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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記錄)에 관한 고찰

기자 프리즘을 처음으로 맡으면서 ‘기자 프리즘’이라는 이름에 대해 생각해봤다. ‘기자’는 알겠는데, ‘프리즘(prism)’이란 무엇인가? 사전을 찾아보니 빛을 분산시키는 데 쓰는 다면체의 광학 부품이란다. 고등학생 때 교과서에서 어렴풋이 봤던 기억이 있다. 프리즘에 광선을 쬐어주면 무지갯빛으로 나뉜다. 기자는 기자 프리즘을 ‘기자가 프리즘 역할을 해 어떤 현상을 다방면으로 볼 수 있게 한다’라고 이해하겠다. 그렇다면 기자에게 무엇을 투과시킬까? 곰곰이 생각하던 중, 거의 매일 하지만, 마감에 치여 제대로 생각해보지 못했던 행위인 ‘기록’을 투과해보기로 했다. 근본적인 질문부터 시작하겠다. 기록은 왜 하는 걸까?

이유는 당연하게도 기록하는 행위가 이익을 주기 때문이다. 기자가 체감하는 이익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기록은 후대인들에게 도움을 준다. 사람들은 지식을 얻기 위해 선대 사람이 남겨놓은 책을 찾아 읽는다. 기록은 후대인들에게 영감을 주기도 한다. 기자 역시 이번 기사를 쓸 영감을 얻기 위해 선배 기자들의 ‘기자 프리즘’을 참고하면서 이 기사를 쓰고 있다. 둘째, 기록은 정확하고 엄밀해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된다. 차량에 블랙박스를 설치하는 것이 대중화되기 전에는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겼다고 한다. 블랙박스에 녹화된 객관적 증거는 잘잘못을 가릴 수 있게 한다. 기록은 교통사고에 한해서가 아니라 각종 법정에서도 증거로 활약하며 정의로운 사회에 일조한다. 이렇게 얘기하니 기록이 장점만 있는 것 같지만, 기록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기록하는 행위는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첫째, 기록은 후대인의 생각을 틀 안에 가둔다. 천동설이 맞다는 연구가 주류일 때 지구가 움직인다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기자 역시 기성 언론의 기사나 선배들이 써놓은 기사와 유사하게 작성한 적이 있다. 새롭고 창의적인 스타일의 신문을 끊임없이 시도하며, 새로운 신문의 모범과 방향을 제시해 줘야 하는 대학신문의 실험 기능을 저버린 것이다. 둘째, 기록의 정확성과 불변성은 누군가의 인생을 파멸로 이끌 수 있다. ‘n번방’, ‘박사방’에서 피해자가 발생한 이유도 기록이었다. 갓갓(문형욱), 박사(조주빈) 등 가해자는 여성들을 속여 그들이 수치스러운 기록물을 만들게 했고, 본인의 명령을 거스르면 기록물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불한당에게 들어간 기록물은 무시무시한 무기가 됐고 피해자를 파멸로 몰아갔다.

기록의 장단점을 몇 가지 나열해봤더니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장단점이 기록의 같은 특성에서 파생했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기록은 마치 과학과 같다. 과학이 가치중립적이더라도 과학을 활용하는 사람에 따라 인류에 공헌할 발명품이 될 수도, 사람을 해칠 무기가 될 수도 있다. 기성 기사는 기자의 생각에 한계선을 긋지만, 한계선 안에서 편안하게 평균 이상의 기사를 쓸 수 있다. 성 착취 피해자에게 공포를 준 것은 기록이었지만, 가해자를 체포할 수 있는 것도 기록 없이는 불가능했다. 앞선 얘기의 결론을 내리자면 기록은 알게 모르게 본인, 남, 그리고 사회에 이익을 줄 수도,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에 새로운 사실을 기록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기자의 어깨는 무거워졌고, 어렴풋이 생각했던 ‘홍대신문에 무엇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지’를 이 기사에서 명문화할 필요성을 느꼈다. 기자는 사실을 솔직하게 담겠다. 보도란에서는 취재 과정에서 보고 들었던 것을 객관적으로 솔직하게 기사를 쓰겠다. 극적인 전개를 위해 왜곡과 과장을 일절 넣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한편 고정란과 오피니언란에서는 기자가 느낀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써 내려가겠다고 약속한다. 기자가 쓴 제1295호 ‘S동 211호’와 제1296호 ‘보따리’를 보고 부끄러워서 다음부터는 기자의 감정을 숨길까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이불을 차다 찢어지더라도, 흑역사가 될지라도 솔직한 기사가 더 가치가 있다는 기자의 초심을 지키며 기록하겠다.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부탁 하나 드리겠다. 기자가 초심을 잃는다면 따끔한 비판을 해달라.

박찬혁 기자  cksgur158@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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