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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의 과도기(過渡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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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평소에 유튜브(YouTube)를 자주 시청한다. 기자가 요즘 보는 것은 ‘<무한도전> 레전드’, ‘<1박 2일> 하이라이트’와 같은 과거 예능 영상이다. 특이하게도 이런 영상들의 업로드일은 3년, 4년전이지만 좋아요를 많이 받은 인기 댓글들은 항상 최근에 달려있고 조회수는 적게는 백만대에서 많게는 천만대까지 기록하고 있다. 또한 이런 영상들에는 젊은 세대들이 과거를 그리워하는 듯한 댓글들이 많이 달려있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과거를 그리워한다는 점에서 누군가는 이 현상을 레트로(Retro)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레트로란 영어 ‘retrospect’의 줄임말로, 회상, 회고, 추억을 의미하며 과거와 전통에 대한 그리움이자 그것을 리메이크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과거의 예능프로를 보는 것은 레트로를 즐기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첫 번째는 기간이다. 레트로의 대상이 되는 기간은 지금으로부터 20년은 넘는 것이 보통이다. 레트로 드라마의 정석인 <응답하라 1988>(2015)은 당시로부터 거의 30년 전의 쌍문동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렇지만 앞서 언급한 예능 프로들은 어떤가? <무한도전>의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기껏해야 10년이 채 되지 않는다. 두 번째는 완결성이다. 레트로는 과거의 스타일, 사회현상들을 현재로 가져와 재창조하여 신선한 자극을 주는 것이 목적이다. 그렇지만 유튜브에 올라오는 예능 영상들은 그저 과거의 예능을 짜깁기한 것이 전부이다. 

그렇다면 뉴트로(New-tro)는 어떨까? 뉴트로는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합성어로, 2010년 후반부터 1990년~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들이 구한말부터 1990년까지의 문화를 즐기는 것을 말한다. 젊은 세대들이 과거의 문화를 즐긴다는 점에서 이 현상과 비슷해 보이지만 결정적으로 ‘체험’의 여부가 다르다.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어렸을 때 토요일 오후가 되면 무한도전을 보고, 일요일 밤에는 개그콘서트를 보며 주말을 마무리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뉴트로는 어떤가? 젊은 세대들이 1980년대에 향수가 있어서 <응답하라 1988>을 즐겨본 것은 아닐 것이다.

왜 젊은 세대들은 이토록 과거의 예능 프로그램에 열광하고 또 그리움을 나타내는걸까?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현재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재미를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의 영상을 올리는 MBC의 유튜브 계정을 보면 현재 방영중인 예능 프로그램의 짜깁기 영상은 조회수가 1만회도 넘지 못한다. 기자는 올해 초부터 퍼진 <무한도전>의 ‘무야호’ 열풍이 이를 증명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왜 현재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점점 재미를 잃어가는 것일까? 기자는 대중문화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인식 변화가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2010년대 중반부터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이라는 바람이 불며 우리 사회는 차별이나 편견에 관해 이전보다 더욱 엄격한 기준을 내세우게 되었다. 이에 따른 예능 프로그램들의 ‘자체 검열’ 또한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성 소수자를 희화화해서는 안 된다는 담론이 생기며 홍석천은 예전처럼 자기비하를 통한 재미를 줄 수 없게 됐고 성평등과 관련해 많은 담론이 생기며 아슬아슬하게 수위를 넘나들던 신동엽의 <SNL 코리아>는 이전과 같은 재미를 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기자는 이 상황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반대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그만큼 지금까지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부군가에게는 불쾌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는 주제로 인기를 끌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기자는 지금의 시대를 ‘과도기’라고 표현하고 싶다. 이전과는 다르게 사람들의 인식은 점차 성숙해지고 있다. 더 나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지며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시대가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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