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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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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신과의 문턱이 지금보다 더 낮아졌으면 좋겠다. 아니, 더 낮아져야만 한다.

『어쩌다 정신과 의사』 中

 

당신에게 정신과는 무슨 의미인가? 단순히 병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정신과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정신과를 찾아가기 주저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정신과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는 김지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팟캐스트와 유튜브 ‘뇌부자들’을 운영하고, 저서 『어쩐지, 도망치고 싶더라니』(2018), 『어쩌다 정신과 의사』(2020)를 통해 정신과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정신과 의사로서의 삶에 대해 들어보자.

 

 

▲뇌부자들 첫녹음/김지용 의사 제공
▲뇌부자들 첫녹음/김지용 의사 제공

Q. ‘뇌부자들’이라는 이름으로 팟캐스트, 유튜브를 운영하며 이용자들의 사연이나 정신과를 소개하는 등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뇌부자들’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그 과정이 궁금하다.

A. 정신과 의사로서 안타까웠던 점은 대부분 환자가 너무 늦게 병원을 찾는다는 것이다. 전공의들은 환자가 입원하면 병원에 오게 된 동기와 증상이 나타난 시기 등을 조사한다. 조사하다 보면 대부분의 환자가 이미 상태가 많이 진전된 후 병원을 찾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정신과에 대한 정보 부족과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초기에 방문하지 못하는 것이다. 항상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환자들이 초기에 방문했더라면 치료가 더 쉽고 빠르게 이뤄졌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든다. 따라서 정신과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알리고 정신과의 문턱을 낮추는 취지로 정신과 동기들과 함께 ‘뇌부자들’을 시작하게 됐다.

 

▲김지용 정신과 의사의 저서 『어쩌다 정신과 의사』(2020)/출처: YES24
▲김지용 정신과 의사의 저서 『어쩌다 정신과 의사』(2020)/출처: YES24

Q. 『어쩌다 정신과 의사』(2020)를 통해 정신과 의사인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저술했다. 이와 같은 글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정신과 의사가 어떤 사람인지 솔직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가끔 TV 프로그램 출연 제의나 자문 의뢰를 받는데, 이들이 원하는 모습은 실제 정신과 의사와 동떨어져 있다. 이들은 정신과 의사가 어떤 사람에 대해 약간의 정보만으로도 그 사람을 정확하게 꿰뚫어 볼 수 있고, 어떤 질문에도 완벽한 답변을 하기를 원한다. 이처럼 매체에서 그려지는 정신과 의사는 신비로운 존재로 비춰지고, 약간의 정보만 얻어도 답을 알려줄 것 같은 느낌이다.  일각에서는 정신과 진료가 3분 만에 끝나고 자신의 얘기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아 상처를 받았다는 반응들도 있다. 이같이 정신과 의사에 대한 인식의 간극이 크다. 그러나 진짜 정신과 의사는 그 가운데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어쩌다 정신과 의사』는 정신과 의사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치료를 방해하는 요소가 되는 걸 막고자 쓰게 됐다. 그동안 정신과에 대한 지식을 알렸다면, 이 책을 통해서 ‘정신과 의사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내용을 알려주고 싶었다.

『어쩌다 정신과 의사』는 3개의 부분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정신과 의사가 된 과정, 두 번째는 정신과에서 만난 환자들의 심리, 세 번째는 정신과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 대한 이야기다. 우선 정신과 의사에 대해 정확히 알려야 정신과의 문턱을 낮출 수 있고, 독자들이 심리 서적에 기대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서 두 번째 부분에 나와 환자들의 이야기를 채워 넣었다. 정신과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책을 통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세 번째 부분에 담겨 있다. 

 

Q. 흔히 정신과 의사는 사람들의 우울한 얘기를 매일 들어야 하므로 힘들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어쩌다 정신과 의사』(2020)에서 ‘좋은 직업을 택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못 해먹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보다 잦다’고 저술했다. 이유가 궁금하다.

A. 말 그대로 진짜 못 해먹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은 가끔 있다. 예를 들면, 흔히 말하는 진상 환자를 대하거나 환자를 잃었을 때다. 진상 환자를 대할 경우, 정신과 의사로서 환자가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이해하기 때문에 웬만한 상황에는 잘 대응하려 한다. 그런데도 가끔 도가 지나친 환자를 대할 때가 있다. 혹은 치료하던 환자를 잃었을 때는 ‘이걸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말 그대로 못 해먹겠다는 생각이 순간 들기도 한다. 그리고 우울한 얘기를 들으면 힘들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울한 얘기만 듣는 게 아니라 좋은 소식도 자주 듣는다. 환자들이 본인의 상태가 좋아졌다고 얘기하고, 감사의 뜻을 표현할 때 보람을 느낀다. 한 사람의 인생에 좋은 영향을 줬고, 그 환자에게는 상담이 일종의 터닝 포인트(turning point)가 되었으리라는 생각도 든다. 이러한 감정은 다른 직업에서 쉽게 느낄 수 없으며 나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언젠가 저 환자도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으로 견딜 수 있는 것 같다.

 

Q. 흔히 기분이 오락가락하는 사람에게 “너 조울증 걸린 거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일상생활에서 잘못된 표현을 쓰기도 한다. 이처럼 사람들이 잘못 인지하고 있는 의학적 상식이나 질병 상식은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다.

A. 정신과 질환은 의지가 약한 사람이 걸리는 것이라는 관념이 있다. 그래서인지 정신과에 오신 분들도 자신이 게으르고, 약한 것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예를 들면, 폐렴에 걸린 사람에게 “네가 너무 약해서 걸린 거야”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신 질환에 대해서는 그 사람이 약해서, 혹은 성격이 유별나서라고 생각한다. 이는 편견이다.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정신 질환에 걸릴 수 있다. 이러한 편견들은 환자들이 병원에 가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고, 자신의 병을 알리기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이러한 편견부터 없어져야 한다. 

 

▲김지용 의사 제공
▲김지용 의사 제공

Q. 최근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코로나 블루의 주된 원인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에는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다.

A.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코로나가 이 느낌을 끊어버렸다. 또한, 사람은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다.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는 24시간 주기로 뇌가 작용한다. 온갖 호르몬도 24시간 주기로 돌아가는 사이클이 있다. 이를 생체 리듬이라고 하는데 이는 사람의 감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사람들이 코로나19 때문에 주로 집에 있게 되자 규칙적인 일과가 파괴됐다. 주말에 늦게까지 누워있고, 햇볕을 쬐는 시간도 줄어들었다. 이러한 큰 변화는 사람을 우울하게 만든다. 원래 뇌 호르몬 시스템이 건강한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도 우울감을 많이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호르몬 시스템 변화에 취약한 사람들은 쉽게 우울해질 수 있다.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너무 뻔한 방법이지만, 특별한 일과가 없어도 아침에 밖에서 30분 정도 산책을 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등 꾸준히 외출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Q. 과거에는 정신과가 매우 부정적으로 인식됐고 정신과에 다니는 것을 숨기기도 했지만, 현재는 정신과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정신과의 문턱이 낮아졌다는 것을 언제 체감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인식이 바뀌게 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A. 정신과의 문턱이 많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 예로 도로변에 정신과 간판이 많이 늘었다. 예전에는 정신과가 있는 건물의 경우 주 출입구 외에 다른 출입구가 있어야 하고, 정신과가 대로변이 아닌 대로변에서 한 블록 뒤에 있어야 한다는 일종의 원칙이 있었다. 환자들이 덜 불편해하면서 병원에 방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대로변에도 병원이 많이 생겼고, 환자들도 정신과에 방문하기를 덜 망설인다. 또한 회사나 국공립기관에서 정신과 진료를 지원해주는 경우도 생겼다. 이처럼 사회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다. 인식이 바뀌게 된 계기는 연예인들의 공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의 정신질환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알린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개그맨 김구라 씨가 공황장애에 대해 심각하게 얘기하지 않고, 가볍게 접근했던 것이 대중의 인식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전에는 사람들이 공황장애에 대해 잘 몰랐고, 증상이 있는 사실을 알아도 평생 참고 고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공황장애를 한 번만 경험해도 바로 병원을 찾는다. 실제로 영향력 있는 분들이 정신질환에 대해 언급해주시는 것이 사람들의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치고 힘이 된다.

 

Q. 자신의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본교 학우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한다.

A. 하필이면 대학생 시절에 코로나19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다. 최근 대학 생활이 얼마나 망가졌는지, 취업 관문이 얼마나 좁아졌는지 자주 듣고 있어서 너무 안타깝고 마음이 무겁다. 많은 대학생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불안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불안과 걱정의 대부분은 자신의 손을 떠나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자신의 손에 닿아 있는 고민’과 ‘자신의 손을 떠나 있는 고민’을 나눠서 생각했으면 한다. 우선 자신의 손을 떠나 있는 고민에 대한 생각은 접어야 한다. 반대로 자신의 손에 닿아 있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한다. 그러다 보면 예측하지 못한 일이 생기기도 하며 새로운 길이 열릴 수도 있다. 지금 너무 불안에 사로잡히거나 자책하지 말고, 현재에 집중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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