 모두 주어진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일을 다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의 주인공 설리가 말했듯, 모두가 충실히 자신의 일을 해낸다면 기적이 일어난다는 말은 바로 이들을 두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당신도 나중에 직업을 가지게 된다면 분명 여러 어려운 여건이 닥친 상황에서 당신의 직업에 맞는 능력을 발휘해야 할 때가 올 것이다. 그럴 때면 이렇게 생각하고 바로 행동에 옮기자. ‘어떤 상황이든, 나는 맡은 바 최선을 다할 것이다.’

김주영 기자  B881029@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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