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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앞에서 철마(鐵馬)의 흔적을 찾다 

빠앙-, 덜커덩덜커덩… 열차의 경적 소리와 레일을 구르는 소리는 우리에게 표현하기 어려운 정겨움을 주곤 한다. 하지만 큰 기차역이나 지상으로 달리는 전철 선로 근처가 아니면 도심에서 이 소리를 듣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런데 지금은 그야말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 홍대거리가 약 40~50년 전에는 그런 열차가 덜커덩거리는 소리를 내며 레일을 구르던 곳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그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신촌으로 가는 길에 있는 경의선숲길도 그러한 열차가 다니던 곳 중 하나다. 홍대거리의 기찻길에 대해서는 처음 들어보는 이들이 많을 것이고, 경의선숲길도 그 존재는 많이들 알았을 테지만 정확히 어떤 이야기가 있는 기찻길이었는지는 잘 모를 것이다. 지금부터 홍대 앞에서 그 흔적을 파헤쳐보자.

 

홍대 앞에 서린 기찻길의 추억, 당인리선

학교 근방의 지도를 살펴보면 홍대입구역 7번 출구부터 시작해서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한강 바로 옆 당인리발전소까지 이어지는 ‘어울마당로’라는 길이 있다. 이 ‘어울마당로’는 ‘홍대앞 걷고싶은거리’, ‘홍대 예술의거리’, ‘홍대 패션거리’ 등이 모인 그야말로 홍대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곳이다. 그렇다 보니 이 홍대앞 거리를 40~50년 전에는 석탄을 실은 열차가 검은 매연을 내뿜으며 달렸다는 사실은 꽤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이는 이곳에 ‘당인리선(唐人里線)’이라는 철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옛 당인리선의 선형(왼쪽 아래와 오른쪽 위를 잇는 굵은 선)/출처: 카카오맵

당인리선은 일제 강점기인 1929년 9월 20일 개업한 철도 노선으로, 당인리발전소에 전기를 생산하는 원료인 무연탄을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화물철도였다. 화물 취급뿐만 아니라 여객 취급 또한 동시에 이루어져서, ‘당인리역’과 ‘방송소앞역’, ‘세교리역’, ‘서강역(現 경의중앙선 서강대역 근방)’ 총 4개 역에서 승객들이 타고 내렸다. 이 중 방송소앞역은 역 근처에 경성방송국 연희방송소가 위치해 있어 그 이름이 지어졌고, 세교리역은 근처의 마을이 작은 다리가 많은 마을이라 하여 ‘잔다리 마을’이라고 불리던 것을 한자로 변형하여 이름을 붙였다. 개통 이후 당인리선은 지역 주민들의 이동 및 전력(電力) 수요를 충족시키며 영업을 이어왔지만 도로교통의 발달로 인한 수요 감소로 여객열차는 1970년대 초반 폐지되었고, 1980년 당인리발전소가 연료를 무연탄에서 천연가스로 전환하면서 무연탄 수송 역시 중단되어 폐선됐다.

폐선 이후 당인리선 터는 동네 텃밭 등으로 이용되다가 1990년대에 주차장이 만들어지면서 주변 상권이 발달하기 시작해 개발이 이루어져 철도의 모습이 대부분 사라졌다. 그러나 개발이 이루어진 후에도 이곳이 철도 노선 부지였음을 알리는 흔적들이 일부 존재했다. 아스팔트 도로의 레일 흔적이나 당인리역 터 근방에 위치한 빌라 부지의 자갈, 방송소앞역 터의 승강장 흔적 등 다양한 모습들이 홍대거리에 철도가 있었음을 알려줬다. 하지만 현재는 도로 재포장 및 추가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위에서 언급된 흔적들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홍대거리의 건물 구조 또한 이를 뒷받침하는데, 흔히 ‘서교동365’라고 불리는 서교시장 앞의 상가 건물들이 대표적인 예이다. 좁은 길인 시장 쪽에 위치한 건물들의 외관은 평범한 모습이지만, 넓은 길인 어울마당로 쪽에는 건물의 앞면에 있기 힘든 V자 계단 등 건물들이 덜 정돈된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이는 해당 상가 건물이 당인리선 노반(路盤) 및 승강장 터에 지어져 있기 때문으로, 과거에는 철도가 지나던 어울마당로 쪽이 건물의 뒤편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형태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출처: 경의선숲길 길라잡이

문화와 휴식의 공간으로 탈바꿈한 철도, 경의선숲길

한편 경의선숲길은 당인리선과는 달리 이전에 열차가 다니던 노선의 부지를 공원화한 사례에 속한다. 경의선숲길은 마포구 연남동 연남교 교차로 인근에서 시작해 용산구 원효로1동 효창공원앞역 인근에서 종료되는 장장 6.3km에 달하는 공원으로, 2011년 3월 착공돼 2016년 5월에 완공됐다. 해당 공원 중 가장 유명한 구간이자 많은 인파가 방문하는 ‘연트럴 파크(연남동과 센트럴 파크의 합성어)’라고 불리는 연남동 구간(연남교교차로부터 홍대입구역 사이)이 경의선숲길의 대표격으로 인식되고 있다. 연남동 구간은 선로 부지 양옆으로 카페와 식당, 술집 등 다양한 요식업종이 발달해 있으며, 홍대입구역 근방 와우교 구간에는 ‘경의선책거리’가 조성되어 책의 전시 및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고 저자 사인회도 종종 개최되곤 한다. 또한 염리동 구간에서는 매주 주말 지역 주민들이 직접 만든 제품과 먹거리를 판매하는 대안시장 ‘늘장’이 열리기도 한다. 공원 부지 내에는 간이역 세트나 철로, 건널목 신호기 등 이곳이 예전에 철도였음을 알리는 시설들이 존재해 철도의 흔적을 찾기가 당인리선보다 비교적 쉬운 편이다.

▲옛 방송소앞역 터(위)와 서교동365의 옛 철길변 건물들의 외관(아래)

이렇게 경의선숲길은 서울 시내의 새로운 문화 및 휴식 공간으로서 탈바꿈했는데, 사실 경의선숲길은 어떻게 보면 이름이 잘못 지어졌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경의선숲길을 통과하던 옛 철도의 이름은 ‘경의선(京義線)’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곳을 지나다니던 철도의 이름은 원래 ‘용산선(龍山線)’으로, 용산역에서 출발해 경의선 가좌역으로 이어지는 경의선의 지선(支線)이었고, 앞서 언급되었던 당인리선은 이 용산선의 지선으로 기능했다. 이 용산선은 경의선에 비해 존재감이 약해 주로 화물열차 업무만 담당하던 노선이었는데, 2000년대 초반 경의선의 복선 전철화 사업 구간이 기존의 서울역~가좌역 간 경의선 구간이 아닌 용산역~가좌역 간 용산선 구간으로 변경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용산선 연선 주민들이 선로의 지하화를 요구하면서 기존의 지상 노반을 활용하는 것이 아닌 지하 구간에 선로를 신설하는 형태로 계획이 변경되었다. 이에 기존 용산선 부지가 유휴공간으로 남게 되었는데 이를 이용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경의선숲길인 것이다. 다만 개통 초기에는 용산선이 사실상 경의선의 역할을 대신했었고, 지금도 숲길의 지하로 이동하는 철도 노선이 ‘경의‧중앙선’인 만큼 완전히 틀린 이름이라고만 말하기는 어렵다.

 

철길의 흔적을 찾아 떠나는 여정

이렇듯 많은 이야기가 남아있는 당인리선과 경의선숲길, 과연 그 흔적들은 얼마나 남아 우리에게 옛 모습들을 전해주고 있을까? 직접 홍대거리와 경의선숲길을 걸으며 철도의 흔적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출발점은 당인리선의 종점인 당인리역이 있던 서강동 빌라단지. 이곳의 주차장들을 유심히 보면 바닥이 콘크리트뿐만 아니라 각종 자갈로도 이루어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 자갈들을 보면 마치 철로에 쓰였을 법한 형태를 띠고 있어 이곳이 옛 철도 부지였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큰길을 건너 상상마당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홍대입구역 방향을 기준으로 좌측의 건물들 사이사이에 남아있는 자갈의 흔적, 아스팔트 도로에 그어진 두 줄의 레일 형태의 흔적 등이 옛 철도의 존재를 알려준다. 이윽고 ‘서교동365’ 앞에 다다르면 다른 건물들과는 홀로 분리되어 옹기종기 모여있는 건물들이 보이는데, 이곳이 옛 방송소앞역 터이다. 높이가 다른 도로와 달리 다소 낮은 편이고, 상점 바닥 쪽을 유심히 살펴보면 콘크리트 포장 사이로 희미하지만 승강장 형태의 구조물이 있었던 흔적이 보인다. 그 이후 나타나는 ‘서교동365’에서는 앞서 말했던 시장 방향과 어울마당로 방향 간 건물 외관의 차이를 통해 간접적으로 철도가 있었던 시절의 모습을 추측할 수 있었다. 아쉽게도 서교동365부터 홍대입구역 사이에는 철도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을뿐더러 이곳이 철도였다는 안내 또한 없었다.

▲와우교 아래에 위치한 경의선숲길 간이역 세트(위), 인근 골목길의 건널목 차단기와 사람 동상(아래)

한편 홍대입구역에서 경의선숲길로 빠져나와 조금 걷다 보면 와우교 밑 간이역 세트장과 짧은 철로가 이용자들을 반기며 이곳이 옛 철길임을 상기시켜준다. 이러한 시설뿐만 아니라 각종 안내판에도 이곳이 어떤 곳이었는지를 알리는 안내가 당인리선 부지와는 달리 꽤 충실하게 되어 있었다. 발걸음을 조금 더 옮기다 보면 한 골목길 도로가 경의선숲길을 가로질러 가는데, 이곳에 건널목 차단기와 레일이 남아있어 옛 건널목의 형태를 잘 유지하고 있었다. 경의중앙선 서강대역을 앞두고는 선로 분기기와 두 갈래로 갈라지는 레일이 보이는데, 이곳이 옛 서강역 터이다.

 

이렇게 홍대 앞 철길이 지나다니던 길에는 수많은 이야기들과 이를 보여주는 흔적들이 숨어있지만, 이곳을 방문하는 많은 이들은 이를 모른 채 오늘도 홍대거리와 경의선숲길을 거닐고 있다. 이러한 사실들을 알고 이 공간들을 거닐게 되면, 항상 걷던 거리를 새롭게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 번쯤은 이 기사에 나타난 흔적들을 따라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 홍대거리 속 새로운 모습들을 느낄 수 있는 체험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김주영 기자  B881029@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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