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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의 홀씨> 展연대를 향한 역사와 예술
▲<연대의홀씨> 포스터

냉전(冷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양극 체제 하에서 소련으로 대표되는 사회주의, 미국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 진영 간의 정치·외교·이념상 갈등이나 군사적 위협의 잠재적인 권력투쟁을 이르는 말이다. 옛날 옛적에나 존재했던 일 같지만, 현대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2년 전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과 얼마 전 우리나라를 향한 미국의 경제번영네트워크(EPN) 참여 압박을 기억할 것이다. 바야흐로 ‘신(新)냉전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국제적 관계뿐만 아니라 시민 사회에서도 성별, 종교, 세대별로 뭉쳐 다른 집단을 배제하는 등 분열과 반목(反目)은 만연하다. 이러한 풍조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화합’과 ‘연대’는 필수적이다. <연대의 홀씨>展은 역사적 실례와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통해 ‘연대’를 보여주고, 더 나아가 전 세계적 연대 가능성을 제시한다.

전시회의 첫 테마는 ‘남반구의 성좌: 비동맹의 시학, 광주 스테이션’이다. 역사적 사례에 초점을 맞추면서 ‘비동맹(非同盟) 운동’의 문화 정치학을 소개한다. 비동맹 운동이란 냉전에 참여하지 않거나 대항하려는 국가들로 이룬 국가조직을 뜻한다. 1961년 유고슬라비아 베오그라드 정상회담에서 창설된 비동맹 운동은 대부분 제3세계의 개발 도상국과 과거에 식민지였다가 독립한 중소국의 연합으로 구성됐다. 해당 테마의 전시물은 대부분 비동맹 운동의 시작점인 ‘유고슬라비아’와 연관된다. 강대국에 편승하지 않는 비동맹 운동은 신냉전시대 방책이 될 수 있다. 이른바 고래 싸움에서 벗어나 새우끼리 연합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두 번째 테마는 ‘유토피아 스테이지’이다. 이 테마는 1960~1970년대 예술계 교류 현장을 재구성하여 당대의 분위기를 재현해냈다. 이 시기의 교류는 과거처럼 유럽이 외부 예술을 일방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서로가 동등한 상호 교류였다. 이곳에서는 교류의 한 사례인 ‘시라즈-페르세폴리스 예술 축제’를 탐구한다. 이 예술 축제는 1967년부터 1977년까지 10년간 개최된 모더니즘적 성격을 지닌 축제로 △다양한 문화 융합을 거부한다고 명확히 밝힌 점 △특수주의와 문화적 차이, 그리고 타자성의 원칙을 지지했다는 점에서 진보적이며 독특한 역사적 유물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해당 축제는 해마다 다른 주제를 선정했는데, 본 테마에서는 그중 길거리 공연예술과 뮤지션 등 7개의 주제를 선보였다.

세 번째 테마인 ‘공통 관심사: 젊은 동아시아 그래픽 디자이너들의 대화’는 젊은 동아시아 그래픽 디자이너들의 소통을 보여준다. 지난 30여 년간 그래픽 디자인은 세계화와 연관을 맺으며 세계 시민의 자유로운 소통을 도왔다. 그러나 유럽 등지에서 발생한 난민의 범죄나 끊이지 않는 인종차별 등은 세계화의 당위성과 가능성을 의심하게 했다. 이에 따라 국가간 장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강해진 것이 바로 현대 사회이다. 젊은 동아시아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이 장에서 그래픽 디자인으로 현대인이 직면한 환경 문제, 자유, 성평등 등 여러 쟁점을 논한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일본 출생 작가 나가시마 리카코의 작품 <폐지 병풍>(2018)이다. 작가는 그래픽 디자인 작업에서 생기는 폐지를 이용해 병풍을 만들었다. 쓰레기가 넘치는 요즘, 작가가 제시한 쓰레기에 대한 관점은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나가시마 리카코 작가의 <폐지 병풍>

네 번째 테마인 ‘일상의 연대: 차세대 작가들의 잔잔한 제안들’은 첫 테마인 ‘남반구의 성좌’에서 다룬 비동맹 운동의 연장선이다. 역사적으로 실패했다고 평가받는 비동맹 운동의 정신은 ‘연대’라는 이름으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일상을 바꾸고 있다. 해당 테마에서는 12팀의 국내 젊은 작가가 생각하는 연대에 대해 다룬다. 차재민 작가의 <의자 위를 걸으며>(2020)는 일상 속 연대를 잘 보여준다. 이 작품의 화면에는 관객이 떠난 후 경기장을 청소하는 노동자의 모습과 함께 자막과 음성으로 “테이블석, 다이아몬드석 의자 상태 중요. 깨진 것 체크 잘하면 좋다”, “손목터널증후군 예방 운동.” 등 서로를 위한 정보를 공유한다. 한편 “사직서 작성 잘 하기”라는 조언이 있는데, 이는 경쟁 사회 속 본인의 안위를 위해 남을 쫓으려는 의도가 있다. 작가는 연대가 선의만이 아니라 경쟁이라는 잔혹한 현실을 기반으로도 성립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차재민 작가의 <의자 위를 걸으며>

<연대의 홀씨>展는 연대에 대해 다방면으로 보여준다. 역사적 사례를 통해 국제적 연대, 문화적 연대를 느낄 수 있으며, 너무 거창한 게 싫다면 ‘일상의 연대’에서 일상에서의 소소한 연대를 목도할 수도 있다. ‘코로나 블루’로 우울한 그대, 이번 전시를 통해 공동체의 따뜻함을 배워가는 것은 어떠한가?

 

전시기간: 2020년 05월 15일(금)~2020년 10월 25일(일)

전시장소: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관람시간: 10:00~18:00 (매주 월요일 휴무)

관람요금: 4,000원 / 미취학 아동(7세 이하) : 무료

박찬혁 기자  cksgur158@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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