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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만 어려운 단어, 책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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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이 잘 되지 않는다. 작년 여름 입사한 풋풋했던 새내기 기자가 어느덧 가장 높은 기수가 되어 S동 211호를 작성하고 있다니.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뒤따른다고 했던가. 짊어져야 할 무게는 늘어났으나, 기자는 아직도 1년 차 새내기 기자의 티를 벗어나질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책임감이라는 게 이렇게도 어려운 것이었던가.

기자의 작은 아버지의 직업은 신문사 기자였다. 기자가 열 살도 안 되었을 무렵, 기자를 무릎 위에 앉히고 당신의 직업을 소개해주던 때가 아직도 기억난다. 세상 사람들의 눈과 귀가 돼주고,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직업. 그게 작은 아버지가 말한 ‘기자’였다. 그때 이후로 기자의 꿈은 신문사에서 일하는 것이었다. 물론 변덕이 심해 이것도 해보고 싶고 저것도 해보고 싶었던 때가 있었지만, 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결코 버리지 않았다. 

 홍대신문사 입사를 마음먹게 한 것은, 홍문관 8층에서 시험을 보고 나오면서 우연히 보게 된 수습기자 모집 포스터였다. 고등학교 시절 20:1 경쟁률의 학보사 입사에 실패하고, 기자가 아닌 교사의 길을 걷기로 마음먹은 기자에게 모집 포스터는 새로운 기회가 찾아온 것 같은 설렘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모집 마감 1시간 전까지도 기자는 지원서를 내야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내가 기자의 책임감과 의무를 다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 기자의 머릿속에 계속해서 맴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책임감과 의무. 누구나 가져야 하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은 것이다. 평소에도 시간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던 기자는 분명 책임감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러한 기자의 모습은 입사 후에도 변한 게 없었다. 무엇을 하던 기자와 관련된 것은 지각이 뒤따랐다. 그리고 언제나 피해를 보는 것은 다른 동료 기자들, 특히 기자가 속해있던 사회 1부의 부장 기자님이었다. 한 번은 기자가 담당해야 할 업무가 있는 날에 해야 할 일을 잊고 친구와 늦게까지 술을 마시다가, 부장 기자님의 연락을 받고 정신없이 근처 피시방으로 뛰어가 마감 시간을 훌쩍 넘긴 채 업무를 진행했던 적이 있다. 맨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마무리했던 홈페이지 업무는 엉망이었고, 결국 부장 기자님은 기자가 올렸던 기사를 모두 수정해야만 했다. 다음날 밀려오는 후회와 부끄러움과 함께 부장 기자님의 장문의 메시지를 읽으면서 ‘이렇게 살면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기자가 ‘과연 신문사에서 일할 자격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퇴사를 고민하기도 했다. 

 기자는 변해야만 했다. 기자의 책임감 부재는 비단 신문사만이 아니었다. 매사 모든 일의 기한을 넘기기 일쑤였고 의무를 다하지 않을 때도 많았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거짓말처럼 ‘행운’이 찾아와 문제를 해결해주었고 이는 기자를 더욱더 무책임하게 만들었다. 책임감이 무엇인지 알아야 했고 자신의 의무를 다하기 전까지 일체 다른 일은 하지 않는 마음가짐이 필요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시간을 지키지 못하거나 업무를 완수하지 못하는 것은 결국 투자한 시간이 부족해서였고, 그래서 기자가 선택한 방법은 두 달만 여가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여서 지내보는 것이었다. 처음엔 당연히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고, 무엇보다 신문사에 대한 애정도 생기게 되었다. 

 그렇게 2개월이 지나고 다시 원래의 삶으로 돌아온 기자는 어느새 부장 기자가 되어있었고 짊어져야 할 책임감 또한 늘어나게 되었다. 이제 기자가 자신의 위치에 맞는 책임감을 느끼고 완벽하게 의무를 다하고 있냐 묻는다면, 글쎄, 아직은 잘 모르겠다. 내가 짊어진 무게가 가끔 무겁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래서 불성실한 모습들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힘들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전보다 나아지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것이 ‘책임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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