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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한국을 바꿔놓다

<한국 건축과 디자인 8090 : 올림픽 이펙트> 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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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 서울 올림픽은 한국이 보여준 급격한 성장의 원동력이었다. 또한 서방 진영과 공산 진영의 대립으로 1980 모스크바 올림픽과 1984 LA 올림픽이 반쪽짜리 올림픽이 되며 그 의미를 잃어가던 무렵, 1988 서울 올림픽에 서방 진영과 공산 진영의 국가들이 함께 참가해 냉전 시대의 끝을 알리기도 했다. 이처럼 1988 서울 올림픽은 국내외 모두 큰 의미를 가진 올림픽이었다. <한국 건축과 디자인 8090 : 올림픽 이펙트>展은 1988 서울 올림픽 전후에 놓인 한국 현대 건축과 디자인 실천들을 다층적으로 바라보는 발판을 마련한다.

 

▲첫 번째 섹션 '올림픽 이펙트'의 내부
▲첫 번째 섹션 '올림픽 이펙트'의 내부

첫 번째 섹션 ‘올림픽 이펙트’는 올림픽을 위해 고안된 사물, 공간 그리고 사건을 기획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당시 서울 올림픽 미술감독이었던 화가 이만익(1938~2012)의 아카이브는 올림픽의 계획 과정을 보여준다. 이만익 아카이브에는 한국적 정서와 아름다움을 색채, 공연 의상, 무대장치 등으로 보여주고자 했던 계획자의 고민이 담겨 있다. 다음으로 게리 허스트윗(Gary Hustwit, 1965~)의 <올림픽 시티>(2015/2020)는 올림픽 공원이 사람들의 문화생활의 공간으로 사용되는 모습을 담은 사진으로 올림픽의 잔상을 보여준다. 게리 허스트윗은 2008년부터 올림픽 개최 도시를 직접 방문하여 올림픽이 도시에 끼친 효과들을 찾아낸 작가이다. 그는 2015년 한국에도 방문하여 올림픽을 위해 구축된 건축과 인공물이 어떻게 우리 삶의 일부가 되었는지를 보여줬다.

두 번째 섹션은 ‘디자이너, 조직, 프로세스’이다. 당시의 디자이너들은 분명한 창작 주체였지만, 올림픽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업하는 과정에서 독립적인 위치보다는 종속적인 위치에 있었다. 이 섹션은 독립하기 어려웠던 디자이너들의 활동이 올림픽으로부터 비롯된 산업적 풍요 위에서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이곳에서는 작업 과정 전반에 사용된 사보(社報), 잡지, 청사진(靑寫眞), 다이어그램 등이 전시된 개발실을 통해 당시의 디자인 작업 과정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조명되지 못했던 시각 문화의 현장을 목도한 디자이너들의 목소리도 담고 있다. 디자이너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개인이 하나의 점이 되어 각자의 계획을 따라 움직이는 궤적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디자이너들이 올림픽 당시 어떠한 조직을 이루고 어떻게 시스템을 구축했는지 알려준다.

세 번째 섹션은 ‘시선과 입면’이다. 한국은 올림픽을 전후하여 고층 빌딩, 인프라, 문화 시설 등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올림픽 개최 전에는 세계인의 눈을 의식해 선진화된 도시를 표상했고, 개최 후에는 올림픽이 가져온 물적 자원을 토대로 자연스레 성장했다. 이 섹션은 이러한 새로운 유형의 건축물과 도시 풍경을 사진과 모형을 통해 나타낸다. 30여 년 간의 시차를 두고 사진과 모형이라는 매체로 포착한 올림픽 유산들은 서로를 간섭하고 교차하며 이야기를 이끈다.

 

▲권인호의 <일하는 손>
▲권인호의 <일하는 손>

네 번째 섹션은 ‘도구와 기술’이다. 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은 고도 산업 시대에 안착했고 컴퓨터와 웹의 보급을 통해 정보화 사회로 진입했다. 대형 오피스 빌딩은 도시 풍경은 물론 업무 환경과 일의 방식도 변화시켰다. 컴퓨터, 팩스, 복사기 등 최신 사무용 기기들을 체계적으로 배치하고 사용해 업무 효율을 늘리는 사무자동화는 사무실 풍경 자체를 바꿔놓았다.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자신의 계획을 시각화하기 위해 사용했던 자, 컴퍼스 등의 설계 도구들은 컴퓨터와 CAD 프로그램이 도입되며 스크린 안에 압축됐다. 이 섹션은 잊혀진 1980년대의 설계 도구를 상기시킨다. 이는 권민호(1979~)의 <일하는 손> (2020)에서 잘 드러난다. 이 작품은 사람보다도 큰 도면 드로잉을 가상의 제도판 위에 불러와 당대 창작자의 고민과 실천을 비추고 있다. 이를 통해 차갑고 딱딱한 작업대에서 화려한 축제를 꿈꾸며 올림픽의 공간과 사물을 그렸던 손을 나타냄과 동시에 발전된 설계 도구가 없었음에도 창의적인 디자인의 결과물을 내놓아야 했던 당시 디자이너와 건축가의 노고를 보여준다.

올림픽이 개최되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있었고, 올림픽은 발전의 원동력이 되어 우리에게 보답했다. 이처럼 올림픽이 한 나라의 발전에 도움을 준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2020년 개최 예정이었던 도쿄 올림픽은 코로나19라는 위기에 직면했다. 올림픽을 즐기기 힘든 이 시점, <한국 건축과 디자인 8090 : 올림픽 이펙트>를 통해 올림픽의 흔적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전시기간: 2020년 12월 17일(목)~2021년 04월 11일(일)

전시장소: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관람시간: 10:00~18:00(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요금: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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