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박물관을 가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철량, <숲>, 1988
이철량, <숲>, 1988

홍익대학교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숲’(1988년)은 ‘수묵의 현대적 변용’을 선보여온 이철량(1952년) 작가의 작품으로, 작가는 달빛 아래 펼쳐진 숲의 생명감과 밤하늘의 신비로움을 수묵담채로 표현했다. 화면 가득 채운 짙은 먹빛의 숲은 밤하늘의 노란 달과 대조를 이루어 더욱 강렬히 자신을 드러내고 있으며, 옅은 농담으로 표현된 밤하늘은 아득한 공간감을 느끼게 한다. 독창적인 수묵 표현이 특징인 이 작품은 현대적 한국화에 대한 논의와 실험이 활발히 전개되었던 1980년대 한국화의 풍경이 반영된 작품으로, 작가의 주된 관심과 실험 대상이 먹의 표현임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1980년대 초반, 현대 한국화의 방향을 모색하는 과제와 함께 수묵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촉발되었다. 송수남(1938-2013)을 중심으로 전개된 1980년대 수묵 운동은 가장 ‘한국적인’ 현대 한국화의 모범을 조선 후기에 성립된 진경산수에서 찾았다. 진경산수가 묘사 대상을 한국 산천에 실재하는 경관에 두었을 뿐 아니라, 한국 산천을 잘 표현할 수 있는 필과 먹의 운용으로 기법면에서도 진정한 한국화를 이룩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한국 수묵 기법에 내재된 한국 고유의 정서와 정신세계를 추구함으로써 한국적 정체성이 확고한 한국화의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했다. 이렇듯 한국화 형식 연구 필요성의 자각에서 출발한 수묵 운동은 수묵 형식 실험과 지필묵을 활용한 구체적인 기법이 활발히 논의되며 전개되었으며, 이러한 젊은 한국 화가들의 움직임을 전시를 통해 미술계에 알리고자 하였다.

수묵 운동에서 작가들의 관심은 ‘수묵의 표현 가능성’이었고, 다양한 대상을 소재로 해 수묵이 갖는 형식의 가능성을 실험했다. 수묵 운동의 주요 멤버인 이철량 작가의 ‘숲’에서 볼 수 있는 강렬한 수묵 표현들이 이러한 관심들을 뒷받침해준다. ‘숲’에서 먹은 단지 표현의 수단이 아니라 고유한 성격을 드러내어 아름다운 형식을 만드는 회화, 그 자체이다. 작가는 산수 외에 다양한 대상을 소재로 수묵에 대한 실험, 특히 회화 형식으로서의 먹의 표현 가능성에 대한 실험을 이어 나가며 현대 한국화의 한 부분을 지켜나가고 있다.

SNS 기사보내기

저작권자 © 홍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

하단영역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