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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택, <무제>, 1978년, 돌, 33.5cm×67cm×47cm, 홍익대학교 박물관 소장

박물관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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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이승택-거꾸로, 비미술》이라는 주제로 전시가 열렸다. 이 전시는 독자적인 예술관을 보여준 이승택의 60여 년 작품세계를 조망해보는 회고전이었다. 마침 홍익대학교 박물관에서도 이승택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기에 이번 기회를 통해 그의 작업을 간략하게 소개해 보고자 한다. 이승택의 작품은 크게 비조각이라는 특징으로 일컬어진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이승택의 재료에 대한 탐색과 연구는 그의 작품이 하나의 재료에 국한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에 일조했다. 그는 유리와 비닐, 철사, 시멘트, 돌, 도자기, 여성 토르소, 바람, 불, 연기 등 수많은 재료를 이용하였다. 이처럼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조각이라는 형태적 틀을 벗어나는 조각이라는 의미에서 그의 작품을 지칭할 때 비조각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었다.

그렇다면 홍익대학교 박물관에서 소장 중인 이승택의 <무제>에 나타난 특징은 무엇일까. 작품을 보면 처음 떠오르는 것은 왜 단단한 돌을 둘로 나눠버리는 선 자국이 파여있을까 하는 것이다. 마치 얇고 단단한 끈으로 오랜 시간 동안 돌을 묶어두어 생긴 듯한 깊은 자국은 보이지 않는 과정들을 떠올리게 한다. 이 작품은 아니지만, 이승택의 다른 작업 중에는 도자기나 돌을 끈으로 묶어둔 경우도 존재한다. 이때 끈은 단단한 고체인 돌과 도자기 등을 파고 들어간 것처럼 묶여 있어서, 사물이 보여주는 딱딱함, 무거움, 둔탁함과 같은 본래 성질이 사라진 듯한 착각이 들게 만든다. <무제>의 경우에도 이와 마찬가지로 돌이 지니는 단단하고 무거운 속성을 부드럽고 유연한 느낌으로 바꿔버린다. 

단단하고 무겁다는 느낌은 사실 우리가 사물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감각 경험을 바탕으로 한 하나의 인상이다. 그리고 이러한 인상은 고정관념이 되어, 우리가 어떤 대상을 판단할 때 하나의 기준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승택이 ‘묶기’라는 기법을 사용한 것은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트리기 위함이다. 동시에 그는 인상을 만들어내는 시각이라는 감각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돌이라는 대상 자체는 언제나 그 상태 그대로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이 어떻게 보이는지에 따라 대상에 관한 인상과 느낌은 크게 변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대상을 파악할 때 오감을 전부 사용한다고 말하지만, 시각만큼 우리의 판단에 크게 관여하는 감각은 없다. 눈앞에 보이는 것과 원래 그것이 갖고 있는 성질의 차이를 비틀어내는 작업이 이승택의  <무제>에 드러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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