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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의 올가미를 풀고 자신을 돌아보는 대학 생활을 해주세요.

조명찬(독어독문13)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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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조용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를 밝혀주던 일상의 톱니바퀴들은 간신히 돌아가는 듯 보입니다. 과방에서 울려 퍼지던 웃음소리는 어느새 고요해졌고, 강의실에서 들리던 우리의 열정은 화면 안에 갇혀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차라리 모든 것이 고요해지면 좋겠지만, 우리의 불안감은 그 어느 때보다도 요동치기 마련입니다. 떠들썩한 학교생활을 보낸 선배로서 여러분들에게 어떤 위로의 말을 해야 할지 감도 오지 않습니다. 다만, 꼭 전해드리고 싶은 말은 그 불안감에 잠식되어 자기 자신을 날카롭게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회가 침체되며 과방을 채워주던 웃음소리는 언젠가부터 서로를 향한 날이 되고 수업에서 흘러나오던 열정은 자기 자신을 향한 올가미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럴 때에 자신을 너무 보채지 말고, 주위 사람들을 너무 차갑게 대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우리는 모두 길고 힘든 수험생의 시간을 보내고 이곳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고된 사회에 다다르기 전 잠시 홍익대학교라는 공간에 모여있습니다. 모두가 다른 생각을 가지고 다른 길을 걷는 이 세상에서 이 순간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것은 큰 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우연을 미움으로 바꾸지 않고 학교를 다녔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다들 마음 한편에 큰 불안을 쌓아 놓고 잠드는 현재는 더욱이 서로에게 미소를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내가 더 힘들다'가 아닌 '너도 참 힘들구나'라는 생각을 하듯 말입니다. 밝아 보이는 친구의 속에도 나와 같은 응어리가 있고, 늘 완벽하게 미래를 준비하는 친구에게도 막연한 불안감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그들의 모습을 보고 스스로를 낮추며 걱정을 더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자랑스러운 홍익대학교 학생으로서 우리 모두 결국에는 훌륭한 사람이 되어 있을 겁니다. 우리는 모두 그 과정을 함께 나누고 있기에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또한, 이러한 성장 과정이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대학을 다니며 근사한 성공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누가 봐도 멋진 꿈을 꾸지 않아도 됩니다. 철없이 대학생활을 즐기다 졸업한 선배의 세상 물정 모르는 헛소리일 수도 있지만, 학교를 다니는 동안은 성공과 사회로부터 한 걸음 물러선 채 온전히 자기 자신을 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스스로를 조급하게 만들지 마세요. 우리에게는 많은 날이 남아있습니다. 지금 죽어도 하고 싶은 일보다 더 좋아하는 일들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몰라 헤매는 길의 끝에 정말 멋진 자신의 목표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겁니다. 더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생각할 정도로 힘든 순간이 먼 후에 우리를 지탱해주는 버팀목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저 자기 자신을 편하게 만들어주세요. 지금 자신의 상황에 너무 깊이 빠져들어 미래를 흐리게 만들지 말아 주세요. 촌스러운 옛말처럼 우리에겐 내일이라는 태양이 떠오를 겁니다. 다만 그 태양이 졸업 후에 떠오를 수도, 그보다 더 후에 밝게 우리를 비출 수도 있습니다. 그 시기가 모두에게 같지 않을 뿐입니다. 곧 찬란해질 우리의 어두움 속에서 자신을 자책하지 말고 눈을 크게 뜨고 곧 들어올 빛을 차분히 기다리며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저 자신도 정답을 찾지 못하고 여기저기 헤매고 다니는 한 사람이기에 후배님들에게 졸업생의 수기라는 명목하에 별 볼 일 없는 충고를 한 게 아닌가 걱정이 됩니다. 성공한 선배님들처럼 멋진 일을 하고 계신 선배님들처럼 훌륭한 말들을 여러분들에게 전하진 못하지만, 학교에 다니며 낯부끄러워서 하지 못했던 말들을 이런 핑계 삼아 후배님들께 전하고 싶었습니다. 이 수기라는 이름의 글은 여러분에게 전하는 말이자 제 자신에게 전하는 글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다가올 우리의 밝은 세상을 기다리며 잠시 어두워진 우리의 현재를 몸조심하며 잘 이겨냈으면 좋겠습니다. 다들 앞으로 남은 홍익대학교에서의 생활을 훗날 떠올렸을 때 미소가 띠어지는 날들로 채워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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