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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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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1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내가 기자라는 이름과 함께 쌓아올린 여러 기억들을 거름종이에 거르다보면, 결국 마지막에 남는 것은 이 단어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당장 어떤 기사를 맡아 어떤 취재를 나가게 될지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기자들의 일상. 이제는 내게도 자연스레 스며든 저 단어는, 그러나 기자생활 이전의 내게는 너무나 이질적이고 반갑지 않은 것이었다.


교복이 몸에 겨우 익숙해질 무렵부터 나는 우리 사회에서 소위 정도(正道)라 불리는 길을 걷는 내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 중·고등학교를 졸업하여 제 나이에 맞게 대학에 진학하고, 전역과 취업을 거쳐 안정적인 사회생활을 해나가는 그런 미래. 당장 오늘 몇 시에 어떤 일정이 있는지 확실하게 정해져야 마음이 편한, 일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왠지 모를 불안감마저 느끼는 내가 그리는 미래는 필연적으로 전형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20대의 초입에서 예상치 못한 시행착오를 거친 나는 어느새 그간 생각해왔던 정상 궤도에서 벗어나 있었고, 학교생활을 지속해나갈수록 몸도 마음도 지쳐만 갔다. 일상에 무언가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날 우연히 눈에 띈 홍대신문 수습기자 모집 공고는 그래서 내게 좀 더 특별해 보였는지 모르겠다. 이끌리듯 지원서를 쓰긴 했지만, 수습기자로는 비교적 많은 나이와 높은 학번에 제출시간을 넘긴 지원서까지. 갖출 수 있는 악조건은 모두 갖춘 나였기에 사실 뽑힐 것이란 기대는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러나 면접을 보러오라는 예상치 못한 연락을 받아 나는 이름도 생소했던 S동에 발을 들였고, 당연히 불합격할 것이란 생각에 편한 마음으로 나의 이야기를 전하고 왔다. 어차피 다시 볼 일이 없을 것 같은 사람들과 공간들. 그들에게 내 조그마한 발자취나 하나 남기고 오자는 생각이었을까. 그렇게 면접이 끝나고 신문사에 지원했다는 기억 자체도 희미해질 무렵, 어느 날 우연처럼 날아든 합격 문자를 보고 순간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그렇게 시작된 내 기자생활은 시작부터 지금까지도 숨 가쁘게 진행 중이다. 매주 금, 토요일에 S동 211호에서 벌어지는 마감 전쟁은 정신을 쏙 빼놓는다. 하루하루 수업을 들으면서 무의식적으로 이번 주 기사는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내 모습이 이젠 낯설지 않다. 회의가 끝나고 내게 배정된 기사 목록을 보고 있노라면, 밀려있는 과제를 마주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현재의 나는 과거 내가 그토록 멀리하고자 했던 불확실한 일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1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이런 생활이 가끔은 버겁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매주 바쁘게 뛰어다닐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은 기자생활을 통해 맛본 불확실한 일상의 매력 때문이 아닐까 싶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을 붙잡고 인터뷰를 위해 말을 거는 일, 취재 약속을 잡고 제대로 진행될지 노심초사하며 기다리는 일, 정보를 얻기 위해 학교 기관에 끈질기게 방문하는 일 등. 기자가 아니었다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이 같은 경험들이 내게 무언(無言)의 힘을 전하고, 나는 여기서 매번 힘을 얻는다.


영원히 후배 기수일 것만 같던 나도 이제는 후배 기자들을 맞이하게 된다. 더욱 책임감과 자신감을 갖고 일을 해 나가야할 때지만, 나는 여전히 서툴고 부족하며 매주 내 글이 독자들에게 읽힌다는 사실이 아직까지 부끄럽다. 또한 열정과 의욕이 넘치는 동기, 선배들을 보면서 내 노력과 열정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스스로 반문해보곤 한다. 여전히 S동에서의 일상은 불확실하고 또 불투명하다. 당장 이번 주 마감 작업이 몇 시에 끝날지 정확히 가늠할 수 없고, 다음 주에는 누구를 만나 어떤 내용을 수첩에 적고 있을지 예상할 수도 없다. 예전의 나였다면 손사래치며 멀리했을 현재의 일상이, 그러나 이제는 정겹고 고맙다. 과거 내가 그토록 걷고자 했던 정도(正道)가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니었음을 생각하며, 나는 오늘도 S동 211호로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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