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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아쉬운, 아니 사실은 ‘특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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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에는 이 순간이 오고 말았다. 노트북 앞에서 숱한 밤을 지새우며 제발 빨리 와달라고 빌었던 순간, 그러면서도 막상 그 순간을 생각하면 괜히 아쉬운 마음에 눈물이 날 것 같았던 순간, 지금 이렇게 코앞까지 다가와 버린 이 ‘마지막’이라는 순간.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항상 그 순간을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이제는 두 번 다시 경험할 수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각별한 마음이 드니 말이다. 그래서 기자는 이렇게 어느덧 훌쩍 다가온 S동 211호에서의 마지막을 아쉽기보다는 ‘특별한’ 순간으로 기억해보려 한다.

사실 위기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모든 순간이 위기이자 고난이었다. 이곳에서 수없이 흔들리고, 남몰래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심각한 회의감에 빠지기도 했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엄청난 분량의 기사를 완벽하게 써내야 했고, 겨우 완성한 기사는 매주 평가의 저울대 위에 올려졌다. 이렇게 치열한 전쟁을 한바탕 겪고 나면 몸도 마음도 지쳐, 모든 의욕을 잃어버렸다. 그 과정에서 많은 동기와 선배, 후배들을 잃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대체 무엇 때문에 기자는 끊임없이 S동 기자실로 향했는지 모르겠다. 막 입사했을 때 갖던 ‘기자’라는 꿈이었을 수도 있고, 바쁜 일상을 보내면서도 멋진 기사들을 턱턱 써내던 선배 기자님들처럼 되고 싶다는 마음이었을 수도 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곳에서 보낸 시간이 마냥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기자의 대학 생활 중 절반 이상은 신문사로 꽉 채워졌고, 우습게도 훗날 대학 시절을 떠올린다면 가장 먼저 생각날, 정말 ‘특별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더욱 웃긴 것은 따로 있다. 훗날 홍대신문을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게 될 것은 기자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타인의 이야기일 것 같다는 것이다. 고난에 흔들리는 서로를 잡아주고, 함께 버텨주며, 틈틈이 즐거운 이야기를 하며 함께 웃기도, 때로는 함께 눈물을 흘리기도 했던 다섯 명의 동기들의 이야기 말이다. 기자는 지인들에게 신문사 동기들을 소개할 때 ‘전우(戰友)’라는 표현을 사용하곤 한다. 우리는 단순히 같은 기수라는 숫자를 공유하는 사이가 아니라, ‘신문사’라는 전장(戰場)에서 승리를 위해 동고동락하는 동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국 우리는 이렇게 그 승리의 끝에 와있다. 지금까지 ‘동기’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이들이 스쳐 지나갔지만, 마지막까지 남아 우리들의 이야기를 함께 마무리할 소중한 동기들인 시윤, 성준, 주영, 주형, 채원에게 이 글을 빌려 꼭 이 말을 전하고 싶다. 지금까지 함께 버텨줘서 고마웠고, 당신들은 내가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들 중에 가장 특별하고,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그리고 이 마지막 순간까지 달려온 기자 자신에게도 말하고 싶다. 그동안 수고했고,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너는 성공한 사람이라고.

 

-2020년 10월 30일, S동 211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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