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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와 자연, 그리고 건축을 조화시키는 건축가

강철희(건축공학76) 동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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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신이 만든 건축이며, 인간의 건축은 그것을 배워야 한다’ 세계적으로 칭송받는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i, 1852~1926)가 남긴 말이다. 인간의 건축은 자연을 닮았을 때 가장 아름답고 조화롭다고 여긴 가우디의 말처럼,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아름다운 건물을 창조하는 건축가가 있다. 바로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국립경기장, 중국 원난성 쿤밍 꽃박람회 컨벤션센터 등을 건축한 강철희(건축공학76) 동문이다. 위 건물들은 모두 동문이 꽃에서 영감을 받아 건축한 것으로, 그 아름다움은 높게 평가받고 있다. 이외에도 서울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 대구 월드컵 경기장 등을 건축해 국내외로 활발한 건축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건축가로서 사회와 자연, 그리고 건축이라는 분야를 조화롭게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현재 건축가로서 한국 건축가협회장직 및 본교 건축도시대학원 교수 등을 겸하며 건축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건축가를 직업으로 삼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원래 사회에 공헌하는 사회사업가를 희망했지만, 대학 진학을 앞두고 미래에 대해 고민하던 중 사회와 건축 사이에 깊은 관련이 있다는 건축가인 가족의 말을 들어 건축학과에 진학하게 되었다. 건축학과에 진학하고 처음부터 건물의 외형이나 모양에 관심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이후 전공 공부를 시작하고 이념을 외형적으로 형상화하는 건축의 속성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예를 들면 로마 시대에는 사람들이 신을 절대시 했기 때문에 종교적인 이념을 건축으로 형상화한 신전 건축이 유행했다. 이처럼 사람의 이념이나 생각을 이미지로 만들어내는 건축의 속성에 흥미를 가지며 건축가의 꿈을 키워나갔다. 최근에는 건축을 단지 재산이나 투기의 대상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건축을 하나의 문화 활동과 예술작품으로 생각한다면 그러한 사회적 풍조를 타파할 수 있을 것이다. 

▲강철희 동문이 설계한 에티오피아 국회의사당의 모습/출처: 종합건축사사무소 이상
▲강철희 동문이 설계한 에티오피아 국회의사당의 모습/출처: 종합건축사사무소 이상

Q. 동문은 고양시 종합운동장, 대구 월드컵 경기장, 2014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등 수많은 건축물을 설계했다. 이처럼 다양한 건축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물은 무엇인가?

A. 건축했던 건물들 모두 하나하나 기억에 남는다. 서울올림픽 공원 펜싱경기장의 경우 전 세계 최초로 공중에서 철근을 당기는 기법을 이용한 ‘지붕 막구조’를 도입했던 위험한 작업이었기 때문에 인상 깊다. 이외에도 설계한 여러 경기장들에서 유니버시아드 대회나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인천아시아게임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회가 많이 개최되었기 때문에 모두 기억에 남는다.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중국 푸단대학교(复旦大学) 100주년 기념 체육관 및 강당 건축 작업이다. 현상 공모에 당선되어 설계를 했는데, 결과물이 계획한 대로 잘 시공되어 지금까지의 작업 중 건축이 가장 잘된 작업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푸단대학교 100주년 기념 체육관의 모습/출처: 종합건축사사무소 이상
▲푸단대학교 100주년 기념 체육관의 모습/출처: 종합건축사사무소 이상

 

Q. 건축 설계를 시작하기에 앞서 설계를 하기 위해서는 영감을 주는 ‘소재’의 역할이 매우 크다. 특히 건축물이 많은 생각과 노력에서 탄생한 하나의 예술작품인 만큼 소재를 얻어 아름다운 건축물을 구상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 같다. 동문은 이러한 소재를 어디서 얻는지 궁금하다.

A. 주로 성경과 같은 서적, 묵상 등 종교활동을 통해 작업에 필요한 영감을 얻는 편이다. 지금까지 작업한 건축물에 많이 쓰인 ‘꽃’이라는 소재 역시 종교적 관점에서 봤을 때 좋은 소재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꽃’ 외에도 ‘구름’이라는 소재를 건축물로 형상화하려고 한다. 구름은 땅 위에서 올려보았을 때와 비행기에서 내려봤을 때 그 형태가 변화하듯 모양이나 성질 등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특징이 있으므로 그 특성을 어떤 구조로 표현하는가가 앞으로 연구해야 할 과제다. 연구를 통해 구름을 구현하는 건축물이 완성된다면, 앞으로 구름처럼 기능이나 외형이 다양하게 변할 수 있는 건축물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국립경기장의 모습/출처: 종합건축사사무소 이상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국립경기장의 모습/출처: 종합건축사사무소 이상

Q. 동문은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국립경기장과 중국 원난성 쿤밍 꽃박람회 컨벤션센터 같이 ‘꽃’을 형상화하는 건축물을 많이 설계했다. 이처럼 ‘꽃’이라는 소재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A. 중국 원난성 쿤밍 꽃박람회 컨벤션센터를 건축하게 되었을 때, 우연히 꽃 사진이 담긴 화보를 보게 되었다. 화보집에 담겨있는 꽃 사진들을 보고 ‘꽃을 소재로 삼아 건물을 설계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꽃을 형상화해 시공을 마친 꽃박람회 컨벤션센터 건물이 매우 아름답고 조화로웠다. 이때부터 꽃에 주목해 꽃 사진을 자주 찍으며 이를 이용한 건축물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이후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국립경기장을 설계할 때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에티오피아의 아비 아머드처럼 민중과 그들의 화합을 의미하는 경기장을 꽃이라는 소재를 이용해 설계하고 싶었다. 모든 건축 작업에 꽃을 형상화하지는 않지만, 꽃은 잎의 모양부터 줄기나 뿌리 등 모든 외형적인 면에서 질서가 뚜렷하고 상징적으로도 아름다움을 의미하기 때문에 어떠한 건축물에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소재라고 생각한다.

▲2019 대한민국건축문화제에서 개회사를 하는 동문의 모습/출처: 뉴스핌
▲2019 대한민국건축문화제에서 개회사를 하는 동문의 모습/출처: 뉴스핌

Q. 지난 이십여 년간 건축이라는 분야에서 쉼 없이 달려왔다. 앞으로 건축가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A. 앞으로 숨겨진 능력 있는 건축가들을 많이 발굴해 세상에 알리는 것이 제1의 목표다. 현재 건축계는 건설경기 침체로 어려운 상황이다. 아무리 건축가로서 능력이 탁월하더라도 자신의 실력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으면 건축 의뢰를 받는 것이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건축과 관련된 공부를 많이 해서 좋은 건축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실력 있는 후배들을 많이 양성하고 싶다.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현재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 교수직을 맡아 교육자로도 활발하게 활동하며 후배 양성에 힘쓰고 있다. 건축도시대학원 교수로서 후배들을 교육하고 그들과 소통하며 수년간의 건축가 활동으로 얻어온 건축 관련 지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건축가로서 좋은 건축가를 많이 발굴하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하려고 한다.

 

Q. 현재 본교에 재학하며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후배들에게 선배로서 조언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

A. 다른 사람들은 흔히 좋아하는 일을 찾으라고 조언하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일만 찾기보다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위대한 일’을 구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일이 사회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해보라. 그러한 고민에서 비롯해 위대한 일을 구상하면 보다 깊은 사고가 가능해지고,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만약 사회에 도움이 되는 위대한 일을 구상했다면 머리로만 생각하지 말고 직접 전문가나 선배들을 방문해 관심 분야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직접 발로 뛰며 더 나은 일을 구상해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멋진 사람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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