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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판단으로 한국 야구의 역사를 기록하는 프로야구 기록위원

한인희(기계공학96)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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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를 향한 응원의 함성과 승리를 위한 선수의 열정이 뭉쳐 뜨겁게 달아오르는 야구장 한편에는 누구보다 냉철한 펜 대가 선수의 행동 하나, 경기의 변수 하나를 모두 기록하고 있다. 1982년 출범하여 2017년 현재 서른네 번째 돌을 맞은 한국 프로야구는 지난 해 한 시즌에 총 관중 800만 명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관중동원 기록을 달성했다. 이렇듯 계속해서 흥행 신기록을 갱신하며 국내 최대 인기 프로스포츠라는 위상을 빛내고 있는 프로야구에는 경기의 모든 장면을 기록으로 남기는 사람이 있다. 이들은 바로 경기 시작을 알리는 ‘플레이볼’이 외쳐진 이후 경기의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날카로운 분석과 판단으로 야구의 역사를 기록하는 프로야구 기록위원이다. 2003년 한국야구위원회(Korea Baseball Organization, KBO) 기록위원회에 입사하여 올해로 경력 14년차인 프로야구 공식위원, 한인희 동문을 만나 야구계의 사관(史官), 프로야구 기록위원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한인희(기계공학96) 동문
▲한인희(기계공학96) 동문

Q. 프로야구 기록위원이 되기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하다.

A. 어렸을 때부터 야구를 좋아해서 대학 졸업 즈음엔 스포츠 에이전트를 꿈꿨다. 졸업 이후에는 스포츠 에이전트가 되기 위해 몇몇 프로스포츠 구단이나 스포츠 관련 기업에 이력서를 냈지만 모두 탈락하고 말았다. 그러던 중 KBO 기록위원회의 강습 공고가 눈에 띄었고 곧바로 KBO 회관에 찾아가서 야구 기록법에 관한 수업을 들었다. 나름 야구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수업을 들으면서 새로운 것을 많이 알게 되었고 야구에 관한 공부를 하며 기록위원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때 마침 새로운 기록위원을 선발한다는 말에 신규 기록위원 선발에 지원하였고, 운 좋게 합격하여 기록위원으로 일하게 되었다.

▲KBO로고(출처:KBO 공식홈페이지)
▲KBO로고(출처:KBO 공식홈페이지)

Q. 흔히 접하기 힘든 직업인데, 프로야구 기록위원은 어떤 일을 하는가?

A. 현재 우리나라에는 KBO리그(프로야구 1군)와 퓨쳐스리그(프로야구 2군)가 존재한다. 1군 경기에는 2명의 기록위원이, 2군 경기에는 1명의 기록위원이 매 경기마다 배치된다. 기록위원은 먼저 시즌 시작 전 1년 치 일정표를 받고 이에 맞춰 경기장에 찾아간다. 경기에 들어가서는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의 모든 진행 상황을 정해진 기호와 숫자를 이용해 규격 용지에 형식에 맞춰 기록하게 된다. 즉, 야구의 역사를 기록하는 직업인 것이다. 2명이 배치될 경우 1명은 수기로 기록하고, 다른 1명은 전산으로 기록한다. 요즘은 경기장이 개편되며 이동한 곳도 있지만, 야구 중계를 보면 포수와 심판 뒤, 유리 너머 앉아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이 바로 기록위원이다. 또한 주관사마다 기록법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나라 선수들의 경기 기록을 위해서 프로야구 기록위원이 함께 해외경기에 찾아가 기록을 진행하기도 한다. 또한 프로야구뿐만 아니라 사회인 야구에서도 기록위원을 통해 자신의 기록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많은 아마추어 리그에도 기록위원이 존재한다.

Q. 생활 속에서 프로야구 기록위원을 만나 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A. 대표적으로 기록위원의 기록이 곧바로 전달되는 문자 중계를 통해 우리를 만나볼 수 있다. 야구 기록과 관련된 많은 자료가 프로야구 기록위원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보면 된다. 또한 KBO 홈페이지에 기록실을 위한 게시판이 따로 존재해, 홈페이지를 통해 궁금한 점이나 건의사항을 받기도 하며, 개인적으로 이메일을 보내주시는 분께 답변을 보내기도 한다. 또한 야구경기가 진행되지 않는 비시즌기에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강습회도 개최하고 있다. 강습회의 경우 1년에 3번 개최되는데, 지역강습회와 서울강습회 그리고 전문기록위원 양성과정이 열린다. 이를 통해 기록방식이나 기초적인 기호를 설명하고, 야구팬과 기록위원이 만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강습회를 통해 야구 기록법을 공부한 이들이 아마추어 리그 기록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한다.

▲기록강습회 진행모습(인터뷰이 제공)
▲기록강습회 진행모습(인터뷰이 제공)

Q. 경기의 한순간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들었다. 이에 어려움은 없는지 궁금하다.

A. 무엇보다 한자리에 오랜 시간 앉아있어야 하는 점이 힘들게 느껴진다. 기록위원은 ‘플레이볼’이 외쳐진 이후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절대 함부로 이동을 하면 안 된다. 한 번은 5시간 58분 동안 경기가 진행된 적이 있는데, 그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투수가 던진 모든 공을 기록하기 때문에 한눈을 팔 수 없기 때문이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여 경기 시작 전에는 음료도 자제하고 있다. 더불어 야간 경기가 끝난 뒤, 다음 경기를 위해 지역을 이동하는 경우가 잦은데, 새벽동안 자가용을 이용해 이동하면 피로가 누적되어 힘이 부치기도 한다. 하지만 다들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 극복해나가고 있다.

Q. 이따금 경기 진행 중 선수나 감독이 심판의 판정에 격하게 항의를 하는 경우도 잦다. 기록위원의 경우에도 이런 일이 있는지 궁금하다.

A. 심판의 경우 아웃과 세이프 등 경기의 승패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판정을 주로 내리는 반면, 기록위원의 경우 타율, 안타와 실책 등 선수 개인기록에 대한 판정에 집중한다. 따라서 심판은 경기 중에 자주 항의를 받기도 하지만, 기록위원의 판정은 당장 경기에 큰 영향을 주지 않기에 곧바로 항의를 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선수 개인기록도 야구계에서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경기가 끝난 뒤에 찾아와 판정에 항의를 하는 경우도 있다. 통상 개인적으로 한 시즌에 몇 번 씩은 항의를 받는다. 예전에는 몇몇 선수가 기록위원에게 과격한 행동을 해 징계를 받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옛날에는 무조건 과격한 행동으로 판정에 항의하는 선수가 많았고, 이로 인해 기록위원이 보복성으로 의심되는 판정을 내려 신문에 오르내리는 등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에 들어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 선수와 기록위원 모두 노력하고 있다.

 ▲잠실야구장 전경
 ▲잠실야구장 전경

Q. 지난 2003년부터 지금까지 근무하면서 많은 일이 있었을 텐데 특별한 일화가 있었는가?

A. 고(故) 최동원 감독님이 잠시 퓨쳐스리그 한화 이글스 팀의 감독으로 부임했던 때였다. 경기 중에 한 선수의 기록이 에러(Error, 실책)가 아니라 안타라며 수정을 부탁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일단 경기 중이니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답했었다. 실제로 경기가 끝나고 기록위원실에 오셔서 완강하게 수정을 요구하셨다. 심판도 나도 안타로 보긴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으셨다. 감독님 특유의 끈질긴 성격이 발휘되었고, 감독이 경기장을 나서지 않았기에 팀원도 모두 대기하는 상황이었다. 실책이냐 안타냐를 두고 대치 상태가 계속되었고 결국 실책을 한 선수가 직접 찾아와 자신의 실책을 인정하며 감독님을 설득한 뒤에야 겨우겨우 사태가 정리되었다. 이따금 최동원 감독님과 관련한 자료를 보면 매번 생각나는 일화다.

 ▲경기 기록작업 모습(인터뷰이 제공)
 ▲경기 기록작업 모습(인터뷰이 제공)

Q.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라고 불릴 만큼 기록이 중요한 스포츠이기도 하다. 판정을 할 때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

A. 야구 경기가 점차 전문화되고 대중화되면서 기록의 중요성도 날로 커지고 있다. 선수들도 자신의 기록을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어 더욱 신경 쓰는 편이다. 스포츠 경기는 매순간 상황이 급변하기 때문에 자칫하다가는 경기 진행 중 상황을 왜곡해서 이해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경기 진행 상황을 보다 정확히 보기 위해 항상 경기에 집중한다. 더불어 모든 상황에서 공정하게 기록을 내릴 수 있도록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판정을 내리고자 노력한다. 선수의 기록을 담당하기에 무엇보다 공정성과 정확성에 특히 힘을 쏟고 있다. 더불어 나날이 기술이 발전하고 선수들의 능력도 성장하였기에 기록실도 보다 정확한 기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선수들과 자주 이야기를 나눈다던가, 기록을 위한 기술을 발전시키는 등 다방면으로 발전 방향을 찾고 있다. 정확한 기록을 하지 않는다면, 프로야구 기록의 의미도 퇴색된다고 생각하기에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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