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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한 상상력으로 사랑의 세계를 그려내다

미셸 공드리(Michel Gondry, 1963~ ) 감독의 작품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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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혁오(HYUKOH)’의 노래 <공드리>는 영화감독 ‘미셸 공드리’(Michel Gondry, 1963~)의 영화 <이터널 선샤인(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2004)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곡이다. <공드리>에는 멜로디부터 이 곡의 뮤직비디오까지 미셸 공드리의 색이 드러나지 않은 부분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미셸 공드리가 가진 영화적 색깔은 무엇일까?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아날로그적 영상 연출 기법을 사용하여 꿈의 세계를 영상에 담아낸다. 이러한 영상 연출 기법은 환상적이고 독특한 영상미로 공드리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는 특히 여러 판타지 로맨스 영화를 통해 자신만의 사랑에 대한 사유를 표현했다. 앞으로 소개할 세 편의 영화들을 통해 그가 사랑의 세계를 어떻게 그려냈는지 살펴보자.

 

<이터널 선샤인>은 현실적 소재인 이별과 기억을 지워주는 회사라는 비현실적 소재를 함께 다뤄내는 독특한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주인공 ‘조엘’은 자신의 연인인 ‘클레멘타인’이 자신과 이별한 후 기억을 지워주는 회사인 ‘라쿠나(Lacuna)’에서 그와의 기억을 모두 지운 것을 알게 된다. 이에 조엘 또한 그녀와의 기억을 잊기 위해 라쿠나에서 그녀와의 기억을 모두 지우려고 한다. 하지만 조엘은 기억을 지우는 과정에서 그녀와 함께했던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며 더는 기억을 지우고 싶지 않아 한다. 그는 무의식 속에서 클레멘타인과의 기억을 지키려고 노력하지만, 결국에는 그녀와의 기억을 잃게 된다. 이후 현실에서 재회하게 된 둘은 서로를 기억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끌리게 되고, 영화는 이들의 사랑이 또다시 시작됨을 암시하며 끝이 난다. <이터널 선샤인>은 시간 흐름대로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관객의 흥미를 유발한다. 영화는 기억을 지운 두 주인공이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는 결말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이는 영화의 후반부에서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이는 동시에 앞으로 스토리가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이뿐만 아니라 미셸 공드리 특유의 상상력 넘치는 연출  방식은 관객에게 시각적인 즐거움을 준다. 특히 조엘의 기억이 삭제되는 과정을 건축물의 파괴로 표현한 연출에서는 감독의 무한한 창의성이 엿보인다. 이러한 미셸 공드리 감독의 독특한 영화 전개 방식과 연출에 아름다운 영상미가 가미되어 아무리 기억이 지워진다고 하더라도 사랑이란 감정은 지울 수 없다는 메시지를 생생하게 전한다.

 

미셸 공드리가 <이터널 선샤인>에서 ‘기억’을 소재로 사랑의 세계를 펼쳤다면, <수면의 과학(The Science Of Sleep)>(2006)에서는 ‘꿈’을 소재로 사랑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주인공 ‘스테판’은 수면장애로 인해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인물이다. 어머니의 권유로 파리에 오게 된 스테판은, 집에 들어가던 도중 이웃인 ‘스테파니’의 이삿짐을 옮기던 남자의 실수로 인해 떨어진 피아노에 손을 다치게 된다. 이후 스테판은 스테파니의 집에서 손을 치료받으며 그녀와 가까워지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다. 그러나 스테판은 꿈속에서는 그녀에게 호감을 표시하지만, 현실에서는 자신의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한다. 스테판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뤄지는 자신의 꿈과 그렇지 못한 현실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끼고 혼란스러워한다.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는 스테파니는 스테판을 이해하지 못하고 결국 둘은 멀어지게 된다. 이 작품에서 스테판의 기억과 무의식이 뒤섞여 꿈이 만들어지는 방식에서 미셸 공드리의 감독의 독특한 연출 특징이 드러난다. 감독은 꿈속의 배경과 물건들을 골판지와 솜 등으로 연출해 ‘스테판의 꿈’이라는 가상세계와 현실의 경계를 창의적으로 표현했다. 또한 스테판의 머릿속이라는 공간을 설정하고 그 안에서 스테판에게 벌어지는 일을 비추거나 꿈을 제조하는 과정을 묘사하는 등 색다른 연출을 보여줬다. 이러한 미셸 공드리의 창의적이고 색다른 연출은 스테판의 이야기를 때로는 동화처럼, 때로는 사실적으로 그리면서 이상과 현실에서 느껴지는 사랑의 차이를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집중한 두 영화와 달리, <무드 인디고(Mood Indigo)>(2013)는 현실에서 진행되는 사랑을 색채의 변화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칵테일을 제조하는 피아노를 발명해 부와 명예를 얻은 주인공 ‘콜랭’과 철학가 ‘장 솔 파르트르’에게 빠져 있는 ‘시크’는 친구이다. 어느 날 콜랭은 파티에서 우연히 ‘클로에’를, 시크는 강연장에서 ‘알리즈’를 만나며 각자 사랑에 빠진다. 사랑에 대한 환상을 키워나가던 콜랭은 진심을 담은 고백으로 클로에의 마음을 사로잡아 아름다운 결혼식을 올리지만, 그들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한다. 클로에가 폐에 수련이 자라는 희귀병에 걸리면서 둘의 관계는 변화하게 된다. 콜랭이 클로에를 치료하기 위해 전 재산을 바치고 험난한 노동을 시작하면서, 화려했던 그의 사랑에 대한 환상은 점점 색을 잃어간다. 한편 시크는 파르트르의 물건 수집에만 열정을 쏟으며 결혼을 꿈꾸는 알리즈의 마음을 외면하는데, 결국 시크와 그의 연인 알리즈 또한 서로에게 점점 지쳐간다. 두 연인의 사랑이 식어가는 과정을 영화의 색채 변화로 표현한 점에서 미셸 공드리의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다. 감독은 콜랭과 시크가 사랑에 빠지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영화의 초반부에서는 선명하고 밝은색을 주로 사용했다. 그러나 점점 상황이 악화되는 영화의 중반부부터 전반적으로 빛의 양을 조절해 영화의 초반부에 비해 어두운색을 사용했다. 이후 콜랭이 모든 것을 잃은 후반부에서는 흑백만이 존재하는 모노톤을 사용하며 등장인물의 우울한 분위기를 극대화했다. 이처럼 미셸 공드리는 시간에 따라 사랑이 식어가는 과정과 주인공 콜랭의 비극적인 인생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며 관객들이 스스로 ‘나의 삶은 어떤 색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앞서 살펴본 세 편의 영화는 미셸 공드리 특유의 상상력을 가미한 낭만적인 사랑의 세계를 보여준다. 그의 영화처럼 우리는 사랑에 관한 꿈을 꾸고 상상을 하며 언제나 낭만을 꿈꾼다. 하지만 현실 속 우리는 사랑의 감정을 온전히 느껴볼 새도 없이 바쁜 일상을 살아갈 뿐이다. 미셸 공드리는 자신만의 독특한 표현 방식으로 때로는 암울하지만, 때로는 희망적인 사랑의 세계를 영화 속에 아름답게 담아내어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사랑의 낭만을 상기시킨다. 반복되는 일과로 따분한 현실에 지친 오늘, 미셸 공드리 감독이 선사하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속으로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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