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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 너무 달라서: 케케묵은 캐나다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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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무더웠던 작년 여름방학, 기자는 서울에서 수천 킬로미터가 떨어진 낯선 외국의 땅을 밟고 있었다. 바로 언어부터 날씨, 생활 방식 등 한국과는 너무 다른 단풍국, 캐나다였다. 사실 기자는 캐나다가 처음은 아니었다. 몇 년 전 부모님의 손을 잡고 캐나다 곳곳을 여행했던 적이 있었지만, 지난 여행은 그때와는 다른 점이 있었다. 바로 누구와도 함께하지 않고 다녀온, 약 한 달 동안 오롯이 ‘혼자’ 가는 첫 해외 여행인 것이다. 비록 이 캐나다 여행은 1년이나 지난 추억 속 이야기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해외는커녕 집 밖 외출마저 어려운 요즘, 기억을 더듬어 단풍국을 여행하며 느꼈던 점에 대해 몇 자 적어보려 한다.

캐나다와 대한민국의 역사가 매우 다른 것처럼, 분명 문화의 차이 또한 뚜렷하다. 소소하게는 또래 사이 대화에서 사용하는 언어 표현이나 여가 생활부터, 크게는 자라온 환경의 차이에서부터 기인한 생각과 사고방식의 차이까지. 실제로 여행지에서 사귄 또래 친구들과 이야기를 조금만 나눠보면 그 차이는 극명하게 피부로 와 닿는다. 분명 캐나다의 풍경은 너무 아름답고 새로 사귄 현지 친구들과 함께 도시 방방곡곡을 누비는 일은 즐거웠지만, 그들의 대화 주제부터 유머 코드까지 기자가 겪어왔던 방식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처음에 기자는 그 문화 차이의 간격을 줄이지 못해 마음고생을 했다. 괜히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더욱 보고 싶고, 매운 떡볶이가 먹고 싶고. 사실 평소에는 친구들과 오래 못 만나도 아무렇지 않고, 떡볶이를 몇 달 동안 안 먹어도 괜찮았는데 말이다. 기자에게 ‘향수병’이 찾아온 것이다. 그리 길지 않은 한 달간의 여행이었기 때문에 향수병이라고 칭하는 것이 부끄럽지만, 문화 차이에 대한 두려움과 옆에서 기자를 다독여줄 사람이 없다는 외로움으로 밖에 나가는 것도 꺼려져 종일 숙소에서 지낸 날도 있었다. 

이러한 문화 차이에 적응하지 못한 채 한국으로 돌아갈 날만 손꼽으며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던 도중, 우연히 어떤 글귀를 보게 되었다. 바로 ‘의미 없는 경험은 없다’는 것. 사실 글귀나 격언에 크게 감동을 받은 적이 없어, 우연히 접한 글귀에 마음이 움직인 일이 아직도 놀랍지만 그 글귀를 보고 기자는 생각을 바꿀 수 있었다. 기자가 앓고 있던 향수병도 하나의 경험이므로,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분명히 배울 점이 있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여행의끝 무렵, 기자는 향수병에 굴복하지 않고 극복하고 싶었다. 우선 향수병의 원인인 문화의 차이로 인한 막연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선 직접 나가 부딪혀야 했다. 이런 새로운 마음으로 외국의 문화를 마주하니, 혼자서 키웠던 마음의 괴물을 잡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굳이 차이에 적응할 필요 없이 그저 문화의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다. 대화 주제를 따라가는 것이 어려우면 들으면서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는구나’, 생각이 다르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받아들이니, 놀랍게도 지금까지 문화 차이라고 느꼈던 것들이 어쩌면 기자의 고정관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들었다. 익숙한 것만을 고집하고 새로운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기자의 행동이 바로 하나의 고정관념이던 것이다. 비록 고정관념을 깨기 위한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지만,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정말로 의미 없는 경험은 없는 것이다. 비록 이 이야기가 일 년이 지난 케케묵은 여행기지만, 캐나다 여행에서의 교훈은 아직도 기자의 좌우명으로 남아있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힘든 일이 있다면, 기자는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의미 없는 경험은 없으니, 아무리 힘들어도 이 순간에서 배울 점을 찾아보라’라고.

 

천지예 기자(jiye1108@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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