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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한국 사회의 ‘계륵’인가?이건희 회장 별세로 남겨진 ‘상속세’ 논란을 톺아보다
▲출처: 로톡뉴스

지난 10월 25일(일)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향년 78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지분 가치만 18조 원이 넘는 이 회장의 재산은 이재용 현 삼성그룹 부회장을 비롯한 그의 자녀들이 상속받게 됐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속세가 10조 원을 초과해, 과도한 금액이라는 보도가 경제지·보수지를 중심으로 쏟아졌다. 또한, 청와대 국민청원에 삼성의 상속세 폐지를 요구하는 게시물이 올라오는 등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번 논란에서 핵심적인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삼성 일가의 상속세는 10조 원을 넘는가. 둘째, 우리나라의 상속세가 선진국과 비교해 높은 것이 사실인가. 마지막으로, 상속세로 인해 가업(家業)을 포기하는 사례가 사실인가. 차례대로 팩트체크를 해보도록 하자.

 

첫 번째 쟁점: 삼성 일가의 상속세는 10조 원 이상인가?

기본적인 상속세 계산을 위해서는 우선 이건희 회장의 주식평가액을 알아봐야 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0월 23일(금) 종가 기준 이건희 회장의 보유 주식 수와 평가액은 각각 △「삼성전자」 2억 4927만 3200주(15조 62억 원) △「삼성전자」 우선주 61만 9900주(330억 원) △「삼성생명」 4151만 9180주(2조 6199억 원) △「삼성SDS」 9701주(17억 원) △「삼성물산」 542만 5733주(5643억 원)이다. 이를 토대로 이 회장의 주식평가액을 총합하면, 18조 2251억 원에 달한다. 이 금액이 이건희 회장의 별세로 삼성 일가에 증여된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 증여액을 기준으로 △1억 원 이하 10% △5억 원 이하 20% △10억 원 이하 30% △30억 원 이하 40% △30억 원 초과 50%의 상속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증여액이 30억 원을 훌쩍 뛰어넘기에 50%의 상속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위 내용과 관련해 한건희 세무사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에 해당하는 주주의 주식에 대해서는 위와 같이 평가한 가액의 20%를 가산한다”라고 밝혔다. 이건희 회장은 위 네 회사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에 해당하기 때문에 20%의 추가 할증이 붙게 된다. 따라서 이건희 회장의 주식평가액 18조 2251억 원에 추가 할증 20%를 먼저 가산해보면 약 21조 8700억 원이며, 이 금액에 50%의 세율을 적용하면 약 10조 9350억 원이다. 이때, 상속세를 자진 신고할 시 3%를 공제받을 수 있어 이건희 회장의 상속세 추정 금액은 약 10조 6069억 원이다. 따라서 일부에서 제기한 삼성 일가가 10조 원 이상의 상속세를 납부할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에 가깝다.

다만, 상속세의 기준이 되는 실제 주식평가액은 고인 사망일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 동안의 평가액에 평균을 계산하여 정한다. 이로 인해 삼성 일가가 납부해야 할 실제 상속세 금액은 10조 6069억 원과 미세한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10조 원 이상의 상속세라는 결론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한편, 삼성 일가가 상속세 납부를 위해 ‘연부연납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연부연납제도란 상속세의 1/6을 먼저 납부하고, 나머지 금액은 연이자 1.8%를 적용해 5년간 분할 납부하는 제도이다. 실제 오뚜기 함영준 회장과 LG 구광모 회장이 상속세를 납부할 때 위 제도를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삼성가(家)의 구체적인 상속세 납부 방식은 현재 밝혀지지 않았다.

 

두 번째 쟁점: 우리나라의 상속세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높은가?

한건희 세무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상속세 법정 최고세율은 50%로 OECD 국가 중 일본(55%)에 이은 세계 2위지만, 최대주주 할증 과세를 적용하면 60%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미국의 세금 정책 연구소인 ‘Tax Foundation’의 2015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OECD 34개 국가 중 △세르비아 △슬로베니아 △호주 △오스트리아 △캐나다 △에스토니아 △이스라엘 △멕시코 △뉴질랜드 △노르웨이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스웨덴 등 13개 국가가 처음부터 상속세가 존재하지 않았거나 폐지된 상태이다. 일본·한국·프랑스·영국·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도 상속세율이 35%를 초과하지 않는다. 이러한 자료들을 보면,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듯하다.

그러나 위와 같은 명목세율의 실체를 뜯어보면, 다른 결과가 도출된다. 비과세와 공제를 제외한 상속세 실효세율을 살펴보자.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 2018년 우리나라 상속세 실효세율을 27.9%라고 밝혔으며,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지난해 우리나라 실효세율을 19.5% 정도라고 전한 바 있다. 이는 명목 상속세율의 절반 이하에도 못 미치는 수치이다.

또한 일부 서구 국가의 상속세가 낮거나 존재하지 않는 이유로 우리나라와는 다른 서구의 경영 문화가 꼽힌다. 서구의 기업은 대개 전문 경영인을 두고 회사를 운영하기에, 기업 상속을 하는 경우를 찾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은 100여 개의 기업을 보유하고 있으나 ‘소유하되 지배하지 않는다’라는 원칙을 두고 경영권을 독점하지 않고 있다. 이외에도, 국가마다 다른 상속세 공제 혜택의 차이와 스웨덴처럼 과다한 세금 징수로 인해 상속세를 따로 청구할 수 없는 상황 등도 국가별 단순 상속세율 비교가 적절하지 않다는 근거로 작용한다.

 

세 번째 쟁점: 상속세로 가업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사실인가?

지난 20일(금),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가업 승계를 두 번만 하면 상속세 때문에 회사를 포기해야 한다는 기업인들의 토로는 자조가 아닌 현실”이라며 “상속세를 손봐야 한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양 의원의 발언처럼 상속세는 가업 승계를 하지 못하게 하는 원인일까?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자. 손톱깎이 산업 세계 1위 기업 「777(쓰리세븐)」은 지난 2008년 고(故) 김형규 회장의 별세로 생긴 약 150억 원의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잠시 다른 기업에 지분 전량을 매각했으나, 창업주 일가가 경영권을 계속 보유하고 있었다. 창업주 일가는 1년 후 다시 지분을 매입하고 대주주의 자리에 복귀했다. 또한 지난 2017년 홍콩계 사모펀드에 지분을 매각했던 밀폐 용기 제조업체 「락앤락」도 해당 지분 매각은 세계적 기업으로 회사를 성장시키기 위해 내린 판단이라며, 당시 제기된 상속세로 인한 매각설에 총수 일가가 직접 선을 그은 바 있다. 「락앤락」 측은 지분 매각 후에도 총수 일가가 재투자 등을 통해 경영에 참여할 계획임을 밝혔다.

양 의원의 발언은 상속세로 인해 총수 일가의 회사 경영 혹은 소유가 어려워진다는 일부 주장과 그 결이 맞닿아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사례를 참고해 볼 때, 상속세로 총수 일가의 회사 경영이나 소유가 어려워진다는 판단은 다소 섣부른 측면이 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10조 이상의 상속세를 납부하게 된 삼성 일가의 경영 시스템 변화가 예상된다는 의견은 유효해 보이나 상속세로 삼성 일가의 경영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일부에서 제기되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

한편 상속재산 중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는 유가증권의 비중은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상속재산 중 유가증권 비중은 평균 12%에 불과하다. 반면 27.4%의 비중을 차지하는 건물과 36.3% 비중의 토지를 총합한 수치는 60%를 넘어선다. 일부 기업 일가의 지배권 상속을 위하여 상속세율을 낮추면 사회 전체적으로 부의 세습이 심해져 계층 간 불평등 구조가 굳어질 우려가 크다. OECD는 이미 2018년 전 세계적으로 자산 불평등이 심각해지는 상황에 대해 상속세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상속세는 1950년 법 제정 이래 헌법 제119조 2항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 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에 따라 경제 분야의 질서와 기회균등을 유지하기 위해 존재해왔다. 이러한 상속세의 개선을 요구하려면, 어떠한 배경에서 상속세가 부과되었는지, 그리고 상속세가 현실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지 알아보려는 태도를 먼저 견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문헌]

최명근·조경엽, 『상속세, 경제적 기회균등 보장하는가?』, 한국경제연구원, 2006

 

박주형 기자(timpark0912@mail.hongik.ac.kr)

문수현 기자(harumoon20@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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