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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게 선명하기보다는 흐릿해도 흥미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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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신문사 입사 1년 차 기자로서 첫 S동 211호를 작성하던 모습이 생생하다.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드는 것이라며,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고 믿었던 20살의 패기 넘치던 새내기는 어느새 산전수전 다 겪은 3년 차 부장기자가 되어 마지막 S동 211호를 쓰고 있다. 그동안 이 S동 211호를 거쳐간 선배 기자들의 말마따나, 신문사 생활 3년은 참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누군가는 이곳에서 후배 기자들을 통해 감정의 스펙트럼을 배웠노라고 말했고, 누군가는 신문사를 삼재(三災)에 빗대어 표현하기도 했다. 기자 역시 이 표현들에 대해 굳이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그만큼 신문사에서의 시간이 고되고 아팠던 것은 사실이니까.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다. 이렇게 보면 S동 211호는 분명 하루빨리 벗어나야만 하는 곳이나 다름없어 보이는데, 왜 그토록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밤을 새워가며 치열하게 살아갔던 것일까.
기자가 즐겨 듣는 노래의 가사 중에 이런 대목이 있다. “지루하게 선명하기보다는 흐릿해도 흥미롭게.” 기자는 이 구절이 신문사에서 보낸 나날들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기사라는 것은 취재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정말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는 녀석이다. 물론 기사 작성 전 미리 기획서를 작성하기는 하지만, 인터뷰나 추가 자료 수집 등으로 그 흐름이 바뀌는 경우도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인터뷰이가 답변을 한참이나 늦게 주는 바람에 기사 마감 2시간 전에 부랴부랴 내용을 추가하느라 혼났던 적도 있었다. 이렇듯 신문사에서의 일은 그야말로 불확실의 연속이다. 하지만 기자는 그 불확실함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그 불확실함을 확실함으로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었다는 생각에 흥미를 느꼈다. 형식이 정해진 단신 기사보다는 기자의 발로 직접 뛰어다니며 취재하는 탐사 보도가 좋았고, 그래서 종종 규모가 큰 기사를 취재할 수 있는 날이면 여지없이 손을 들어 그 기사를 맡곤 했다. 그리고 그것이 기자의 본질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그 흥미가 항상 기자에게 존재하던 것은 아니었다. 기자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이기에 밀려드는 업무에 스트레스를 받곤 했고, 대학생 신분으로 학업과 취재를 병행하기란 벅찰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업무는 종종 흥미를 끄는 것이 아닌 짐으로 다가오기 시작했고, 신문사 내 인간관계에서 빚어지는 갈등도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신문사에서 3년이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은 동기 기자들 덕분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기자에게 현재 남아있는 다섯 친구들은 때로는 함께 기쁨을 나누고, 때로는 짖궂게 장난도 치고, 때로는 어려운 일들을 함께 나누며 기자실에서 밤을 지새우곤 했다. 이런 모습들은 선배 기자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던 듯하다. 모든 사람이 다 똑같지는 않기에, 역설적으로 서로에게 모자라거나 넘치는 부분을 조화롭게 만들어 3년이란 시간을 함께 지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앞서 이야기했던 불확실함에 대한 고민을 함께 공유하고 있었기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느낀다.
항상 다른 사람의 이야기만 써 오다가 오랜만에 ‘나’의 이야기를 쓰려니 여러모로 낯간지럽기도 하고, 약간은 불편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기자의 ‘S동 211호’ 생활 3년을 돌아보는 글을 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점에 만족한다. 이제 3개월 남짓 남은 홍대신문 기자로서의 생활이 끝나면 기자는 어떤 기자로서 남게 될까. 그 판단은 본인의 몫이 아닌 동기, 선배, 후배 기자들, 인터뷰를 하며 만났던 사람들, 그리고 독자들에게도 달려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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