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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존재의 공백을 채우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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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존재와의 이별은 그 존재와 공유하던 추억을 더욱 상기시킨다. 그러한 공백은 우리의 마음에 때론 공허함을 만들어 평범했던 일상을 흔들기도 한다. 최근 14년 동안 키운 나의 소중한 반려견 ‘만나’는 우리 가족을 떠나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반려견 만나가 죽은 후, 나는 큰 충격에 빠져 며칠 동안 할 일도 미룬 채 누워만 있는 무기력한 일상을 반복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너무나 건강하고 활발한 아이였는데,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로 결국 나의 곁을 떠나게 된 만나. 그는 내가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나를 항상 반겨주고 잠들 때면 언제나 나의 곁에 누워있던 소중한 아이였다. 물론 추억 속에 항상 즐거웠던 순간만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제는 이런 기억들 마저도 나에겐 한편의 그리운 추억으로 남았다.
만나를 떠나보낸 후, 나는 가족을 포함한 다른 이들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켰다. 그리고 만나와 있던 기억을 곱씹으며 이별로부터 오는 슬픔을 오롯이 혼자 감내하며 그리움의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슬픔의 무게는 혼자 짊어지기엔 너무 거대했다. 결국 나는 과거의 기억에 매몰되어 현재 해야 할 일들에 소홀해짐을 깨닫고, 슬픔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이럴 때에는 학업이나 일에 매진하는 것도 마음을 추스릴 좋은 방법이지만, 내가 이별에 대처한 방법은 조금 달랐다. 오히려 나는 만나의 존재를 잊으려 노력하지 않고 그 존재와의 추억을 기억하고 공유하여 이별 앞에 나아갔다.
처음에 나는 가족들에게 솔직한 지금 나의 심정을 털어놓았다. 만나의 부재로부터 오는 슬픔과 과거 그와 함께했던 크고 작은 추억들까지도 전부 가족들과 공유했다. 그러자 가족들도 만나가 죽으면서 느꼈던 각자의 경험들을 공유했고, 자연스레 우리는 서로의 슬픔을 보듬어주었다. 또한 이웃들에게도 만나의 죽음과 그를 보내주면서 느꼈던 속상함을 솔직하게 표현했다. 이웃들은 매일 만나와 같이 산책 나갔던 내가 있었으니 그래도 가는 길이 너무 불행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말하면서 그에 대한 진심어린 애도를 표했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만나에게 마냥 못난 주인이 아니었음을 느꼈고, 자책감으로부터 점차 벗어날 수 있었다. 이렇게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열고 가족들과 이웃들에게 나의 슬픔을 나누면서, 나는 더 이상 이별을 부정하지 않게 되었다. 그제서야 나는 그가 죽은 이후 한 번도 가지 못했던, 만나의 유골이 묻힌 나무로 향했다.
만나와의 추억들과 그에 얽힌 희로애락들을 곱씹으면서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이 눈물은 나 혼자 방안에 고립시키며 흘렸던 비탄의 눈물과는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만나가 떠난 것을 드디어 받아들여 그를 정말로 보내주기 위해 흘리는 애도와 추모의 눈물이었다. 나는 만나와의 이별로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너무나 괴롭고 슬프지만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은 내가 부정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온전히 받아들일 때 비로소 슬픔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삶의 아이러니도 깨달았다. 결국 만나는 떠나가면서까지 나에게 힘과, 깨달음의 발판이 되어 주었다. 정말로 미안하고도 고마운 나의 막냇동생이었다.
소중한 존재와의 이별은 슬프고, 모두가 피하고 싶은 일이다. 하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와 불가피하게 이별을 맞이했을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우리는 오히려 그 존재의 부재를 정면으로 보아야만 한다. 즉, 이별로 느꼈던 심정을 회피하기보단 솔직하게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자신의 감정이 어떠한지 잘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존재의 부재로 인해 자책 속에 살았던 자신을 너무 부정적으로만 바라보지 않을 수 있게 된다. 그러니 소중한 무언가가 없어졌을 때는 오히려 그의 부재를 잊으려고, 괜찮으려고 애쓰지 말고 오히려 함께했던 추억을 온전히 되새겨보자. 그 과정 속에서는 힘들었던 자신을 잠시 다른 이들에게 맡겨보는 것은 어떨까? 이 과정을 함께한다면, 아마 당신 또한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나누는 것 또한 소중한 존재를 진정으로 추모하는 하나의 길임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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