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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는 것 중 절대 변하지 않는 단 하나의 진심을 노래하다 <유열의 음악앨범>(2019)

당신도 있나요? 그리운 그 시절, 그리운 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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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동구에 위치한 미수제과점의 모습
▲인천 동구에 위치한 미수제과점의 모습

누구에게나 그리운 그 시절과 그리운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 기억이 어떻게 남아있든, 우리는 바쁜 일상을 살아가다 보물상자처럼 아름다웠던 그때의 그 추억을 꺼내어 보며 행복해하곤 한다. 올해 가슴 따뜻한 사랑 이야기로 우리들의 마음을 적신 <유열의 음악앨범>의 주인공 ‘미수’도 그러하다. 미수는 가수 ‘유열’이 처음 라디오 방송 <유열의 음악앨범>을 시작하던 때부터 시간이 흘러 그 라디오가 처음으로 ‘보이는 라디오’를 선보이게 된 몇 년 동안, 단 한 번도 1994년 「미수제과점」에서 쌓은 따뜻했던 추억을 잊은 적이 없다. 비록 기자는 그 당시를 직접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이 영화를 보며 문득 미수와 ‘현우’, 그리고 미수의 친언니나 다름없던 ‘은자’가 살아가던 그 시절의 분위기가 궁금해졌다. 시간이 흐르고 많은 것들이 변화했지만, 그들이 품고 있었던 그 따뜻한 마음과 아름다운 추억만큼은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길 바라며 기자는 영화 속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기로 했다.

유열: 화창한 날이 계속되면 그곳은 사막이 된대요. 새해 소망은 한마디만 붙여서 빌어봅시다. 새해에는 좋은 일'도' 있게 해주세요.

기자는 미수와 현우, 은자의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된 공간이자 행복했던 추억이 남아있는 「미수제과점」을 찾아가 보았다. 이 제과점이 자리한 인천의 한 골목은 아침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부지런한 발걸음으로 생기를 띠고 있었다. 기자는 「미수제과점」 맞은편에 있는 편의점에 앉아 아침의 활기찬 기운을 느끼며 한참 동안 그들을 바라보았다. 영화 속에서 제과점의 하루를 시작하며 분주하게 빵을 만들던 미수와 은자의 모습도 저들과 비슷했을 것이다. 가수 유열이 처음으로 라디오 <유열의 음악앨범>을 진행하던 날, 미수와 은자가 운영하는 「미수제과점」에 현우가 아르바이트를 지원하며 그들의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된다. 이후 세 인물은 제과점을 함께 꾸려나가며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등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서로 가족처럼 돈독해진다. 그동안 미수와 은자 단둘이서만 꾸려왔던 「미수제과점」이 현우의 등장으로 더욱 두터워진 가족애의 시작이자, 미수와 현우가 서로에 대한 사랑을 키워나갈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 된 것이다. 기자가 찾아간 「미수제과점」은 영화에서 보던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비록 현재는 제과점을 운영하지 않아 이따금 기자처럼 영화를 보고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미수제과점」의 유일한 손님이지만,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제과점의 모습에서 왠지 모르게 미수와 현우, 은자 세 사람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현우: 저 그냥 밥 먹으러 온거에요…맛있어요
(중략)
은자: 나는 기억도 안나는데, 내가 자기를 믿어준다고 했다는 거야

▲낙원상가 지하시장의 모습
▲낙원상가 지하시장의 모습

종로3가역에서 밖으로 나오면 바로 보이는 낙원상가 옆 지하시장은 「미수제과점」을 떠난 은자의 새로운 일터이자, 미수와 현우를 향한 은자의 애정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은자는 이 지하시장에서 수제비를 팔며 생계를 유지해 간다. 그리고 가끔 일상에 지친 미수와 현우가 이곳을 찾아오면, 따뜻한 수제비 한 상을 차려주며 담담한 응원의 말로 그들을 위로한다. 이러한 수제빗국은 미수와 현우를 향한 은자의 애정과 무한한 믿음을 상징하는 것이다. 기자가 찾아간 대낮의 지하시장은 영화 속 시장의 분위기와 같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시장에는 손님에게 대접할 음식을 만들기 위해 분주하게 요리하는 식당 주인, 식탁에 삼삼오오 둘러앉아 소박한 안주 위로 술잔을 건네며 서로의 근황을 묻는 사람들, 신기한 눈빛으로 한국의 시장 문화를 구경하는 외국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활기를 띠고 있었다. 이러한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말소리와 활기찬 분위기는 마치 기자에게 하나의 라디오를 들려주는 것만 같았다. 기자는 이러한 소리를 배경 삼아 천천히 지하시장을 돌아보며 곳곳에 남아있는 은자의 애정을 한껏 느껴보았다.

미수: 현우야. 뛰지 마, 제발. 뛰지 마, 다쳐. 응?

▲종로에 위치한 돌담길의 모습
▲종로에 위치한 돌담길의 모습

기자의 다음 목적지인 종로의 돌담길은 미수와 현우의 이별의 아픔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운명적인 만남과 당시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안타까운 이별을 반복하던 그들은 그동안 서로를 완전히 믿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고 이별을 스스로 ‘선택’하게 된다. 이 장소에서 미수는 뒤따라오는 현우를 밀어내며 그들은 눈물의 이별을 한다. 기자는 영화 속에서 현우가 미수를 따라 걸었던 이 길을 따라 걸으며 그들의 감정을 헤아려 보았다. 사랑하는 연인 미수에게 자신의 치부인 과거를 들키고 싶지 않았던 현우와 자신에게만은 모든 짐과 걱정을 털어놓고 함께 해결해나가길 바라는 미수. 그 둘의 복잡한 감정이 섞였던 돌담길을 걸어보니 기자는 왠지 기자가 이별한 것만 같은 저릿한 아픔이 느껴졌다. 서로 이별을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만은 여전히 따뜻했던 그들의 온기가 기자에게도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 

유열: 오늘이 보이는 라디오 첫날인데 불러줬으면 하는 이름 있어요?
현우: 미수요.

미수와 현우가 어쩔 수 없이 이별을 선택했지만, 어떠한 장애물도 그들이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을 막을 수 없었다. 그들이 처음 만난 날 시작했던 유열의 라디오가 처음으로 ‘보이는 라디오’로 송출되던 날, 유열은 라디오의 촬영을 담당하게 된 현우의 부탁으로 라디오에서 미수의 이름을 부른다. 미수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자신의 이름을 듣게 되고, 현우에 대한 그리운 마음을 이기지 못한 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그를 찾아 나선다. 현우가 미수를 따라 달려왔던 그 돌담길처럼, 미수는 현우를 찾기 위해 서울 도시 한복판을 달려가며 현우와는 헤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후 영화는 보이는 라디오 부스 안에서 방송 장비를 정리하는 현우와 그를 부스 밖에서 바라보던 미수가 서로를 향해 웃음을 보이며 막을 내린다. 기자가 찾아간 보이는 라디오 부스는 현재 공사 중으로 가까이에서 보는 것은 불가능했다. 먼발치에서 보이는 라디오 부스를 보며 잠시나마 재회 당시 미수와 현우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그들의 첫 만남부터 이별과 만남을 반복해온 현재까지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유열의 음악앨범」 방송이 어쩌면 그 형태와 내용은 변했어도 본질과 마음만은 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미수와 현우의 변하지 않는 사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장소에서 영화는 끝이 났지만, 기자는 왠지 모를 아쉬운 마음에 보이는 라디오 부스가 위치한 KBS 건물을 한참 동안 서성였다. 건물 외부 곳곳을 빨간색과 노란색의 단풍이 뒤덮고 있는 것을 보니 기자의 마음이 절로 따뜻해졌다. 온 세상을 뒤덮은 단풍이 꼭 따뜻하고 아름다웠던 이 영화의 분위기를 떠오르게 해, 단풍 속을 걷고 있는 기자로 하여금 앞으로 펼쳐질 미수와 현우의 이야기, 그리고 묵묵하게 그들을 지지해준 은자의 마음이 한층 더 아름답게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라디오 부스에서 미수와 현우가 재회하는 장면이다/출처:네이버 영화
▲라디오 부스에서 미수와 현우가 재회하는 장면이다/출처:네이버 영화


기자는 모든 여정을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버스 창가에 기대어 한참 동안 창밖으로 보이는 가을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계절인 가을이 꼭 이 영화의 잔잔한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연한 가을 속, 마치 영화의 미수와 현우가 된 것처럼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 본 이 여정은 무엇보다 일상 속에 지쳐있던 기자에게 휴식과도 같았다. 특히 기자가 찾아간 장소들에서 영화에서 등장한 다양한 음악들과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는 물건이나 대사들을 함께 떠올려보니 기자는 마치 그 시간의 중심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들의 첫 만남의 장소인 「미수제과점」부터 마지막 재회 장소인 KBS 보이는 라디오 부스까지. 비록 기자의 여정은 끝이 났지만, 미수와 현우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와 영화 중간중간 확인할 수 있는 은자의 사랑이 잔잔하게 남아 집에 돌아와 노트북으로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까지도 기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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