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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알리다

플러스 사이즈 모델 박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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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이든 ‘평균’에 민감한 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 옷을 보거나, 사소한 시험을 치고 점수를 매길 때와 같이 여러 평가를 내릴 때 이 ‘평균’은 삶 속에 흔히 자리한다. 모델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흔히 여성 모델을 떠올렸을 때 가늘고 긴 다리에 쏙 들어간 허리, 마른 얼굴을 생각하듯 말이다. ‘모델’이란 이렇듯, 이상적인 사이즈를 선천적으로 타고나 활동하는 직업군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편견을 뒤엎고 본연의 모습을 사랑하는 모델로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이가 있다. 본지는 사람들에게 몸에 대한 긍정적인 영향력을 선사한다는 의미의 ‘바디 포지티브(Body Positive)’를 실천하는 박유진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만나보았다.

Q. 처음에 모델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잡지 ‘66100’에서 독자 모델에 선정되었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 어떻게 독자에서 모델로 활동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A. 잡지 ‘66100’은 우리나라 1세대 플러스 사이즈 모델 김지양이 직접 편집장으로 일하면서 만든 잡지다. 처음부터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었고, 우연히 주변 지인분이 “너 키 크니까 한번 독자 모델 신청해봐”라고 추천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그때의 도전이 좋은 기회가 되어 처음 독자 모델로 화보를 찍게 됐고, 현재까지 모델로 일하고 있다. 10대 때는 남보다 키가 크고 덩치도 있어서 자신감이 많이 부족했는데,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하면서 나도 괜찮은 사람이란 걸 알게 됐다. 사실 이런 과정을 단편적으로만 보면 운이 좋은 상황이긴 하지만, 처음에는 굉장한 딜레마기도 했었다. 여러 뚱뚱한 모델 중에 한 명이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일을 하는 게 맞을까’라는 회의감이 든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모델 앞에 ‘플러스 사이즈’라는 수식어 없이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많이 노력했다. 따라서 현재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Q. 현재 플러스 사이즈 모델 겸 밴드 ‘해, 빛’의 멤버로도 활동하고 있다. 밴드로서의 활동과 모델로서의 활동은 사뭇 다를 것 같은데, 각각의 활동에 어떤 특징이 있는지 궁금하다.

A.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했는데, 학교생활을 하던 중 음악에 대해 마음이 맞는 친구들이 생겼다. 이런 인연들이 더해져 운좋게 그들과 함께 팀을 만들어 밴드를 시작하게 됐다. 나는 밴드 내에서 소리를 합성해서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 내는 ‘신디사이저(synthesizer)’라는 포지션을 맡고 있다. 이는 사람들이 노래의 분위기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소리를 활용하는 포지션이다. 신디사이저 포지션은 주로 뒤에서 보조해 주는 역할을 하므로 앞에 나와 활동을 하는 모델과 많은 차이가 있다. 또한 음악은 공감이 주 목적이기 때문에 감정적인 부분이 주를 이루지만, 모델은 색감, 포즈 등 주로 시각적인 부분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런 부분이 다르다.

 

Q. 플러스 사이즈 모델로 일하면서 가장 보람차다고 느꼈던 적은 언제인가?

A. 일을 하다 보면 인스타그램으로 중고등학생들의 응원 메시지가 많이 온다. “덕분에 이 옷을 입은 모습을 좋아하게 되었다”, “나 자신을 좀 더 사랑하는 법을 알았다”라는 메시지를 받는데, 뿌듯하다. 내 자그마한 영향력으로 다른 사람을 바꿔 나갈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감사했다. 이러한 사소한 영향력들이 더해져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도 원하는 옷을 입을 수 있는 세상이 오는 것이 나의 작은 꿈이다. 

Q. 모델 특성상 여러 사람들 앞에서 일을 하다 보니, 대중의 생각이 일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 같다. 이런 직업 상의 특성으로 인해 활동에 고충을 겪은 적이 있는가?

A. 동네에서 편하게 다녔으면 그런 시선을 받지 않았겠지만, 대중 앞에 나와서 옷을 보여주는 입장이다 보니 대중들의 날카로운 댓글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 그저 사람들의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는 이유로 질타를 받는 상황이 대부분이었다. 한 번은 패션잡지 ‘엘르(ELLE)’에서 촬영한 영상이 페이스북에 올라갔던 적이 있다. 모델 활동을 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는데, 수천 개의 댓글이 달리면서 나에 대한 비방이 쌓이는 것을 보고 상처도 많이 받고 자존감도 낮아졌었다. 하지만 서서히 시간이 지나 내 몸을 긍정적으로 인정하는 ‘바디 포지티브’ 운동을 시작하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말들은 서서히 무시하고, 나를 통해 변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생각하는 단단한 마음을 갖게 됐다. 

 

Q. 모델을 떠올릴 때, ‘관리’는 항상 뒤따르는 단어 중 하나이다. 본인이 생각하는 ‘관리’란 무엇인가?

A. 모델은 다른 이들에게 보이는 직업이기 때문에 ‘관리’는 직업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옷을 내 몸에 맞추기보다는 옷에 내 몸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나와 같은 플러스 사이즈 모델의 관리는 그러한 미적 기준보다는 건강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보면 된다. 흔히 플러스 사이즈 모델은 관리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이 일을 계속하기 위해 오히려 체중을 늘렸다. 플러스 사이즈 모델은 몸무게보다는 옷을 재는 수치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분야가 나뉜다. 따라서 나는 이러한 수치를 조절하기 위해 운동, 식이요법 조절 등의 건강한 관리를 하는 편이다.

 

Q. 본인이 모델로 일하면서 다른 모델과는 다르다고 느끼는 점은 무엇인가?

A. 나는 사람들이 고정관념으로 가지고 있는 ‘모델’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라고 하면 글래머러스(glamorous)하고 굴곡 있는 몸을 상상한다. 하지만 나는 우리 삶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몸과 신체 조건을 갖추고 있다. 처음에는 이것이 콤플렉스이기도 했다. 그래서 다른 모델을 흉내 냈던 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과도기를 지나고, 오히려 나의 이런 특징이 옷을 소비하는 입장에서 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 장점으로 여기고 있다.

Q. 모델 활동을 하면서, 앞에 붙은 ‘플러스 사이즈’ 수식어가 때론 활동에 득이 될 때도, 독이 될 때도 있었을 것 같다. 본인은 이러한 수식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A. 처음에 일을 시작하게 됐을 때는 ‘플러스 사이즈 모델? 뭐, 괜찮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우리나라의 플러스 사이즈 모델 시장이 좁아서 일반 모델들과 다르게 대우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플러스 사이즈 모델 전용 쇼가 뉴욕 패션위크에서 열린 경우와는 다르게, 우리나라의 서울패션위크 같은 주요 쇼에는 한 번도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 선 적이 없다. 단지 화면으로만 비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를 고용하는 입장에서도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길어지다 보니 전체적인 대우나 시선이 더 특이하게 느껴진다고 생각한다. 모델 중에 키즈 모델, 시니어 모델도 있듯이 플러스 사이즈 모델도 모델 중에 하나일 뿐인데 말이다. 다양한 체형의 모델이 있듯이 사이즈는 아름다움의 전부가 아니다. 앞으로는 이러한 수식어와 관계없이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보는 시선이 일반 모델과 동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Q. 마지막으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본교 학우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A. 나는 해마다 올해의 문장을 하나씩 모토로 삼는다. 올해의 문장은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 1882~1941)의 에세이 『자기만의 방』(1915)에서 나온 “서두를 필요는 없어요. 반짝일 필요는 없어요. 자기 자신이 아닌 누군가가 될 필요도 없어요”라는 문장이다. 20대 초중반 시기는 흔들릴 수 있는 시기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20대이기 때문에 여러 시련 속에 흔들리더라도 다시 바로 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대학 시절 하루에도 몇백 개의 고민이 생기고, 대학에 진학했음에도 끝이 보이지 않는 기분에 막막하기도 했지만 지금 잘 딛고 일어나 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 글을 보는 사람들에게 이 책 속 말처럼 다른 사람보다는 나 자신이 누구인지 잘 생각해 보고 매체에 나온 사람들과 본인을 비교하기보다는 자신을 지키고 본연의 아름다움을 잘 생각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 모두는 어떤 모습이든 그 자체로 다 아름다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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