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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적절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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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열렬한 배구 팬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직접 경기장에 찾아가기도 하고, 노트북으로 경기 중계를 보기도 한다. 특히 기자는 OK금융그룹 프로배구단의 이민규 선수와 송명근 선수의 팬이었다. 고등학교, 대학교 동창이고 절친으로 소문난 두 선수의 케미를 좋아했고, 그들의 경기, 세리머니 등 모든 것을 좋아했다.

배구 경기가 순조롭게 진행되던 어느 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이 올라왔다. 그 글은 OK금융그룹의 송명근 선수와 심경섭 선수의 학교폭력을 고발하는 내용이었다. 기자는 해당 글을 읽고 처음에 믿지 못했다. 그러나 이게 웬걸. 송명근, 심경섭 선수는 학교폭력을 인정하고, 남은 경기에 출장하지 않겠다는 ‘셀프 징계’를 내렸다. 이후 송명근 선수는 장문의 사과문을 SNS에 올리고 사라졌다. 기자는 눈물을 머금고 집에 있는 송명근 선수의 사진을 찢고, 휴지통에 던지며 마음을 달랬다.

학교폭력 논란은 비단 기자가 좋아하는 선수뿐만이 아니었다. 흥국생명 프로배구단 이재영, 이다영 선수를 기점으로 스포츠계부터 연예계까지 줄줄이 퍼져나갔다. 학교폭력 폭로의 시발점이 된 이재영, 이다영 선수의 피해자는 그들이 심한 욕설을 하고, 폭력을 저질렀다고 폭로했다. 해당 선수들은 이를 인정하고 사과문을 올렸다. 소속팀인 흥국생명 프로배구단은 이들에게 무기한 출장 정지 징계를 내렸고, 배구협회는 국가대표 자격 박탈 징계를 내렸다. 

정리하면, 송명근, 심경섭 선수는 남은 경기에 출장하지 않겠다는 셀프 징계를 내렸으며, 소속팀은 이재영, 이다영 선수에게 무기한 출장 정지 징계를 내렸다. 이는 과연 적절한 수위의 징계일까. 

KB손해보험 프로배구단 이상열 전(前) 감독이 2009년 국가대표팀에서 코치로 재임하던 시절, 한 선수를 구타했다. 이후 배구협회는 이 감독에게 ‘무기한 자격 정지’ 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불과 2년 후, 이 감독은 경기대학교 감독으로 복귀하며 다시 배구계로 돌아왔다. 또한, 작년 2월부터 사퇴 의사를 밝힌 올해 3월 12일(금)까지 KB손해보험 프로배구단의 감독으로 재임했다. 이 때문에 피해자인 선수와 코트 위에서 상대로 마주하기도 했다. 이 감독의 사례는 학교폭력으로 인해 징계가 내려진 4명의 선수도 다시 코트에 복귀할 여지가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들의 사례를 보면, 10여 년 전의 사건으로 징계를 내려야 하기 때문에 난감했을 소속 구단의 사정도 어느 정도 이해된다. OK금융그룹 프로배구단 석진욱 감독은 피해자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며 “12년 전의 일로 어떻게 징계를 내리고 어떤 기준으로 선수를 대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라고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이들에게 내려진 징계는 충분치 않다. 송명근, 심경섭 선수의 징계는 정확한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당장 내년이라도 복귀가 가능하다. 이재영, 이다영 선수의 징계도 마찬가지다. 이상열 감독처럼 몇 년 내에 복귀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구단 측은 최소한 피해자가 인정할만한 징계를 내려야 한다. 실제로 송명근 선수에게 학교폭력을 당한 피해자는 “해당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방지 차원을 확실하게 마련하며 논란이 되었던 선수들에 대한 강력한 처분을 내려주길 바란다”라며 선수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이러한 가벼운 징계가 관례로 굳어져 논란이 잊혀질 무렵 가해자들이 다시 선수 생활을 하며 팬들의 사랑을 받는다면 이는 피해자에게 한 번 더 상처를 주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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