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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 강희진 옮김, 와이즈베리, 2016

<인간심리의이해> 이홍숙 교수가 추천하는 『나는 괜찮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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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어디서나 잘하는 나를 보고 자랑하셨죠. 똑똑하고 남들보다 돋보이는 나를 보면서 흐뭇해하셨지만 내가 잘못했을 때는 차갑고 무서웠어요. 모자란 부분만 지적하는 엄마 때문에 저는 지쳐갔어요.” 엄마의 사랑과 인정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딸들이 많다. 나 자신의 진정한 바람과 욕구를 알기 전에 엄마의 욕망을 대신하기 위해 전속력으로 달려오던 딸들은 비로소 대학이나 직장에 들어가고 나서야 우월감과 열등감이 공존하는 자신의 모습에 위기를 느끼며 상담실을 찾게 된다. 이처럼 많은 여성들, 또는 남성들은 겉으로는 완벽한 외모, 능력을 가지고 당당한 태도를 가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이 보잘것없다고 생각하고 자기를 의심하고 열등감에 좌절한다. 

베스트셀러 『따귀 맞은 영혼』,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의 저자인 배르벨 바르데츠키(Barbel Wardetzki, 1952~)는 자존감에 상처를 입고 심리 장애와 중독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35년간 치료해왔다. 그녀는 폭식증, 거식증을 비롯하여 알콜 등의 약물 중독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문제는 결국 나르시시즘(Narcissism)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자의 심리학』의 개정판인 『나는 괜찮지 않다』에서 저자는 ‘여성적 나르시시즘’이라는 개념을 소개하면서 여성적 자기애는 일반적으로 완벽주의에 시달리는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자주 발견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이러한 경향이 높은 사람은 위태로운 자기애를 위협받지 않기 위해 대인관계에서 자신을 희생하고 타인에게 인정받고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완벽한 모습을 가지려 애쓰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우월감을 유지하려면 끊임없이 칭찬을 들어야 하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특성들만이 자신의 전부라고 믿게 된다. 그러나 남들의 찬사, 인정, 칭찬이 사라지면 자존감은 무너지고 우울증이 고개를 드는 것이다. 마치 백설공주의 새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칭찬을 들을 때에만 만족감을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이 책에서는 우리의 소위 ‘유리 멘탈’ 즉, 자기애적 경향을 가지게 되는 원인에 대해 유년기에 공감과 사랑이 부족한 경우와 반대로 지나친 과잉보호만 받은 경우를 이야기한다. 아이의 모습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아이는 주변 환경에 필사적으로 적응하며 모든 이의 마음에 들려고 애쓰기 때문이다. 이때 아이의 겉모습은 ‘가면’을 쓰게 되고 이후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점차 잃어가고 열등감, 또는 우월감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존감이 약한 사람들은 완벽주의에 시달리고 거짓 독립심을 주장하기도 하고 또 의존할 절대적인 사람을 찾고, 쉴 틈 없이 바쁘게 활동하며 자신의 열등감을 상쇄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타인의 요구에 맞추려는 삶은 완벽하게 충족되기 어렵고 어른의 어느 시점에 자신의 자기애가 깨어지는 아픔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위기의 순간이 바로 ‘진정한’ 자아를 향해 나아가는 길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심리치료 등의 안정된 관계 경험 내에서 또는 현실에서의 관계 경험을 통해서 비현실적인 욕구가 깨어지는 고통을 극복하고 안정된 자아를 구축하는 것은 가능하다. 저자는 내면의 자아를 발견하고 실험하고 거짓 자기의 유혹을 이겨내며 진정한 자신으로서의 삶으로 나아가는 여정을 백설 공주의 이야기를 통하여 상징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시원한 솔루션을 주는 유튜브의 “how to” 영상에 익숙한 우리에게 저자의 진지하고 차분한 조언들은 깊은 여운을 남기며 두고두고 나 자신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올해가 가기 전 그대들과 진정한 ‘나’의 모습을 발견하는 겨울밤을 함께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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