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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겨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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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에는/봄이 왔다//서울은 모르는/봄이 왔다//메마른 들/가로질러 온 내게//목포, 진도, 팽목항은/슬프고도 따스한 봄/나누어 준다//갓 푸른 빛 도는 들/고랑 이랑 보드라운 논밭/말없이 맞아주는 뽀얀 하늘//길모퉁이 돌아서면/임회 보건지소/전남 카오토미션 수리소/이렇게 깊은 포구였나?/그래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발에 피고름 찬 아빠/걸을 때야 속이 풀린다 는 엄마/나도 벌써 아이들 아빠다//파릇파릇/벌써 봄은 이곳에 내렸는데/나는 겨울 노란 리 본 따라/팽목으로 간다//바로 거기/봄꽃이 피어 있다//그날 돌아오도록/아무 것도 잊지 않은 /우리들이/피어 있다
_방민호, 「진도에 봄」

2015년 1월 1일(목) 당시 해양수산부는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하 세월호 특별법)을 시행했다. 이 법은 세월호 참사의 명확한 진상규명, 참사 피해자와 그 가족에 대한 지원 등을 목적으로 두고 있었다. 이와 같은 시대적 맥락 속에서 쓰인 위 시의 화자는 ‘봄’을 바라보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내비친다. 차디찬 겨울을 지나오며 “목포, 진도, 팽목항은/슬프고도 따스한 봄/나누어 준다”라며 생명에의 따듯한 희망을 보기 시작한다. 덧붙여 이 시에는 ‘임회 보건지소’, ‘전남 카오토미션 수리소’ 등 일상성이 느껴지는 시어들이 다수 등장한다. 이를 통해 재난에 의한 비극적 세계에서 일상적 세계로의 전환을 가시화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화자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 완전한 진상규명이 될 것이란 전제하에 희망의 현실화와 재난에 전복되었던 세계로부터 일상성이라는 사회 구조로 편입하려는 회복성을 드러낸다.
허망하게도, 화자가 꿈꾸었던 봄은 오지 않았다. 「세월호 특별법」에 따라 진상조사를 위해 설치된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 1기가 당시 정부·여당의 방해로 무기력하게 종료된 것을 고려하면,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화자의 희망은 헛된 것이었다. 하지만 2016년 겨울, 대통령 선거를 바라보는 화자는 자신의 바람이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였던 당시 선거 유세에서 “세월호 진실, 끝까지 규명하겠습니다”라고 외치며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다. 문 대통령이 당선되고 시민사회는 세월호가 왜 침몰했고 그 안에 있던 희생자들을 왜 구조하지 못했는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알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3년. 아직 두 질문에 대한 답은 나오지 않은 채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특조위 조사 외에도 ‘사회적 참사 진상규명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사참위)와 여러 번의 검찰 조사 등이 이어졌지만, 진상은 밝혀지지 않았고 구조결함설·암초 충돌설· 내부폭발설 등 온갖 설만이 떠돌고 있다. 또 처벌된 이는 달랑 세월호 선장과 선원, 이들만을 구조한 해경 123정의 김경일 경장뿐이다. 물론 3년간 변화가 없었다고 할 순 없다. 현재 세월호 참사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고, 사참위는 활동 중이다. 그러나 사참위의 조사 기간은 올해 12월 10일(목)로 종료되며, 보고서 작성 기간 3개월이 추가로 지나면 사참위의 모든 활동은 끝난다. 더불어 내년 4월 15일(목)로 ‘직권남용’이나 ‘업무상과실치사상죄’ 등 범죄의 공소시효가 만료된다. 그렇게 되면 진상규명은 어려워질뿐더러 처벌받아야 할 자들이 처벌받지 못하게 된다. 이에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는 진상 파악의 근간이 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관련 대통령기록물 공개와 사참위의 조사 기간 연장 등을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 2건을 올렸다. 해당 청원은 지난달 31일(토) 청원자 10만 명을 넘겨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다뤄지게 되었다. 하지만 국회는 다른 안건들로 치열하게 정쟁 중이다. 그러는 동안, 세월호는 누군가의 정치적 공세를 위한 도구로 전락한 채 “이제 지겹다”나 “그만해라”와 같은 혐오적인 표현에 직면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우리는 언제쯤 봄을 볼 수 있을까. 며칠을 더,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가. 슬픔 속에서 끝끝내 올 봄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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