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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망 피에르 페르낭데, <화려한 제품 Colorful Production>(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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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망 피에르 페르낭데, 화려한 제품 Colorful Production, 가전제품,160x60x400cm, LG인화원 기증
▲아르망 피에르 페르낭데, 화려한 제품 Colorful Production, 가전제품,160x60x400cm, LG인화원 기증

  홍익대학교 야외 조각물 중 유일하게 외국 작가의 작품인 <화려한 제품Colorful Production>(1989)은 누보 레알리즘 작가 아르망 피에르 페르낭데(Armand Pierre Fernandes, 프랑스, 1928-2005)의 집적 시리즈 중 하나이다. 아르망의 작품은 폐기물을 유리 상자에 넣어 만든 《소포》 시리즈 , 같은 물건을 대량으로 모아놓은 《집적(集積)》 시리즈, 타이프라이터나 바이올린과 같은 물건을 부분 해체하여 포효하는 것 같이 배열시킨 《분노》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아르망은 일상의 물건을 아상블라주(Assemblage, 사물을 본래 용도와 맥락에 관계없는 3차원 공간에 재배치하여 쌓아 놓는 것)하여 기존 소비문명 체제가 가진 문제를 제기하고 이에 대한 해방 욕구를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LG 인화원이 홍익대학교에 1989년 기증한 <화려한 제품 Colorful Production>은 아르망의 《집적》 시리즈 중 하나인데, 이 작품은 문헌관 로비층 전면에 위치하고 있으며 회색 톤의 건물 내부와 대비되어 다채로운 색감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아르망은 누보 레알리즘(Nouveau Rélism)의 대표적 조각가이다. 이 누보 레알리즘이라는 사조는 1960년 4월 밀라노의 아폴리네르 화랑에서 젊은 미술가들의 그룹전이 열리게 되었을 때, 프랑스의 평론가 피에르 레스타니(Pierre Restany 1930-2003)가 쓴 서문에서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신 사실주의’로도 번역되며 전후과학의 발달과 물질주의가 팽배했던 소비사회를 배경으로 탄생한 미술 운동이라 할 수 있다.

  아르망의 ‘집적’에서는 도입된 사물들이 원래의 평범한 실용품으로서의 외관을 그대로 지닌 채 축적되었기 때문에 관람객은 우선 그들에게 익숙한 다량의 사물들의 모임이 지니는 또 다른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동시에 작품의 전체적인 형태에 초점을 맞출 때 그들은 사물들의 모임에서 오는 통일감과 함께 조형성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아르망의 집적 작품은 현대 소비 사회와 관련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는 도처에서 집적 현상이 목격된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어 매장에 쌓이는 생산물에서부터 그것들이 소비되고 나오는 쓰레기까지 끊임없이 집적이 일어나고 있다. 아르망은 현대 사회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가득 채운 공간을 제시하며 기존에 고귀하다는 인식이 있던 예술에 대한 위상을 비판하고자 하였다. 즉, 아르망의 작품에서 관람객은 순수 조형적인 가치와 사회적인 의미를 복합적으로 읽어낼 수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그는 다다적인 반항의식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헌 사물들을 집적함으로 인해 낡은 사물에서 사용자들의 흔적과 체취를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점은 미술가의 유일하고 독창적인 행적을 추구 했던 추상미술에 대한 일종의 반항적 태도라고 해석 가능하다. 이 시대 미술가들은 그들이 살고 있던 사회, 문화를 반영하고, 기존 미술에 대한 반항심을 가지고 작업하였다. 이러한 불굴의 의지는 기존 예술이 체제를 벗어나 실험적 작업을 지속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여 주었고 그들의 원동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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