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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창업을 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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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타트업>
▲드라마 <스타트업>

“후회가 선택하는 순간에 오지는 않잖아요. 과정에서 오지. 내 선택을 단 한 번도 후회해본 적이 없어요. 기를 쓰고 그렇게 만들었거든.” 

 

2020년에 방영한 드라마 <스타트업>의 주인공 ‘서달미’의 대사이다. 취업이라는 현실에 가로막힌 인물들이 스타트업에 뛰어들며 온갖 역경과 고난을 이겨낸 끝에 성공한 기업을 만들어낸다는 <스타트업>의 줄거리는 청년들에게 창업에 대한 열망을 일깨워주었다. 또한 동년에 방영한 tvN의 <이태원 클라쓰> 역시 꿈을 좇는 인물 ‘박새로이’를 통해 청년창업의 이상점을 알려주었다. 이처럼 매체에서 청년창업은 힘들지언정 빛이 가득한 분야로 묘사된다. 그러나 청년창업을 둘러싼 환경은 대중 매체가 보여주는 것처럼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실제 청년창업 생태계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청년창업’의 이면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청년창업자 박유진씨의 이야기

▲출처: 탑기밀
▲출처: 탑기밀

 

29살의 청년창업자 박유진씨는 광화문에 위치한 ㈜피스오브무드의 대표이다. 박 대표는 예비창업패키지를 통해 2019년에 ㈜피스오브무드를 설립했고, 이후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입학해 자금 지원, 교육 등의 청년창업 지원을 받으며 기업을 성장시켰다. 현재는 심사를 통해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가 제공하는 스타트업빌리지에 입주해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피스오브무드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종합해 △창업 △취업 △재테크/부업 △입시/유학과 관련된 포트폴리오와 가이드라인을 ‘탑기밀’이라는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제공한다. 박 대표는 “학교를 다니면서 남들이 하는 대로만 따라가면 나에게 찾아오는 기회가 한정적이라는 것을 느꼈고, 수동적으로 살기보단 능동적으로 살기 위해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라며 창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이어 “학벌과 지연, 인맥으로 인한 정보의 격차가 꿈의 격차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박 대표처럼 젊은 나이에 사업을 시작하는 청년창업자의 수가 점점 늘고 있다. 지난 3월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에 의하면 2월 15~29세 청년 중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작년 동월보다 5%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창업자의 수가 점점 늘어나는 근본적인 원인은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인데, 2월 기준 15~29세 청년의 공식 실업률이 9.8%에 달해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더불어 작년 초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으로 자격증 시험이 취소되거나, 기업의 채용 공고와 채용 인원이 줄어드는 등 국가경기가 침체되고, 기존 산업 생태계가 붕괴되며 청년 실업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역경제에 이바지하고 고용을 창출하고자 청년창업지원 예산을 1조 5,000억원으로 책정하는 등 청년창업을 장려하고 관련 지원 제도 및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청년창업 지원은 크게 

△자금 지원 △교육 및 컨설팅 지원 △시설 및 공간지원 △사업화 지원으로 나뉜다. 자금 지원의 경우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력과 사업성은 우수하나 자금이 부족한 기업에 자금을 지원해주는 창업기업자금사업이 대표적이다. 2018년 기준 자금지원에만 1,3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어 있을 정도로 청년창업 지원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크다. 두 번째로 교육 및 컨설팅 지원은 청년창업사관학교가 주관하고 있다. 시장성 있는 신산업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예비 창업자들을 선발한 후 △이론 교육 △경영 체험 △멘토링을 비롯한 다양한 교육을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시설 및 공간 지원과 사업화 지원의 경우 창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전국 19개의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주관하고 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예비 창업자들에게 창업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해주는 동시에 △투자 유치 △성과 창출 △재창업 교육 등 사업화에 필요한 조건들을 충족시켜주고 있다.

 

 

청년창업의 애로사항

 

청년창업은 모 아니면 도?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청년창업의 발목을 잡는 여러 요인이 존재한다. 먼저 청년창업의 속성이다. 청년창업도 결국 창업이다. 창업자는 TV에 나오는 성공적인 사례처럼 되리라 생각하고 창업을 시작하지만, 우리나라 자영업자 절반 이상은 3년 이내 폐업하는 실정이다. 현재 국가에서는 ‘청년 전용 창업자금 지원’ 등으로 청년창업자들에게 융자 지원을 해주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작게는 500만 원부터 크게는 3억 원까지의 금액을 대출해준다. 창업 실패로 지원금을 모두 잃더라도 창업자에게 변제 의무가 있지는 않지만, 청년창업자 대다수는 지원금뿐만 아니라 대출을 받고 창업한다. 이 경우 창업 실패는 빚더미를 안게 하며, 청년창업자의 재기를 어렵게 한다. 2019년 기준 자영업자 가구의 평균 부채는 약 1억 1036만 원인데, 자영업자의 3년 내 폐업률을 생각해볼 때 이는 큰 문제다. 특히 청년층은 자본 없이 창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청년들의 창업 실패 위험부담이 더 크다 할 수 있다.

 

새로운 시도에 대한 규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가경쟁력을 상승시키기 위해서는 생계형 창업보다 벤처기업을 지향하는 청년창업자의 수가 늘어나야 한다. 기술력과 혁신으로 무장한 벤처기업은 국가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이나 아마존 등 세계적 기업도 시작은 벤처기업이었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창업 지원을 통해 고수익 일자리를 창출하는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창업생태계는 유럽,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벤처기업이 성장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벤처기업의 신기술과 신서비스에 대한 규제가 강하기 때문이다. 신규 사업 모델이 시장에 진입하고 합법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먼저 법으로 규정되어 있는 업종 중에서 해당 사업 모델이 속한 업종을 택하고, 사업 요건을 충족하는지 인허가를 받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기존 사업 분류에 속하지 않거나, 비공식 행정지도에 의해 적법성을 판단할 수 없어 불법으로 규정되는 경우 사업진입이 불가능해진다. 청년창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손꼽히는 온라인 자동차 경매업체 ‘헤이딜러’도 2016년에 자동차거래법안이 개정되며 50여 일간 문을 닫아야 했다.

 

청년창업 지원의 문제점

청년창업 지원 프로그램은 많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들이 다양한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는 명목 아래 ‘질’보다 ‘양’에 치중한다는 것이 문제이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과 실업률 감소를 위해 창업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청년들에게도 창업 지원을 제공해 준비되지 않은 창업자들을 양산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는 우리나라의 청년창업 지원의 대부분이 자금 지원인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또한 창업의 지원이 초기에만 너무 쏠려있다는 것도 문제다. 초기에 지원을 확실하게 해서 창업을 장려하려는 의도는 있지만, 중기와 가장 중요한 사업화 단계에서의 지원이 다소 부족하다. 이는 결국 보여주기식 창업자만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

 

 

청년창업, 나아가야 할 방향은?

 

청년창업이 점차 활성화되고 청년창업자들을 지원하는 제도도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다. 이에 청년창업의 현주소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아보기 위해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유병준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Q. 청년창업의 문제점 중의 하나로 한번 창업에 실패하면 재기가 어렵다는 점이 있다. 창업 재기를 돕기 위해 어떤 제도가 마련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A. 창업을 하면 주로 신용 대출을 받게 된다. 이때 대출을 갚지 못하면 신용불량자가 된다는 인식 때문에 대부분 창업 재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창업에 실패한 경우 신용불량자가 되지 않도록, 창업 재기를 돕는 시스템이 점차 마련되고 있다. 또한 과거와는 달리 창업 교육을 진행할 때 창업 실패 규모를 줄일 수 있는 교육도 진행하는 등 청년창업자들이 재기하기 쉽도록 여러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Q. 정부의 여러 지원 제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청년창업 지원이 질적 성장을 거두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러한 지적이 나온 원인은 무엇인가? 그리고 어떻게 개선돼야 하는가?

A. 서울산업진흥원(SBA)이나 지역별 창조경제혁신센터,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원 등 창업에 관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이 많다. 또한 금융위원회 성장사다리펀드, 한국벤처투자와 같이 금전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많다. 이처럼 창업 초기지원금이 많기 때문에 일부가 지원금을 노리고 스펙 쌓기 식의 창업을 하기도 하고, 아이디어의 질이 좋지 않아도 투자를 받기도 한다. 따라서 초기지원 이후로 지원이 미비해지지 않도록 개선이 필요하다. 이는 *유니콘 후보기업을 집중 발굴하고 체계적인 스케일업(scale-up)을 지원하는 창업진흥원의 ‘아기유니콘’ 사업 등을 통해 점차 개선되고 있다.

 

Q. 신기술과 신서비스의 원활한 시장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할 때 일정 기간 규제를 면제·유예시켜주는 제도인 ‘**규제 샌드박스’가 도입된 지 약 2년이 지났다. 이 제도가 잘 활용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A. 해당 분야의 기존 관계자들에게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잘 활용되고 있지 않다. 예를 들어 배달 업종에 진입하려면 택배나 퀵서비스 관계자들에게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해당 분야 관계자들은 같은 분야의 경쟁자이기 때문에, 창업자가 이들에게 승인을 받기가 어렵다. 새로운 이슈가 생기면 경쟁을 해야 하는데, 관계자들에게 승인을 받아야 해 샌드박스가 기업들이 신규 서비스를 과감히 시도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 못한다. 상대 허락 없이,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자유로운 거래가 가능해야 한다.

 

Q. 앞으로 청년창업을 지원하는 제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고 싶다.

A. 과도한 초기지원금과 복잡한 지원 절차에 개선이 필요하다. 창업 초기에는 자금을 지원하되, 다음 단계에서 유의미하게 성장하지 못한 기업은 자연 도태시키고 살아남은 기업을 밀어줘야 한다. 또한 싱가포르처럼 지원 절차가 더 단순해져야 한다. 지원 절차가 복잡하고 투입되는 자금이 많다 보니 초기 지원 후 기업들이 돈을 어떻게 썼는지까지 감시하게 된다. 따라서 처음부터 좋은 기업을 잘 선별해 지원해주고 그 후에는 자유롭게 기업이 성장할 수 있게끔 도와줬으면 한다.

 

“청년이라는 시기는 창업을 시작하기에 좋은 때예요. 그렇지만 창업은 성공할 확률보다 실패할 확률이 높아요. 창업을 시작하려고 마음먹었다면 모든 것을 쏟아부을 각오를 해야해요. 창업을 취업을 위한 스펙의 용도로 생각하거나 어중간한 각오로 시작하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청년창업자 박유진-

 

창업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율은 26퍼센트에 달해 OECD 평균인 12퍼센트를 2배 넘게 웃돌고 있는데도, 청년 실업률은 줄고 있지 않다. 창업을 시도하는 청년과 청년창업을 지원하는 정부 모두 사명감을 가지고 노력해야 본래의 목적인 일자리 창출과 경쟁력 확보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유니콘 기업: 기업가치가 1조 원 이상인 기업.

 

**규제 샌드박스: 새로운 기술 및 서비스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저촉되지 않을 경우, 기존 법령이나 규제에 의해 출시가 지체되지 않도록 규제 신속확인, 임시허가, 실증을 위한 특례를 허용하는 제도.

 

엄태양 기자(sun0907@mail.hongik.ac.kr)

이채린 기자(nofeel13@mail.hongik.ac.kr)

박찬혁 기자(cksgur158@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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