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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동에서 살아남기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 지났다. 여러 기사를 써냈던 시간 속에서 기자는 오피니언 코너를 맡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틀과 형식을 따르는 것에 익숙한 기자에게 백지와도 같은 이 코너는 피하고 싶은 두려움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두려움에 항상 오피니언 코너를 맡지 않기를 바라며 도망쳐왔다. 운 좋게도 이 도망은 입사한 지 두 달여가 지난 준기자 이후 지금까지도 이어질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마지막을 맞이하기 위해 두려움을 받아들이고 솔직한 마음을 적어보려 한다.
기자는 한 번뿐인 대학 생활을 단지 바쁘고 알차게 보내고 싶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S동 기자실에 처음 발을 디뎠다. 평소 그랬듯 흐르는 대로 살지 않고 처음으로 무언가 혼자 결정했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입사 후 기자가 본 풍경은 모두 표현하듯 전쟁터와 같은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신문사에서의 활동은 처음 느껴보는 막중한 부담감을 안겨줬다. 가장 늦게 들어온 탓에 누구보다 빨리 2년 차 기자가 됐고, 이 때문에 수습기자와 마찬가지인 동시에 선배기자로서 역할을 해야 했다. 더불어 취재는 매 순간 변수가 존재해 ‘불확실함’에 대한 불안감을 주었다. 이러한 ‘불확실함’은 점차 신문사 생활을 지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었다. 지인들은 힘들어하는 기자를 보며 왜 그만두고 나오지 못하냐며 다그치기도 했다. 기자의 지도교수님은 학업에 열중해야 할 시기에 신문사 활동에 치우치지 말라면서 크게 혼을 내기도 했었다. 그러면서도 기자는 신문사를 벗어날 수 없었다. 그때 교수님은 혼을 내면서도 신문사를 나오지 못할 기자를 아는 듯 이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라는 위로의 말을 덧붙이셨다. 기자는 과연 이 특별한 경험 하나를 얻기 위해 남아야 하는 것일까 많이 고민했었다. 그러나 어느새 시간이 흘러 앞서 있는 동기들을 쫓아가기 급급하고 작은 실수 하나로 전체에 타격이 갈까 전전긍긍하던 수습기자는 벌써 3년 차 기자가 되어 마지막 S동 211호를 쓰고 있다. 무엇이 이렇게 기자를 단단히 만들어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게 할 수 있었을까.
물론 기사에 관한 피드백과 비난의 목소리, 가끔의 응원은 기자를 단단하게 만드는 데에 한몫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다. 언젠가 힘든 신문사 생활 속에서 결국 남는 것은 인간관계뿐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말마따나 이곳에 끝까지 남아있게 한 결정적인 이유는 지금까지 신문사라는 부담을 같이 들어준 다섯 명의 동기들이다. 흔히 대학 친구는 진정한 친구가 아니라던데 전쟁 같던 생활 속에서 끝까지 곁을 지켜준 동기들이 진정한 친구가 아니라면 도대체 누구를 친구라고 부를 수 있을까. 유난히도 다사다난했던 시간을 보낸 우리는 누구보다도 특별할 것이라고 믿고 싶다. 여러 번의 시련을 안겼던 신문사에서의 기억을 즐겁게 바꿔준 동기들에게 고맙다는 말과 함께 대학 생활의 대부분을 차지한 이 기억들은 앞으로 살아가는 데에 없어서는 안 될 밑거름이 된 추억이 되었다고 전하고 싶다.
끝이 없을 것 같던 신문사에서의 시간이 벌써 막바지라는 것이 실감이 잘 나지는 않는다. 아마 여기까지가 ‘기자’로서 쓰는 마지막 글이 될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는 매번 이 시기에 실리는 진부한 얘기이며 심지어는 푸념 글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저 지나칠 수도 있는 이 글이 신문사 생활을 마무리하는 우리에게는, 곁을 지켜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는 편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채원 기자  won6232@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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