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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통해 수의사와 동물의 권리를 보호하다

수의사 신문 『데일리벳』 대표 이학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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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구 천만 시대’라고 불리는 현재, 동물의 건강과 복지의 중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들의 가족인 동물을 치료하고 그들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수의사의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이들 중에서도 한 손에는 의료기구를 쥐고, 다른 한 손에는 펜을 쥐어 글을 통해 동물의 건강과 수의사들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노력하는 이가 있다. 바로 한국 최초 수의사 신문 『데일리벳』을 창업한 이학범 대표이다. 그는 수의사이자 언론인으로서 『고양이님, 저랑 살만 하신가요?』(2017), 『수의사가 말하는 수의사』(2019), 『반려동물을 생각한다』(2019) 등의 저서를 발표하고, <용감한 기자들>, <쿨까당> 등 다양한 TV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며 여러 방면에서 동물권과 수의사 권리에 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수의사로서의 삶과 우리나라의 동물권 현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Q. 현재 ‘글 쓰는 수의사’로서 수의사 겸 언론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수의사 신문인 『데일리벳』을 창간하게 된 계기와 그 과정이 궁금하다.
A.
 의대에 재학 중인 동기가 읽던 『청년의사』라는 신문을 보고, 의사 신문의 존재를 알게 됐다. 이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수의사를 제외한 모든 전문직마다 해당 직종 관련 신문이 존재함을 알고, 수의사 신문의 필요성을 느껴 친구와 함께 신문 창간을 준비했다. 당시 1,000만 원이라는 적은 예산으로 직접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등 창간을 위해 많은 고생을 한 기억이 난다. 이러한 약 3~4개월의 준비 과정 이후 2013년 4월에 『데일리벳』을 창간했으며, 올해 7년 차가 되었다. 『데일리벳』은 현재 나와 함께 창간을 준비했던 친구, 그리고 전국의 10개의 수의과 대학별로 각 1명의 학생 기자를 뽑아 총 12명의 기자가 함께 발간을 이어가고 있다.

 

Q. 수의사로 활동하면서 가장 보람 있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
A.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재학 당시, ‘팔라스’라는 동물 의료봉사동아리의 회장을 맡았다. 동아리에서 국내외로 동물 의료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무척 보람 있었다. 그때 당시의 활동이 기억에 남아 현재까지도 틈틈이 유기견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동물을 좋아하는 개인이 직접 운영하는 사설 보호소의 경우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설 보호소보다 관리가 미비하여 동물들 간의 전염병 확산과 교배를 통한 개체 수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르다. 이 때문에 수의사들이 봉사활동을 통해 보호소 내 동물들에 대한 예방접종과 중성화 수술 등을 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수의사가 아니더라도 보호소 청소나 유기견 산책과 목욕 등의 봉사활동을 할 수 있다. 특히 사설 보호소의 경우 늘어나는 개체 수에 비해 일손이 부족하여 도움의 손길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Q. 임상 수의사의 경우 노동 강도가 높으며, 특히 살처분 동원 수의사들의 경우 정신적, 윤리적 스트레스가 극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A. 
동물병원에서 일하는 임상 수의사들의 스트레스는 매우 극심하다. 특히 동물은 수명이 사람보다 짧고 안락사를 시키는 경우도 많아 동물의 죽음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것에서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또한 살처분에 동원되는 공무원 수의사나 군 복무 수의사의 경우 동물을 살리기 위해 수의사가 됐지만, 그들을 살처분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어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우리나라에 구제역이 심하게 확산했던 2011년 당시 공중방역 수의사로 일한 경험이 있는데, 한 달 넘게 몇천 마리의 소를 안락사시키면서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었다. 물론 살처분에 투입된 수의사들의 경우 나라에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진료 상담을 받을 수 있지만, 이외에는 수의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가 부재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수의사들부터 노력해야 할 것이다. 수의사들끼리 모여 힘든 경험을 나누고, 수의사 협회에서도 정신과 병원과 협업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는 수의사들이 무료로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Q. 반려동물 관련 지출 중 진료 예방 및 치료비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에 큰 부담이 되기 마련인데, 이러한 부담을 줄일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사람의 경우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건강보험 덕분에 대부분의 진료비를 국민의료보험공단에서 지원받는다. 하지만 동물의 경우 진료비 전액을 보호자가 부담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싸게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병원에서 청구하는 순 진료비만을 비교한다면, 사람의 진료비가 동물의 진료비보다 비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방안은 동물 의료보험제도를 확립하는 것이다. 하지만 해당 제도에 대한 사람들의 동의를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진료비 부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인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싶다. 사기업에서 진행하는 ‘펫 보험’에 가입하는 방법과 개인적으로 적금을 들어 반려동물이 아플 때마다 진료비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Q. 유기동물의 수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어 이를 수용하는 보호소에서조차 관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유기동물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에는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A. 
현재 매년 12만 마리, 하루에 3~400마리의 유기동물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잃어버린 동물과 버려진 동물을 합한 것이다. 잃어버린 동물을 줄이기 위해 2014년부터 ‘동물등록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아직 자신의 반려동물을 등록하지 않은 보호자가 많다. 현재 이에 대한 단속을 진행해 반려동물을 등록하지 않은 보호자에게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이를 모두 단속하기란 어렵다. 따라서 반려동물을 등록한 후에 분양 및 입양을 받을 수 있도록 개정된 동물등록제가 온전히 정착되면 유실동물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유기동물의 수가 늘어나는 주요 원인에는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낮은 장벽도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누구든지 펫샵 등에서 쉽게 반려동물을 입양 및 분양을 받을 수 있는데, 이는 사람들로 하여금 반려동물을 집에 데려오고 버리는 것을 쉽게 생각하게 만든다. 독일처럼 면허 시험을 통해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더라도, 반려동물을 키우기 전에 사전교육을 진행한다면 유기동물의 증가를 조금이나마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Q. 최근 △헌법에 동물 보호 의무 명시 △민법상 물건인 동물을 생명체로 보장 △동물 학대의 법적 사각지대 해소 등 동물권 보장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수의사로서 우리나라의 동물권 현실은 어떤 상황이라고 보는가?
A. 
일각에서는 동물권 보장에 앞서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존재한다. 하지만 한 권리가 보장된다고 해서 다른 권리가 침해되는 것은 아니므로, 인권과 동물권 보장을 함께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현재 정부에서는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하는 등 동물권을 보장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의 동물권 수준은 매우 낮은 상황이다. 특히 현행법상 동물은 물건으로 취급되고 있어 동물을 해치는 행위는 타인의 물건을 해한 것과 같이 재물손괴죄가 적용된다. 그렇다고 동물이 사람과 똑같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과 ‘물건’으로만 나누는 이분법적인 체계에서 ‘동물’이라는 항목을 추가해 삼분법적인 체계로 바꾸어 동물을 하나의 생명체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본교 학생들에게 조언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가?
A. 
현재는 무조건 성공하는 직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의 인식처럼 수의사나 의사 등의 전문직 자격증을 딴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흔히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교, 좋은 과에 가서 좋은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말도 더이상 의미가 없다. 앞으로는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는 것이 성공의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기준에 맞춘 일보다 스스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보기를 바란다. 또한 ‘융합’의 시대라고 불리는 현대에는 한 분야에서 정해진 일만 하는 것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정해진 분야 외에도 다양한 것을 시도하며 새로운 시각을 갖고, 남들과 차별화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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