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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간이자 우리들의 일상이 머무는 공간으로 거듭나다

커피 한 잔과 마주한 청년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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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나 음료, 술 또는 가벼운 서양 음식을 파는 집’. 사전에서 설명하는 ‘카페’의 정의이다. 분명 ‘카페’라는 장소의 본래 뜻과 존재 목적이 군더더기 없이 담겨있다. 그러나 저 한 문장만으로 우리 주위의 카페를 설명하기에는 조금 싱거운 느낌이 든다. 그만큼 카페가 그동안 꾸준히 사전적 정의를 뛰어넘어 제 자신의 존재 의미를 확장해왔기 때문은 아닐까. 오늘날 카페는 단순히 커피나 음료의 판매처를 넘어, 저마다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이자 사회적인 공간으로 성장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들의 온기를 담아 내고 있는 카페의 주 고객층은 주로 청년들, 그중에서도 특히 대학생이다. 어느새 우리들의 일상 속에 깊이 자리 잡은 카페. 그 문화는 어떻게 형성되어 왔으며, 청년들은 왜 카페를 찾게 되었는지, 그리고 카페는 청년들에 맞춰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알아보자.
  우리 사회에서의 카페문화는 일제강점기 다방의 등장과 함께 시작됐다. 오늘날의 카페와 비슷하게 주로 차나 커피를 판매했던 다방은 당대 젊은 지식인들과 청년들의 사랑방이었다. 이러한 모습은 예술가의 삶에 대한 고뇌를 그리고 있는 김동리의 소설 『밀다원 시대』(1955)에서도 잘 드러난다. 다방 ‘밀다원”에서 현실에 대해 고뇌하는 예술가들의 모습은 다방이 위로의 공간이자, 창작의 공간으로 기능했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청년들의 소통 공간이었던 다방은 1990년대에 본격적으로 커피전문점이 도입되면서 점차 현대의 카페로 그 모습을 바꾸기 시작했으며, 2000년대에 들어서는 더 나아가 지금의 모습과 같은 형태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 흔히 볼 수 있는 카페에서 공부하는 대학생의 모습은 이 무렵부터 생겨났다. 최근 카페는 주 고객층인 청년들의 취향을 반영하며 한층 더 진화하고 있다. 대학가 주변을 거닐다 보면 심심치 않게 눈에 띄는 소규모의 개인 카페들은 기존의 카페와는 다른 분위기로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프랜차이즈 업체로 인해 정형화되고 차별성이 사라진 현대의 카페들 사이 독특하고 분위기 있는 인테리어를 통해 차별성을 둔 것이다. 또한 커피나 음료를 제공하는 기존 카페의 목적에서 벗어나 애견카페나 방 탈출 카페, 암흑카페처럼 수요자들에게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테마카페도 최근 인기를 얻는 추세이다. 이는 지금까지 카페가 주로 기능했던 사회적 만남의 공간을 넘어 문화 체험의 공간으로까지 작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뿐만이 아니다. 커피의 대중화로 인해 점점 세분화되고 고급화되는 고객층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특정 커피 메뉴가 전문적으로 특성화 된 카페들도 하나둘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면 대학생들이 카페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학우들에게 직접 들어보기 위해 교내에 위치한 카페를 방문해보았다. 차츰 어둠이 내려앉을 무렵 서울캠퍼스 홍문관(R동)에 위치한 카페를 찾았다. 학우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저마다의 일상을 마무리 중인 활기찬 공기 속에 한쪽에서 조용히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는 한 학우가 눈에 띄었다. 기자가 그 앞으로 살며시 다가서도 눈치를 채지 못할 정도로 집중하고 있던 신재협(컴퓨터2) 학우는 <수치해석>이라는 전공과목의 과제에 열심이었다. 기자는 그가 교내 다양한 공간들을 마다하고 카페에서 과제를 하고 있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물어보았다.
“조용하고 공간이 탁 트인 카페 특유의 분위기 덕분에 집중이 잘 돼요. 또 항상 집이나 도서관처럼 정해진 공간에서 공부를 하는 것보다는, 카페 같은 새로운 분위기에서 집중이 잘 될 때가 있어요.”
  일주일에 네 다섯 번 정도 카페로 향한다는 그. 그의 발걸음을 이끄는 것은 카페 특유의 분위기였다. 또한 그는 평소 카페가 약속 장소로 정하기에도 편리해 애용하는 편이라고도 덧붙였다. 교내 카페 한구석에서 동기들과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던 장하록(교육2) 학우가 카페를 찾는 이유도 마찬가지였다.
“이야기를 나누기 편한 카페 특유의 분위기 덕분에 일주일에 한 두 번 정도 카페를 찾는 편이에요. 또 카페에서는 앉아서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수업 사이의 애매한 시간대에 가끔 카페를 찾곤 해요.”

  그는 앞선 신재협 학우와는 달리 카페 내의 노랫소리나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에는 집중이 잘 안되어 과제를 위해 카페를찾는 일은 별로 없다고 답했다. 다만 타 과 학우들과 조별 팀 과제를 진행해야 할 때는 편의를 위해 카페를 찾는 일이 잦다고 덧붙였다. 한편 세종캠퍼스 B교사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홀로 커피를 마시며 노트에 무언가를 적고 있는 최에리얼 (금융보험3) 학우에게 다가가 카페를 찾는 이유를 물어보았다.
“대부분은 수업시간 사이 10-20분 정도의 애매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카페를 방문해요. 그밖에도 편안하고 푹신한 의자가 있거나 한적한 카페는 더욱 자주 가게 돼요.”

  그녀는 지금 카페에 있는 이유도 다음 수업까지 시간이 남아서 잠깐 커피를 마시러 왔고, 밖이 잘 보이는 창가 자리를 선호하기 때문에 테라스에 있는 좌석에 앉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세종캠퍼스 학생회관(G동)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윤여진(바이오화학3) 학우에게도 카페를 찾는 이유를 들어보았다.

“커피를 좋아하기 때문에 커피를 마시러 카페에 가요. 물론 지금처럼 친구들과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기에 적합한 장소이기 때문에 카페를 방문하기도 해요.”

  자신의 앞에 있는 커피 잔을 흔들며 그녀는 카페에서 다양한 종류의 커피와 음료를 맛볼 수 있어 카페에 가는 것이 현재 삶의 낙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기로운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친구들 또는 가족과 이야기하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며 자신과 함께 온 친구들의 얼굴을 보며 활짝 웃었다.

 

  이렇게 네 명의 학우에게 직접 들어본 카페를 찾는 이유는 수업시간 사이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친구들 혹은 가족과 이야기를나누기 위해, 과제를 하거나 팀 과제를 하기 위해, 단지 커피를 맛보기 위해서 등이었다. 아마도 우리들이 카페를 방문하는 이유의 대부분은 이 네 명의 학우들이 말한 내용에 해당할 것이다. 과거보다 경제적으로 풍족해졌기 때문에 취미생활의 일환으로 진정 커피만을 마시기 위해 카페를 찾을 수도, 공부를 하거나 과제를 할 때 도서관 대신 카페를 찾는다고 생각하면 카페의 의미는 확장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최대치의 집중력을 얻을 수 있어 ‘백색소음’이라고 여겨지는 그곳의 소음을 벗삼아 카페인까지 섭취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공간인 카페에서 과제나 공부를 하기 위해 주로 방문한다고 생각하면 카페는 그 의미가 확장되었다기보다는 변질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어찌되었든 우리 삶에 단단히 자리 잡은 ‘카페’라는 장소는 청년, 그리고 대학생에게 단순히 커피와 음료를 파는 공간을 넘어서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거나 타인과 소통하기 위해서 방문하는 하나의 ‘문화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학가에 즐비한 수많은 카페들은 그 변화와 발전에 가장 많이 기여한 젊은이들의 입맛에 맞추어 새로 생겨나고, 또 변화하고 있다.

일러스트레이션/문희원 기자
일러스트레이션/문희원 기자

최유빈 기자 neyobin@mail.hongik.ac.kr
김정운 기자 rhra011@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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