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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주목하는 ‘이건희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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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달 동안 국내외 미술계의 최대 관심은 삼성의 ‘이건희 컬렉션’에 집중되어 왔다. 故 이건희 회장의 개인 컬렉션은 삼성문화재단 산하의 삼성미술관 리움이나 호암미술관과 상관없이 그가 평생 수집했던 순수 개인 소장 작품들을 의미한다. 작년 12월 삼성이 미술작품 감정을 의뢰하면서‘이건희 컬렉션’은 외부에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건희 컬렉션’은 개인 컬렉션으로 상상할 수 없는 많은 양을 자랑하며 한국 전통미술, 근현대미술, 서양 근현대미술이 다양하게 수집되어 있다. 인상주의자 모네와 르누아르, 후기 인상주의자 고갱을 시작으로 동시대 미술까지 아우르는 서양 근현대미술의 보물들이 이건희 컬렉션을 구성한다. 간송컬렉션이 전통미술에 치중했다면 ‘이건희 컬렉션’은 우리나라와 서양 미술을 골고루 수집했던 사례로 거의 유일무이한 개인 컬렉션을 자랑하고 있다. 국내 미술계에서 개인 컬렉터가 이렇게 동서양의 방대한 미술작품을 구색을 갖춰가면서 수집한 사례가 없다. 또한, 삼성가가 유례없는 상속세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개인 컬렉션이 어디로 흘러갈지에 대한 논의도 많았다. 미술계에서는 현금이 부족한 경우, 미술품과 문화재 등으로도 세금을 낼 수 있도록 하자는 ‘물납제’에 대한 논의도 서서히 대두되고 있다. 이것이 바로 현실화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건희 컬렉션’은 소더비와 크리스티 같은 옥션하우스를 통해 작품이 미술시장에서 팔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삼성가는 4월 28일 공식적으로 ‘이건희 컬렉션’을 국내외 미술관에 기증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을 위시해 특정 작품과 연결되어 있는 지역미술관 등에도 작품 기증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국립현대미술관은 덕수궁관, 과천관, 서울관, 청주관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아쉽게도 서양 근현대미술은 전혀 컬렉션이 되어 있지 않다. 작품 구입비가 적기도 하지만 국립현대미술관은‘한국 근현대미술사’를 구성하는 중요 작가들을 위한 공간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국내의 국공립 미술관에는 폴 고갱, 파블로 피카소, 알베르토 자코메티, 마크 로스코와 같은 서구 작가들의 작품이 영구 소장된 곳도 없다. 故 이건희는 세월이 흐르면서 미술사적인 의미를 더해가는 미술작품 수집을 중요한 가이드라인으로 삼은 듯하다. 이러한 작품들은 가격 가치가 더해져서 미국의 색면파 화가들 경우는 수백억 원의 가치에 이른다. 천문학적인 가격 가치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컬렉션을 국외의 유명 옥션하우스를 통해 매매하지 않고, 국내의 주요 미술관에 기증한다는 것은 컬렉터의 역사에서도 전무후무한 일이다. ‘이건희 컬렉션’은 뉴욕현대미술관의 후원자였던 데이비드 록펠러(David Rockefeller, 1915-2017)가 수집한 컬렉션을 넘어선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보아도 주목할 만하다. 이로 인해 해외 저널리스트들도 이건희 컬렉션에 주목해왔다.

사실 ‘이건희 컬렉션’이 흩어지기 전에 그의 컬렉션을 전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주요 기획전이 장기적인 준비하에 전시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필라델피아의 반즈 컬렉션처럼 별도의 독립된 컬렉션, 독립된 뮤지엄 건립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 첫걸음으로 ‘이건희 컬렉션’을 기록, 연구하는 카탈로그 레조네(catalogue raisonne) 작업도 필요하다. 카탈로그 레조네는 작가들의 전 작품을 목록화해서 중요한 문헌과 소장의 역사, 미술사적 의미 등을 기술하는 대단히 방대한 프로젝트로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카탈로그 레조네를 한 역사가 없다. 이번에 삼성가에서 기증한 ‘이건희 켈렉션’은 우리 세대에 그치지 않고 다음 세대들이 누릴 수 있는 문화자산이자 교육자산으로, 이제는 우리가 얼마나 이러한 유산(legacy)을 ‘장기적으로’ 잘 이끌어 나갈 수 있는지 논의할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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