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유에민쥔(岳敏君) 한 시대를 웃다!> 展

웃음으로 시대의 아픔을 그려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웃음을 지으며 행복하게 노는 아이들을 보면 우리 입가에도 행복한 웃음이 번진다. 반면 슬픈 상황에서 애써 웃음을 짓는 사람을 보면 같은 웃음이라도 가슴이 저릿해지기 마련이다. 이처럼 웃음의 의미는 맥락에 따라 다양하다. 중국 현대미술의 대표적 작가 유에민쥔(岳敏君, 1962~)은 웃음의 특성에 주목한다. 그의 작품 대부분에는 입을 크게 벌리며 과장된 웃음을 짓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들이 짓는 웃음은 행복한 웃음보다는 자조적인 웃음, 세상을 향한 절망의 웃음처럼 보인다. <유에민쥔(岳敏君) 한 시대를 웃다!>展은 웃음을 그리는 유에민쥔 작가의 국내 최초 대규모 개인전으로, 총 다섯 개 섹션에서 유에민쥔 작가의 회화와 조각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처형>(1995)
▲<처형>(1995)

전시장에 들어서면 유에민쥔의 대표적 작품인 <처형>(1995)이 모습을 드러낸다. <처형>은 스페인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Francisco Goya, 1746~1828)의 <1808년 5월 3일, 마드리드 수비군의 처형>(1814)을 패러디한 작품이다. 작품 오른편의 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을 향해 총을 겨누는 시늉을 하고 있다. 총이 겨눠진 사람들이 공포에 질리지 않고 크게 웃음을 짓는 것으로 보아 이는 마치 장난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처형당하는 사람들의 절망과 공포를 극대화한 작품인 고야의 <1808년 5월 3일, 마드리드 수비군의 처형>과 비교하면,  <처형>의 해맑게 웃음 짓고 있는 사람들은 처형의 잔혹성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첫 번째 섹션 명(名)인 ‘세상에서 가장 슬픈 웃음을 짓는 사내’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가 그려내는 웃음 뒤에는 슬픔이 담겨있다.

▲<잔디에서 뒹굴다(2009)
▲<잔디에서 뒹굴다(2009)

두 번째 섹션 ‘한 시대를 웃다’에는 유에민쥔이 바라본 중국 사회가 담겼다. 그가 활동했던 1980년대는 정치적 격변기였다. 당시 중국의 사회주의는 위태로웠고, 민주화를 요구하던 천안문 사건은 비극적 결말로 끝났다. 이에 미술계에는 바뀌는 현실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능한 세대들에 자조적 웃음을 보내는 ‘냉소적 사실주의(Cynical Realism)’가 등장했다. 유에민쥔은 이러한 냉소적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작가다. 작가가 사회에 보내는 냉소는 <잔디에서 뒹굴다> (2009)의 과장된 웃음과 몸짓을 통해 강조된다. 유에민쥔은 작품 속 인물들에 대해 “그들은 웃고 있지만 그 웃음 속에는 강요된 부자유와 허무가 숨어있다”며 “이들은 내 자신의 초상이자 친구의 모습이며 동시에 이 시대의 슬픈 자화상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과장된 웃음을 짓는 인물들을 통해 자유가 제한된 시대적 배경과 이에 허무함을 느끼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낸 것이다.

▲<짐승 같은 인간>(2016)
▲<짐승 같은 인간>(2016)

세 번째 섹션 ‘사(死)의 찬미-죽음을 기억하고 삶을 사랑하라!’와 네 번째 섹션 ‘조각 광대’에서는 유에민쥔 작가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작가는 세 번째 섹션 ‘사(死)의 찬미’에서 죽음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는 선뜻 어울린다고 생각되지 않는 개념인 웃음과 죽음을 작품에 동시에 드러낸다. <눈빛>(2013)은 이를 그려낸 대표적 작품이다. 작가는 이를 통해 삶에서 죽음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질문한다. 한편, 네 번째 섹션 ‘조각 광대(Slapstick Comedy)’에서는 작가의 조각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섹션의 영어 제목인 ‘슬랩스틱 코미디’는 배우의 과장된 연기와 행동으로 우스꽝스러움을 표현하는 희극을 의미한다. 슬랩스틱 코미디 대표자 찰리 채플린(Charles Chaplin, 1889~1977)이 과장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를 풍자했듯, 유에민쥔도 과장된 표정과 몸짓으로 당시 중국 사회를 풍자한다. <짐승 같은 인간>(2016)에는 사람의 얼굴 뒷면에 동물의 모습을 조각했다. 활짝 웃고 있는 사람의 얼굴 뒤에 그려진 동물의 모습은 인간이 가진 이중성을 드러낸다. 조각품을 가까이서 보면 조각이 짓고 있는 웃음 이면의 불편함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전시는 다섯 번째 섹션 ‘일소개춘(一笑皆春) 한 번 크게 웃으니 온 세상이 봄이다!’로 마무리된다. ‘일소개춘’은 중국 대리(大理)에 있는 감통사 주지 스님이 유에민쥔의 작품을 보고 남긴 말이다. 절망적인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작품 속 인물들처럼 한 번 크게 웃으면 웃음이 온 세상으로 퍼져나간다는 것이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 번 크게 웃고 다시 꿈을 향해 나아가자고 말하는 듯하다. 유에민쥔 작가가 우리 모두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바로 ‘일소개춘’ 아닐까? 

 

 

전시기간: 2020년 11월 20일(금) ~ 2021년 5월 9일(일) (매주 월요일 휴관)

전시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5전시실, 제6전시실

관람시간: 10:00 ~ 19:00 (매표 및 입장마감 18시)

관람요금: 일반(만19세 이상): 15,000원, 청소년(만13세-18세): 13,000원,

어린이(36개월 이상~만12세): 10,000원

SNS 기사보내기

저작권자 © 홍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

하단영역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