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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움은 어떻게 세상을 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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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을 구한다”라는 표어가 어느 광고의 문구였는지, 혹은 어느 영화의 대사거나 어느 인물의 명언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어떤 대상을 치켜세우는 데에 있어 파괴력 있는 문장 중 하나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이 문장의 주어가 되는 대상들에는 한 가지 예상 밖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이 대상들이 귀엽다는 것이다. 고양이나 강아지 같은 반려동물들, 연예인이나 만화 캐릭터, 심지어는 누군가의 낙서까지. 이들이 오늘도 세상을 구하기 위해 활약하고 있다는 문장을 읽을 때마다 마치 우리가 귀여운 것들을 칭송하고 있는 것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귀여운 것들, 그리고 귀여움은 정말로 세상을 구하는 것일까? 정말 그렇다면 귀여움은 어떻게 세상을 구할까? 

이 질문의 답을 떠올리기 전에 귀여움이란 무엇인지, 우리가 귀여움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자. 우선 귀여움의 사전적 정의는 ‘모양이나 행동이 앙증맞고 곱살스러워 그 대상을 예쁘고 정겹게 여김’이다. 앙증맞고 곱살스러운 대상에게 느끼는 호감이라니. 우호적인 감정을 설명하는 다른 단어들에 비해 귀여움을 느낄 수 있는 대상은 더 구체적이며 한정적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도 그렇다. 매력적이라는 말, 정감 간다는 말보다도 ‘귀엽다’라고 할 때는 조금 더 확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다. 마치 귀여움에 있어서 통용되는 어떠한 상이 있는 듯이 느껴지기도 한다. 귀여움은 왜 조건에 부합하는, 앙증맞고 곱살스러운 대상에게서 느껴지는 것일까?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앙증맞고 곱살스럽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귀여움을 이해하는 많은 이론 중 ‘Kinderschema’ 또는 ‘Child Scheme’으로 불리는 이론이 있다. 동물행동학의 창시자 중 한 명인 콘라트 로렌츠(Konrad Lorenz, 1903~1989)가 발표한 이 이론은 인간이 귀여움을 느끼는 요소를 대상의 외형적 특성에서 찾고 있다. 해당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넓은 이마, 큰 눈, 각지지 않고 둥글둥글한 형태 등에서부터 귀여움을 느낀다고 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특성들이 인간의 유체, 아기에서 보이는 특성이라는 것이다. 즉, 인간은 인간의 아기와 닮은 것에서 귀여움을 느낀다. 같은 논리로 개와 토끼, 오리너구리와 같은 동물들도 비슷한 외형적 요소에서 호감을 느낀다. 다만 그들이 귀여움을 느끼는 구체적인 이유는 조금 다르다. 개는 강아지, 토끼는 새끼 토끼, 오리너구리는 새끼 오리너구리와 닮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애착을 갖는다. 동물들은 결국 자신과 같은 종족의 유체에서부터 절대적인 호감을 느끼는 것이다. 위 이론에서는 다루지 않지만, 우리가 귀여워하는 대부분의 행위 또한 어린아이들처럼 순수하고 천진하며 문제 해결에 있어 서툰 모습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기에 대한 절대적인 호감과 관심, 이는 귀여움의 근원이 된다.

귀여움이 유발한 호감의 파급 효과는 컸다. 이 감정은 어린아이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이어지며, 인간들로 하여금 상대적으로 연약한 아이를 보살피도록 만들었다. 귀여움과 보살핌을 받던 아이가 자라 또 다른 귀여운 아이를 보살피는, 귀여움과 보살핌이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인간은 양육 시스템을 갖출 수 있었다. 귀여움은 연약한 유체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일종의 생존 전략이었던 것이다. 

더 나아가 귀여움은 인간과 유인원을 구별 짓는 데에 기여했다. 생모만 아기를 돌보는 다른 유인원들과는 달리 인간은 부모와 조부모, 심지어 혈연관계가 없는 이들도 아기를 돌보는 공동육아를 보편화시켰다. 자신의 자식이 아니더라도 귀여운 아기를 보면 행복을 느끼고, ‘사랑 호르몬’이라 불리는 옥시토신(oxytocin)이 분비돼 양육 본능이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인간만이 가진 이 독특한 협업 체계 역시 아기가 가진 귀여움의 덕을 톡톡히 본 것이다.

이처럼 귀여움은 인간의 생존과 번영에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있다. 인간 문명이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인 협업, 사회성, 모성애와 부성애 등의 가치가 귀여움과 함께 발전할 수 있었다니. 이런 사실을 알게 된 후에는 ‘귀여운 것들이 세상을 구한다’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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