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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민(광고·멀티미디어디자인98) 동문화폐 위에 우리나라의 문화를 담아내는 화폐 디자이너

화폐를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언뜻 보면 그림과 숫자만 인쇄된 듯 보이는 화폐 안에는 숨겨진 요소가 많다. 오만원권을 예로 들어보자. 지폐를 기울이면 액면 숫자인 ‘50000’의 색이 변하고, 액면 숫자 윗부분을 빛으로 비추면 신사임당 초상과 마주 보는 방향으로 숨겨져 있는 그림이 나타난다. 숨바꼭질하는 듯 숨겨져 있는 요소들을 통해 우리는 화폐의 진위 여부를 판별한다. 이와 같은 화폐의 보안 요소를 설계하는 디자이너가 있다. 김재민(광고·멀티미디어디자인98) 동문은 5,000원·1만 원·5만 원 신권 프로젝트와 평창 동계올림픽 기념 화폐의 디자인에 참여하는 등 화폐 디자이너로서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화폐의 기능과 미적 가치를 연구하는 김재민 동문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동문은 현재 화폐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화폐 디자이너는 20여 개국에 200여 명밖에 없는 특수한 직업이다. 어떠한 계기로 화폐 디자이너가 되었는지 궁금하다. 또한, 화폐 디자이너가 어떠한 활동을 하는지 듣고 싶다.
A. 
어린 시절부터 지역 문화 활성화에 관심이 많았고, 한창기 씨가 펴낸 잡지 『뿌리 깊은 나무』를 보며 우리나라 문화에 관심이 갔다. 그러다 대학교 시절 우연히 오스트리아 중앙은행 소속 화폐 디자이너 로베르트 칼리나(Robert Kalina, 1955~)가 디자인한 유로화를 접했다. 이때 처음 ‘화폐 디자이너’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꼈고 화폐 디자인의 독특함을 알게 되었다. 졸업을 앞두고 디자이너로서 문화적 가치와 공공적 가치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이러한 생각이 결국 화폐 디자이너가 되는 계기가 되었다. 화폐 디자이너는 ‘시각 중심 디자인’과 ‘위조 방지’라는 물리·화학적 요소를 통해 정교하고 복잡한 보안 패턴을 설계하고 기획하는 일을 한다. 특히 국가가 발행하는 공식 보안문서인 여권, 화폐, 신분증 등 다양한 공공 보안 제품을 디자인하며, 해외 입찰을 통해 타 국가의 공공 보안 제품을 디자인하거나 설계하기도 한다.

▲세계 화폐 디자이너

 

Q. 화폐는 국가에서 관리하는 것이며 위조를 방지해야 하기에 일반적인 디자인 과정과 표현 방법과는 차별점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화폐 디자인이 다른 디자인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A. 화폐 디자인은 의사결정 단계, 이해관계자와의 절차가 매우 복잡하다는 특징이 있다. 이로 인해 화폐 디자인은 종사자가 상대적으로 제한되어 있어 비교적 독점적인 방식으로 작업이 진행된다. 또한, 화폐 디자인은 일반적인 디자인과 달리 화폐법에 의해 보증받아야 하며 신뢰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이 때문에 화폐는 같은 색상, 규격으로 생산되며 진위 식별이 용이하다. 화폐는 미세한 점들이 만나 그림을 이루는 망점 인쇄와 달리 선화(線畫) 인쇄로 설계된다. 선화 인쇄는 0.1mm 폭 안에 최소 0.03mm 정도의 선 3~4개로 그림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선화는 기하학적 무늬를 재현하는 채문(彩紋)으로 표현되고, 선 두께와 밀도에 따라 달라지는 다양한 보안 요소들과 함께 구성된다.

▲선화 인쇄의 모습

 

Q. 화폐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문화를 상징하는 그림을 담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기능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동문이 화폐를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A.
 화폐를 디자인하는 과정은 집을 짓는 과정과 같다. 집을 짓기 위해 기초 설계가 중요하듯, 화폐 디자인도 기본적인 기능적 요소를 어떻게 배치하는가가 중요하다. 화폐는 일반인이 쉽게 진위 여부를 분석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이 복제할 수 없도록 설계돼야 한다. 이를 위해 화폐 정보를 담으면서도 위조 방지 장치를 효율적으로 결합해야 한다. 위조 방지 장치는 하나의 독립된 패턴이자 보안을 강화하는 매개체며 세 가지 방식으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은행권에 인쇄된 전체 혹은 부분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는 은행권의 색상, 구성 등을 활용한 위조 방지 장치이다. 빛을 투과하여 찾을 수 있는 ‘숨은 그림(Watermark)’이나 ‘돌출은화(SPAS)’, 앞·뒷면을 비춰보며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앞뒤판맞춤(See-through Register)’이 이에 해당한다. 두 번째는 은행권의 재질이나 물성을 신체적 촉각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요판인쇄로 된 인물 초상이나 글자가 이에 해당한다. 세 번째는 인쇄물을 기울여서 진위를 확인하는 방법이며, 여기에는 ‘홀로그램(hologram)’이나 ‘모션(motion)’이 포함된다. 이처럼 화폐 속 위조 방지 장치는 ‘숨김’과 ‘드러남’의 양면적 요소로 진위를 확인하게끔 한다.

 

Q. 동문은 5,000원·1만 원·5만 원 신권 프로젝트와 평창 동계올림픽 기념 화폐 등의 디자인에 참여하는 등 활발하게 직업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작업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A.
 가장 최근에 디자인에 참여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기념 화폐가 기억에 남는다. 해당 프로젝트는 2015년 9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진행했으며, 기념주화와 기념은행권을 동시에 디자인했다. 기념 화폐를 디자인하기 위해 수많은 경기 장면, 사진, 영상을 봐야 했다. 기념 화폐에 담는 종목의 특성을 이해하고, 금속 특성에 맞는 유·무광의 표현 구도를 스케치하는 과정이 가장 어려웠다. 하지만 해당 작업 당시 강원도 횡성에서 우리나라 전통 스키인 ‘고로쇠 썰매’를 촬영했는데, 매서운 추위에서 고로쇠 썰매를 신어보고 작은 고로쇠 썰매를 기념으로 받았던 좋은 기억도 있다. 이 무렵 이탈리아로 신혼여행을 갔을 때 기념 화폐 관련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스위스 로잔(Lausanne)에 있는 IOC 올림픽 기념관을 찾아간 기억도 난다. 열정이 넘쳤던 것 같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기념은행권

 

Q. 마지막으로, 화폐 디자이너를 꿈꾸거나 미술 분야로 나아가고자 하는 본교 학우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한다.
A.
 스위스 화폐 디자이너 로저 푼트(Roger Pfund, 1943~)는 “어떤 주제든 본질적인 접근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화폐 디자이너는 디자인하는 사물을 이해하고 탐구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단순히 디자인이 아니라 다양한 기술에 대한 동향을 알고 전문지식을 습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화폐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일반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3가지를 당부하고 싶다. 기초에 대한 열정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솜씨에 대한 이해, 그리고 자신이 쌓았던 경험에 대한 자료이다. 기초가 탄탄해야 자신감을 가질 수 있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솜씨를 펼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이 디자인하는 화폐가 늘 새로운 인상을 갖추도록 노력하는 것처럼, 우리도 새로운 인상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김효빈 기자  khbbh2511@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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