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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남진희 옮김, 민음사, 2016

<기초입체1> 신승연 교수가 추천하는 『보르헤스의 상상동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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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의 상상동물 이야기』(2016)는 다양한 문헌들에 등장하는 상상 속의 존재들로 가득 차 있는 책이다. 제목에는 상상 동물이라는 친근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이것은 동물을 넘어선 요괴와 괴물 등을 포함한 각종 존재들의 총집합으로, “시간과 공간 속에서 인간의 환상이 만들어낸 지극히 기묘한 존재들”(p.5)을 담은 보르헤스의 마술과 같은 상상 동물원에 전시된 환상의 존재들이다. 이 상상의 존재들은 매혹적이면서도 기묘하다. 각 나라의 문헌 속 신화나 설화에 등장하는 신비로운 존재들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지만, 우리가 꿈꾸는 존재의 모습이 어떠한지에 대해 묘사하는 듯하다.

문헌 속에서 탄생했지만, 상상 동물들을 표현하는 비유와 각종 상징들은 현실에 빗대어 우리의 모습을 다시 보게 만들어준다. 예를 들면, 독기 어린 시선으로 사람들을 죽이는 ‘바실리 코크’, 다른 사람을 동물의 대가리에 빗대어 놀려대는 사상가 ‘카필라’가 환생한 백 개의 각기 다른 머리가 달린 괴물, 햇빛을 받으면 전염병을 퍼뜨리기에 검은 탄광 속에 갇혀 어둠을 헤매고 다니는 하늘 사슴 등 이 책에서 소개하는 상상 동물들이 보여주는 습성이나 상황은 우리 주변에서 한 번쯤은 만났을 법한 누군가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우리의 머릿속 상상의 세계에서는 어떤 일이든 가능하다. 인간의 상상력은 유희를 위해서 발휘되기도 하지만 한번 시작된 상상은 우리의 삶을 그 안에 반영시키고 재구성하면서 진화하며, 그 안의 이야기는 유희를 넘어 삶을 은유하는 언어로 감싼 새로운 존재로 탈바꿈할 수 있는 것이다. 상상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유연한 태도로 그 변화를 집어삼킨다.

요즘처럼 변화무쌍하고 비현실적인 현실 속에 살아가는 우리의 삶은 어떠한가?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 전쟁 같은 매일을 지내고, 마스크로 얼굴의 반을 가린 채 매일 사람들을 마주 보아야 하며, 가족들과 친구들과 함께하는 식사는 늘 다음으로 미룬 채 홀로 방 안에서 모니터를 마주하고 키보드로 대화하는 것이 마치 어둠 속에 갇혀버린 하늘 사슴과 같은 삶을 사는 것 같지 않은가.

각 동물들에 관한 짧은 단편들의 묶음으로 구성된 이 책은 짧은 시간에 잠깐씩 읽기에 매우 좋다. 상상 동물 이야기 속 존재들을 통해 역사 속 우리 인류가 꿈꾸던 환상과 마주하며, 우리의 현실을 되짚어 보고,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신비한 존재를 꿈꾸며 이에 대해 그려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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