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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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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느가족>(2018)
▲영화 <어느가족>(2018)

“이건 비밀인데, 우린 가족이야”_영화 <어느 가족>(2018)中

남편이 죽은 ‘하츠에’ 할머니 집에는 불륜으로 맺어진 ‘오사무’와 ‘노부요’ 부부, 마트에서 좀도둑질을 하는 소년 ‘쇼타’, 성인 숍에서 일하는 소녀 ‘아키’, 그리고 가정폭력을 당해 집을 나온 ‘유리’ 총 6명이 살고 있다. 이들은 혼인과 혈연관계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다른 평범한 가족들처럼 서로 의지하고 화목하게 살아간다. 그러나 법적으로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친부모에게 돌아간 유리는 친부모로부터 다시 학대를 받고 아파트 복도에서 하츠에 가족들에게 배운 노래를 부르며 영화는 끝이 난다. 당신은 이 영화에서 나온 주인공들을 가족이라고 생각하는가? 또한 당신이 생각하는 ‘가족’의 정의는 무엇인가?

 

 

한국이 정하는 ‘가족’

가족을 규정한다

고고학에서 고대사회를 설명하는 데 가장 유력한 가설인 ‘사회발전단계설’은 고대의 사회가 군집사회, 부족사회, 족장사회를 거쳐 국가로 발전한다는 가설이다. 이는 각 가족이 뭉쳐 군집을 이루며, 그 군집들이 뭉쳐 경제, 사회, 종교 활동을 조정하는 기관을 만들어 국가로 발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가족이 구성되어 사회가 만들어졌다는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가족은 어떻게 구성될까? 우리나라의 법률 「민법」 제779조를 살펴보면 가족의 범위는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이며 생계를 같이 하는 경우에 한해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까지 포함하고 있다. 또한, 2004년 제정된  「건강가정기본법」 제3조(정의)에서 ‘“가족”이라 함은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를 말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혼인·혈연·입양으로 구성된 가족만을 법적인 가족으로 인정하고 있다.

 

▲2011~2020년 국내 혼인건수
▲2011~2020년 국내 혼인건수

결혼 안 했으면 ‘미운 우리 새끼’?

최근 <미운 우리 새끼>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어머니들은 그들의 아들과 딸이 결혼을 하지 않고 ‘싱글’인 상태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자녀를 ‘철부지 아이’로 평한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는 일정 나이가 되면 결혼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남아있다. 하지만 최근, 비혼을 택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우리나라 총 혼인 건수는 약 32만 9천 건이었지만 2019년 기준 총 혼인 건수는 약 23만 9천 건으로 10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에 결혼 건수가 약 32% 감소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 청년들이 비혼을 선택하는 것일까? 첫 번째로는 젊은 세대에서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일명 ‘비혼주의’가 사회 속에 정착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결혼자금을 마련하는 데 드는 부담을 꼽을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만 30세에서 39세의 75.7%가 “결혼 준비 생각이 있다”라고 답했지만 결혼비용 때문에 망설였다는 답변이 51.2%로 금전적인 문제가 결혼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의 해체

최근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이른바 ‘정상 가족’이라는 정의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동성 부부, 비혼모 가족, 동거 가족처럼 정부가 법적으로 규정한 가족이 아닌 형태의 가족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법적인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한 이들은 ‘가족’에게 주어지는 당연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비혼모의 경우, 자녀가 있음에도 임대주택 사업의 입주 우선권 혜택을 받지 못한다. 동성 부부나 동거 가족은 법적으로 가족이 아니기에 병원에 입원 시 보호자로 등록되지 못한다. 또한 이들이 사망하면 자신의 동거인과 동성배우자에게는 장례를 치를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되지 않는다. 따라서 동성 부부나 동거 가족은 자신들의 법적인 가족이 없다면 무연고 사망자로 분류된다. 이처럼 많은 사회 구성원이 법적 테두리에서 벗어나 있지만, 지금의 법과 제도가 이들의 권리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족구성권을 외치다

결혼 말고 파트너

다양한 가족 형태의 등장에 국제사회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주요 선진국에서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법률혼 이외의 관계로 맺어진 가족에 대한 수용도가 높아지며, 다양한 가족 형태의 존재를 제도적으로 인정하고 이들에게 기존에 인정된 가족과 유사한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개인이 자신과 맞는 사람과 가족을 맺을 수 있는 가족 구성권을 폭넓게 보장하는 것이다. 스웨덴의 경우 같은 주소를 등록한 뒤 3~6개월 정도의 동거 기간이 지나면 가족으로 인정하는 ‘삼보’라는 제도를 시행 중이며, 프랑스는 1999년 11월 동성애자 커플과 동거 가족의 법적 지위 보장을 위해 ‘시민연대계약법(PACS)’을 입법했다. 시민연대계약 가족의 수는 입법 초기인 2000년 22,000가구에 불과했으나 2016년 191,537가구를 기록하며, 같은 해 225,612가구에 달한 이성 간 결혼 부부의 수에 육박하는 증가율을 보여주었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새로운 형태의 가족에 대한 수용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에서 ‘외롭지 않을 권리’란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가족 구성권은 어떻게 인식되고 있을까. 2019년 여성가족부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실시한 가족 다양성에 대한 국민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체 66.3%가 ‘생계와 주거를 공유할 경우 가족으로 인정한다’라고 답하였고, 19~29세에서는 75.2%가 같은 답변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법률혼 이외의 가족에 대한 수용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가 차원에서도 ‘정상 가족’의 개념을 깨려는 시도가 있었다. 2014년, 진선미 당시 의원이 ‘생활동반자법’ 발의를 시도한 바 있다. 생활동반자법은  혈연이나 혼인 관계가 아니더라도 같이 사는 사람을 가족으로 인정하는 법이다. 위 법안에 따르면, 혼인·혈연·입양이 아닌 동거 가구가 생활동반자 관계를 맺으면 법적으로 인정된 가족과 유사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일부 보수 세력의 우려에 해당 법안의 발의는 끝내 무산되었다. 하지만 지난 1월 24일(일) 여성가족부가 ‘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안’을 발표하면서 가족의 범위에 대한 정치권에서의 논의가 다시 시작되었다. 해당 계획안에서 여성가족부는 기존의 「건강가정기본법」은 ‘건강가정’이라는 용어로 인해 법률상 가족의 정의에 해당하지 않는 가족을 차별할 우려가 있다며, 법명을 ‘가족정책기본법’으로 개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혼인·혈연·입양으로 인정된 가족만 인정한다는 개념도 삭제하는 등의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계획안 속 사실혼은 이성 간 사실혼만 해당하는 것으로, 동성혼은 배제되어 동성 커플로 이뤄진 가족의 법적 권리 보장 문제는 해결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마포구에 사는 ‘가족’입니다

본교 서울캠퍼스가 위치한 마포구. 이곳에도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살고 있다. ‘함께주택협동조합’ 오현주 이사는 조합에서 운영하는 함께주택 2호 ‘무지개집’에 거주하고 있다. 그가 활동하고 있는 함께주택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함께 출자금을 모아 집을 매입하거나 신축하여 주거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주택협동조합이다. 동성 부부 킴과 백팩은 유튜브 채널 ‘망원댁 TV’를 운영하며 그들의 일상을 담은 영상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마포구에서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망원동에 사는 오현주입니다

▲함께주택협동조합 오현주 이사
▲함께주택협동조합 오현주 이사

Q. 한국 사회에는 여전히 비혼인에 대한 차별이 존재한다. 비혼인으로서 일상생활에서 겪은 편견이나 차별이 있는지 궁금하다.

A. 비혼인으로서 일상생활 속에서 겪는 차별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잘못된 인식의 변화를 느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선거운동에 나섰을 때는 결혼 여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또한 다른 후보자들의 직계 존비속이나 배우자들이 명함 배포와 같이 후보와 똑같은 선거운동을 할 수 있었지만, 그들과 다른 입장이었기에 선거운동을 혼자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총선 당시에는 결혼 여부를 묻는 경우가 줄어들었으며, 후보자가 지정한 1인에게 후보자와 동일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는 등의 변화가 있었다.

Q. 함께주택협동조합의 이사로 활동하며 망원동에 위치한 함께주택 2호인 무지개집에 거주하고 있다. 함께주택협동조합은 어떻게 다양한 개인과 가족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지 궁금하다.

A. 함께주택협동조합에서는 1인 가구와 성소수자 등 다양한 개인과 가족들이 안정적인 주거를 마련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국에서는 법적으로 계약갱신청구권은 세입자가 아닌 집 주인이 갖고 있어 주거가 불안정하다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함께주택의 경우 조합원들이 계약갱신청구권을 가지고 있어 자신이 머물고 싶은 만큼 거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더불어 조합원들은 각자 거주하고 있는 함께주택의 운영과 관련한 사안에 대한 결정 권한이 있다. 그만큼 각 조합원이 집을 운영하는 데 있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Q. ‘함께주택’의 식구처럼 혈연가족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꿈꾸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는가?

A. 누군가와 함께 안정적인 주거를 누리며 살고 싶다는 사람은 많은 것 같다. 하지만 개인의 큰 재산인 집을 타인과 공유하며 산다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기에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사람은 적다. 이렇게 주거와 관련한 여러 고민으로 동거 가족을 꾸리는 데 망설이는 이들에게 함께 주택협동조합에 오시길 추천한다.

 

망원동에 사는 킴, 백팩입니다

▲망원댁 TV 킴&백팩
▲망원댁 TV 킴&백팩

Q. 함께주택 2호인 ‘무지개집’에서 나온 이후에도 계속 망원동에 거주하는 만큼 마포구와 망원동에 대한 애정이 큰 것 같다. 가족으로서 마포구는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백팩: 마포구는 내가 직접 선택한 마음의 고향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님께 커밍아웃 했을 당시 가족들이 걱정을 많이 하여 독립을 결심하고 망원동의 무지개집으로 오게 되었다. 그곳에서 같은 성소수자 친구들과 생활하면서 이전에 소수자로서 느꼈던 스트레스를 거의 받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었다. 무지개집에서 나온 이후에도 마포구에 살고자 한 이유는 이곳에서의 삶이 고향에 온 마음처럼 안전하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Q. 한국에서는 동성 부부를 법적인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서로를 돌봄에 있어 어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킴: 가장 큰 어려움은 서로가 아플 때 보호자로서의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심장 시술을 받고 중환자실에 이틀 동안 입원했을 당시 직계가족이 아닌 백팩이 보호자로 인정받지 못한 적이 있다. 이로 인해 내가 가장 의지하는 사람이 보호자가 될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달았다. 또 백팩이 샤워를 하다 기절했을 당시에는 위급한 상황 속에서 논쟁거리를 피하고자 구급대원들에게 백팩을 나와 함께 사는 친구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서로가 아픈 상황 속에서 이를 도와줄 수 있는 법정대리인이 될 수 없는 현실에 무기력해진다.

Q. 가족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백팩: 서로가 힘들 때 조금씩 희생해주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무지개집에서 누나들과 함께 살 때 서로가 아플 때 챙겨주면서 우리가 ‘가족’이라고 느꼈다. 그만큼 가족은 자신이 어떻게 타인과의 관계를 만들어 가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유동적인 울타리라고 생각한다.

 

 

「건강가정기본법」제12조에서는 5월을 가정의 달로, 5월 15일을 가정의 날로 지정했다. 가정의 중요성을 고취하는 것이 본 조항의 목적이다. 개인이 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 가정은 가장 가깝고도 튼튼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만큼, 가정의 달과 가정의 날은 그 울타리의 포근함을 재고할 수 있는 중요한 날이다. 하지만 울타리는 하나의 형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현재의 수많은 울타리가 무너지지 않도록, 그리고 미래의 더 다양한 울타리들이 세워질 수 있도록 고민해 보아야 할 시간이다.

 

 

 

우시윤 명예기자(woosy0810@mail.hongik.ac.kr)

김성현 기자(lagwe3@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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