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1.3.5 금 17:27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혜윰
마이 시스터즈 키퍼를 읽고

깊은 동굴이 있다. 사방이 어두컴컴한, 이따금 종유석 끝에 고인 물이 떨어지는 소리만이 들리는 아주 깊은 동굴. 『마이 시스터즈 키퍼』(2004) 속 안나는 그 동굴을 걸어가고 있었다. 세상 모든 사람은 10대에 접어들면서 스스로 이 동굴로 접어든다. 어두운 동굴을 지나며 자신이 누구인지를 고민하고, 자신의 존재가치를 스스로 만들어간다. 즉, 이 동굴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나치는 ‘자기 탐구의 시간’이다. 사람들은 모두 아주 어릴 때부터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을 고집하거나,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한 생각이 궤도에 오르는 것은 10대 즈음이다. 그리고 안나는 막 그런 것들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렇다면 안나가 엄마 ‘사라’를 고소하고, 언니 ‘케이트’에게 신장을 주는 것을 거부했다고 해서, 이기적으로 자신만을 생각하고 언니의 존속 여부 따위를 전혀 중요하지 않게 여기는 사람이 되는가? 사랑받고 싶은 욕구, 사랑하고 싶은 욕구, 독립된 존재로서 받아들여지고 싶은 욕구,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고 싶은 욕구 등 안나는 이 모든 것들이 복잡하게 섞인 상태에서 이 동굴을 걸어가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밝게 빛나는 별이 되고도 싶었지만, 동시에 쌍둥이별이 사라지는 것을 막고 싶어 했다. 즉, 안나 스스로도 마음속에서 아무것도 정하지 못한 상태였던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안나가 자기 존재의 가치를 고민하며 아무것도 확실하게 정하지 못했을 때, 독자들도 안나의 선택에 갈팡질팡하며 주목하고 있는 상태였을 것이다. 게다가 소설이 마지막으로 진행될수록 법정 공방의 주체는 점점 안나에게 초점이 맞춰진다. 소설의 막바지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독자들의 심리 상태를 이런 방식으로 이끌어 왔기에, 작가가 설정한 결말의 효과는 매우 크다. 소설 전체에서 죽을 것 같은 존재로서만 표상되었던 케이트는 결국 살게 되었고, 그런 케이트가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이유였던 안나는 죽는다. 이러한 결말로 인해서 독자들은 큰 충격을 받음과 동시에, 하나의 존재가 ‘상실’ 되는 반면 다른 존재가 ‘회복’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사랑을 위한 희생과 사랑에 의한 회복의 이야기. 안나의 죽음과 케이트의 회복은 사랑의 의미를 표현하기에 가장 인상 깊고도 적절한 결말이었을 것이다.
『마이 시스터즈 키퍼』의 다른 제목은 ‘쌍둥이별’이다. 쌍둥이별, 안나와 케이트는 사실 비대칭적인 밝기를 가진 별들이었다. 별들은 수명이 다해갈수록 적색거성으로 변모하며 그 지름과 밝기가 어마어마하게 증가한다. 즉, 케이트는 수명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거대하고 밝은 적색거성이었다. 반면에 안나는 눈에 더 띌 수밖에 없는 언니 뒤에 가려진 작은 별이었다. 모두가 죽어가는 별에 관심이 있을 때, 작가는 그 뒤에 숨죽여 살아가는 작은 별에 관심을 가졌다. 그렇기에 그는 밝지 않은 작은 별을 서사의 과정에서 주목시켜 모두가 볼 수 있게 우주로 높이 올렸다. 모두가 인식하지 못한 그 작은 별을 인식할 수 있도록. 그리고 그 별을 터트려 모두를 놀라게 했다. 작은 별이 만들어 낸 초신성 폭발에 독자들은 깜짝 놀랐고, 그 폭발로 인해 발생한 별의 파편들은 안나의 이야기에 대한 복잡한 감동이 되어 사람들의 가슴에 깊이 박혔다. 작가는 이러한 파편이 사람의 가슴에 들어갔을 때 벌어지는 감동의 화학작용을 먼저 알고 이러한 결말을 선택한 것 같다. 그제서야 ‘쌍둥이별’이라는 제목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동시에 놓여 있어 어느 한쪽이 더 빛나면 다른 한쪽이 자연스레 묻히는 관계. 그러면서도 다른 한쪽의 빛이 영원히 꺼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관계. 그리고 어느 한쪽의 빛이 꺼지고 별이 사라졌을 때, 남게 된 별이 사라진 별의 몫까지도 밝게 빛날 수 있는 관계. ‘쌍둥이별’은 그런 관계에 있는 한 자매의 이야기였음을.

이지함(서울대학교) 

    

<저작권자 © 홍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