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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마법처럼 날 묶어왔던 사슬을 벗어 던진다.” 

노래로 말해요,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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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으로 잘 알려진 이 노래는 뮤지컬 <지킬앤하이드>(2005)의 ‘This is the moment’라는 삽입곡의 가사다. 지킬이 내면의 악마인 하이드를 소멸시키기 위해 스스로에게 실험을 하는 장면의 이 노래는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고, 불러봤을 것이다. 우리 곁에 친숙한 대중문화로 자리잡은 뮤지컬. 이러한 뮤지컬은 어떻게 시작되고 발전되었을까?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한 장면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한 장면

뮤지컬의 기원과 역사

뮤지컬의 성지인 미국의 브로드웨이(Broadway)에서 뮤지컬이 시작되었을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뮤지컬의 시초는 유럽이다. 뮤지컬이라는 장르는 19세기 말부터 등장한 것으로, 그 뿌리는 고대사회의 연극에서부터 시작된다. 연극이 시작된 경위는 불분명하지만, 사람들이 모여 살며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한 여흥을 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추측된다. 물론 뮤지컬의 목적이 여흥에만 있지는 않았다. 고대사회에서는 연극의 목적이 여흥인 동시에 ‘의식’이기도 했다.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지 않았던 시기이기에 의식을 통해 풍요와 안정을 바랐던 것이다. 대표적인 연극으로는 의식의 성격을 띠고 있는, 고대 그리스에서 나온 ‘디오니소스 축제’를 꼽을 수 있다. 대지의 풍요를 관장하는 신이자 술의 신인 디오니소스를 추앙하는 이 축제는 기원전 6세기 무렵까지 한 해에 4번 가까이 개최될 정도로 큰 행사였다. 디오니소스 축제는 합창, 음악, 춤, 연기 등이 총체적으로 이뤄졌는데, 단연 압권은 디오니소스를 찬양하는 열정적인 음악과 춤이 포함된 ‘디시램브(dithyramb)’다. 디시램브는 무용, 음악, 희곡 등을 파생시키면서 서양 연극의 근원이 되었다. 극적인 전환과 음악, 춤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디시램브는 현대 뮤지컬의 원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연극은 16세기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에서 오페라의 형태로 계승되었다. 오페라가 무엇인지, 왜 연극을 계승했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르네상스 시대의 정의를 알아야 한다. 르네상스란 부활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이탈리아어 ‘리나시타(rinascènza)’에서 어원을 찾을 수 있는데, 르네상스 시대는 고대 그리스, 고대 로마 예술의 부활을 추구하던 시대다. 르네상스 시대에 시작된 오페라는 고대 그리스의 연극이 주로 춤, 노래, 연기 등으로 이루어지고 어떤 대사들은 음정을 넣어 노래로 불렀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오페라는 디오니소스 축제를 비롯한 연극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이지만 연극을 그대로 계승하지는 않았다. 고대 그리스로의 회귀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오페라는 ‘노래를 통한 연기’에 중점을 두며 연극보다 음악성에 더 치중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오페라는 프랑스를 거쳐 서유럽으로 널리 전파되고 발전되었다. 이후 무겁고 진지한 내용을 다루는 오페라 세리아, 촌극의 희극적인 요소를 받아들인 오페라 부파, 영웅극과 비극적인 소재를 다루는 그랜드 오페라 리릭, 작품 전체가 하나로 이어지는 뮤직 드라마, 19세기 후반 유럽에서 유행한 오페레타를 거쳐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뮤지컬이 탄생하게 되었다. 

19세기 후반 탄생한 뮤지컬은 현대까지 총 4단계를 거치며 발전됐다. 제 1차 세계대전이 막 끝난 1930년, 전쟁은 많은 것을 앗아갔고 사람들은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였다. 대중은 현실을 잊기 위해 낙천적이고 유쾌한 오락문화를 갈망했고, 당시 사람들의 욕망에 부합한 뮤지컬은 대중적인 공연예술로 자리매김하여 황금기를 맞는다. 이후 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며 1950년대에 뮤지컬은 발전기로 접어든다. 예술가들은 두 차례의 전쟁으로 인한 부정적인 시대현실을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미래의 꿈으로 바꾸고자 공동 작업에 열중하며 예술성 높은 작품을 탄생시킨다. 이처럼 뮤지컬은 1950년대까지 현실의 아픔을 잊기 위해 오락과 낭만에 치중하였으나 1960년대를 기점으로 전환기를 맞게 된다. 예술가들은 단순한 오락과 낭만을 넘어 현실을 진지하게 고찰하고, 문학성과 예술성을 더욱 강조하기 시작했다. 이에 1960년대에는 오락과 낭만 위주의 작품보다 호소력이 짙은 작품들이 대거 등장하게 되었다. 이후 근현대에 다다르자 뮤지컬은 기술융합을 시도했다. 현재는 제1기부터 제3기까지 이어져 온 다양한 특징들과 기술의 발달을 융합해 신선하고 독특한 형태의 뮤지컬이 제작되고 있다.

 

▲세계 4대 뮤지컬
▲세계 4대 뮤지컬

세계 4대 뮤지컬

뮤지컬에는 입문을 도와주는 ‘세계 4대 뮤지컬’이 있다. 4대 뮤지컬이라는 말이 언제,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뮤지컬의 성지인 브로드웨이에 유럽의 뮤지컬들이 전파되며 넘어간 4개의 작품이 뮤지컬 시장을 넓혔기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첫 번째 작품 <오페라의 유령>은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인 가스통 르루(Gaston Louis Alfred Leroux, 1868~1927)가  집필한 『오페라의 유령』(1910)을 바탕으로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 1948~)와 프로듀서 캐머런 매킨토시(Cameron Anthony Mackintosh, 1946~)가 1986년 제작한 뮤지컬이다. 흉측하게 일그러진 얼굴을 가면으로 가린 괴신사가 아름다운 프리마돈나를 짝사랑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두 번째 작품 <레 미제라블>은 프랑스의 작가이자 정치인인 빅토르 위고(Victor Marie-Hugo, 1802~1885)가 19세기 집필한 『레 미제라블』을 바탕으로 작사가 알랭 부브릴(Alain Boublil, 1941~)과 작곡가 클로드 미셸 쇤베르그(Claude-Michel Schönberg, 1944~)가 함께 1980년 제작한 뮤지컬이다. 피가 끓는 혁명정신과 노동자, 농민들의 저항정신,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의 인간애를 다룬다. 세 번째 작품 <미스 사이공>은 <레 미제라블>을 만든 클로드 미셸 쇤베르그와 알랭 부브릴이 1989년 제작한 뮤지컬로, 베트남 전쟁 속에서 꽃피운 베트남 여인 킴과 미군 장교 크리스의 아름답고도 비극적인 사랑을 다룬다. 마지막 작품 <캣츠>는 <오페라의 유령>을 제작한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캐머런 매킨토시가 1981년 제작한 뮤지컬로, 1년에 단 한번 열리는 고양들의 축제 ‘젤리클 볼’을 주제로 한다.

 

뮤지컬, 애니메이션과 영화에 등장하다

▲<라라랜드>
▲<라라랜드>

‘노래와 춤을 가미한 연기’라는 뮤지컬의 요소는 영화에도 도입되곤 한다. 뮤지컬을 영화에 잘 녹여낸 대표적인 작품으로 <세 얼간이>(2009)가 있다. <세 얼간이>는 경쟁과 결과에만 집중하는 교육시스템과 이를 방관하는 기성 교단의 교수를 비판하는 인도 영화다. 영화는 작품 사이사이에 삽입된 뮤지컬을 통해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가며 시청자들에게 다소 무겁고 진지할 수 있는 주제를 부담 없이 전달한다. 특히 영화의 주제가 그대로 드러나는 ‘알 이즈 웰(Aai izz well)’은 작품의 명장면이자 가장 인상 깊은 노래로 꼽힌다. 또 다른 작품으로는 2016년에 미국에서 개봉한 <라라랜드>(2016)가 있다. <라라랜드>는 로스엔젤리스(Los Angeles)를 배경으로 재즈 뮤지션을 꿈꾸는 ‘세바스찬’과 배우를 꿈꾸는 ‘미아’가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는 세바스찬과 미아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비롯한 여러 사건들을 뮤지컬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꿈의 나라’라는 뜻에 걸맞는 구성 방식을 자랑한다. ‘Another day of sun’과 ‘City of stars’ 부르는 장면은 작품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겨울왕국>의 한 장면
▲<겨울왕국>의 한 장면

애니메이션에도 뮤지컬 요소가 사용되는데,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애니메이션에 뮤지컬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라이온 킹>(1994)부터 <라푼젤>(2010), <모아나>(2016) 등 디즈니의 대표적인 영화에는 모두 뮤지컬이 동반된다. 특히 <겨울왕국>(2014)의 엘사가 자신의 능력을 저주로만 여겼다가 이를 받아들이고 자유롭게 살아가려는 의지를 표명하는 ‘Let it go’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연극으로부터 비롯된 뮤지컬은 영화, 애니메이션에서도 도입되며 점차 저변을 넓히고 있다. 최근에 만화 원작을 기반으로 제작된 뮤지컬도 등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뮤지컬을 관람한 적이 없다면 한번쯤 보러 가는 것이 어떨까? 뮤지컬만이 가지고 있는 분위기와 웅장함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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