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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리히 뵐, 김연수 옮김, 민음사, 2008

<독일문학사1> 전동열 교수가 추천하는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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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1975)는 독일 작가 하인리히 뵐(Heinrich Böll, 1917∼1985)의 작품이다. 이 작품의 제목에는 「폭력은 어떻게 발생하고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라는 문장이 부제처럼 붙어있다. 

이 작품은 작가가 직접 겪은 사건을 바탕으로 서술되었다. 1971년 9월, 뵐은 독일인 최초로 국제 펜클럽 회장으로 선출될 정도로 국제적 신망을 얻었다. 하지만 그는 그 해 12월 26일 시사지 『슈피겔(Der Spiegel)』에 기고한 글로 “독일 역사상 유래가 없는 작가 반대 운동”에 시달려야 했다. 뵐의 기고는 선정적 기사로 유명한 『빌트(Bild)』지의 1971년 12월 23일자, 은행 절도사건 보도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빌트』지는 그 기사를 “바더-마인호프단은 살해를 계속하고 있다”는 제목으로 보도했는데, 경찰이 절도 사건과 바더-마인호프단이 관련된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기에, 『빌트』지의 제목은 잘못된 것이었다. 바더-마인호프단은 당시 여야 거대 정당의 통합 반대 학생운동 가담 후, 언론사와 미군부대, 판사 등을 습격한 ‘바더’라는 인물과, 여성 신문기자였던 ‘마인호프’의 이름을 딴, 일반적으로는 적군파로 알려진 단체였다. 뵐은 기고에서 ‘선동, 거짓, 더러움’으로 가득한 표적 만들기 식 ‘언론 폭력’이 물리적 폭력을 더욱 증가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 표적은 어떤 불합리한 마녀사냥도 정당화하는 낙인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독자들과 언론의 반응은 합리적 예상을 많이 비껴갔다. 수많은 신문 기사와 텔레비전 평론들이 뵐을 “좌파 파시즘의 동조자”라 불렀고, 보수진영에서는 그를 테러의 동조자이며, 소련에서 박해받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1977년 11월까지 뵐의 가족은 여러 차례 경찰들에게 가택 수색을 당하는 고초를 겪는다. 1974년 서베를린에 사는 뵐의 아들 집이 수색당했을 때는 『빌트』지가 수색 이전에 그것을 보도하는 일도 있었다. 

소설 창작의 동기가 된 또 하나의 사실은 1972년 1월 하노버 공대의 심리학과장이던 브뤼크너 교수가 학생운동으로 경찰의 추적을 받던 학생을 숨겨줬다가 교수 직위를 박탈당했던 일이다. 그 교수는 학생에게 단순히 은신처를 제공했을 뿐이었으나, 어느 제보자의 거짓 진술로 바더-마인호프단원 은닉 혐의를 받았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낙인이 찍혔’으며, 그를 둘러싼 ‘거짓 사실들이 생겨났’고, 신문에 그에 대한 보도가 나올 때마다 ‘밤낮으로 홍수 같은 익명의 전화’와 ‘많은 협박 편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뵐 역시 익명의 수많은 비난의 편지를 받았다. 그러나 많은 동조의 편지도 받았다. 이 경험들이 소설 창작의 동기였다. 

소설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수녀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의 삶을 사는 ‘카타리나 블룸’이라는 여성이 우연히 만난 남자에게 호감을 느껴 그와 하룻밤을 보낸다. 그 남자는 은행 강도 혐의로 추적을 받는 중이었고, 그를 체포하지 못한 경찰은 카타리나 블룸을 신문한다. 신문 과정의 진술은 『차이퉁』지의 ‘퇴트게스’라는 기자에 의해 왜곡되어, 그녀는 ‘테러리스트의 여자’이자, ‘창녀’, 피도 눈물도 없는 ‘빨갱이’가 된다. 경찰은 신문기자와 이해를 공유한다. 경찰은 추정을 사실로 확신하고, 기자는 그 확신을 교묘한 방식으로 사실로 만든다. 카타리나 블룸의 인권은 철저히 유린된다. 결국 추적을 받던 남자가 체포되고 카타리나 블룸이 무죄로 밝혀진 후, 신문기자 퇴트게스는 카타리나 블룸의 집을 찾아와 ‘일단 섹스나’ 하자고 한다. 카타리나 블룸은 그 기자를 권총으로 살해한다. 교회를 찾은 그녀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후회도 유감도’ 느끼지 못한다. 영화에서는 수많은 저명인사들이 참여한 신문기자의 장례식에서 『차이퉁』지 사주가 기자에 대한 송덕문에서 카타리나 블룸의 행위를 언론의 자유를 쏜 폭력으로 규정한다. 

이 소설은 영화화되었으며, 한국어 자막이 붙은 영상을 다운받을 수 있다. 하지만 소설의 핵심을 보고 싶다면, 주변 사람들이 말하는 카타리나에 대한 미담의 소재가 어떻게 경찰과 신문을 통해 악담과 저주의 소재로 변하는지를 살피는 데는 스치는 관람보다 머무는 독서가 유리하다. 

1972년 초 뵐은 지극히 힘든 시간을 보냈고, 그 어려움은 1977년까지 계속되었지만, 1972년 12월에 그는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선정 위원회는 작가의 감정이입 능력과 시대에 대한 넓은 시야를 통해 독일 문학을 혁신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유명 인사였지만 언론과 공적 권력의 폭력성을 가족과 함께 체험한 뵐은 이후 더욱 약자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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